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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국정철학 과감하게 반영” KBS 새 이사진 면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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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영등포구 KBS 사옥. 사진=KBS
▲ 서울 영등포구 KBS 사옥. 사진=KBS

대통령 몫의 방송통신위원 두 명이 KBS 이사회 11명 중 여권 7명만 새로 임명하는 전례 없는 결정을 했다. 여권 이사들 중에선 최근 KBS 사측과 입장차를 보인 이사들이 교체됐고, 야권 이사 중에선 유일한 법률 전문가가 빠지게 됐다.

방통위 이진숙 위원장과 김태규 부위원장은 지난달 31일 비공개 회의에서 서기석·권순범 현 이사와, 류현순 전 한국정책방송원(KTV) 원장, 이건 여성신문 부사장, 이인철 변호사(이인철법률사무소), 허엽 영상물등급위원회 부위원장, 황성욱 전 방송통신심의위원 등 7명을 임명했다. KBS 이사회 여야 구도는 기존 6대5에서 7대4가 됐다. KBS 이사회는 통상 여야 7대4로 유지돼왔으나 이번처럼 새로운 이사회에 여권만 채워넣은 경우는 처음이다.

KBS 여권 이사 7인, 법조·정계 인사 포진…보수단체 연결

이번 KBS 이사회 구성의 특징으로 법조계 인사가 여권에 집중된 점을 꼽을 수 있다. 이사진 중 법조인 출신은 현 12기의 경우 여야 각 1명(서기석, 조숙현)인데, 9월 임기를 시작하는 13기에선 여권 3명(서기석·이인철·황성욱), 야권 0명이 된다. 그간 다수 측에서 회의를 진행하는 서기석 이사장의 방식에 법적 하자를 따졌던 야권 유일의 법조인 출신 조숙현 이사가 빠지게 됐다.

신임 여권 이사진 중에선 정치권 활동 경력이 있는 인사들이 두드러진다. 이건 여성신문사 부사장은 강창희 의장 시절 국회 대변인, 새누리당 상근 부대변인, 이회창 대통령후보 정무보좌역 등을 지냈다. 황성욱 전 방심위원의 경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대리인단 출신으로, 21대 총선 때 미래통합당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 비례 공천을 신청했고,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 정무특보를 지냈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뒤에는 국민의힘 추천 몫의 방통위 상임위원을 지내다 KBS 이사 공모에 지원했다.

이인철 변호사는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의 자유한국당 몫 이사 출신으로, 현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았다. 이 변호사는 또한 김백 YTN 사장·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이진숙 방통위원장 등이 참여한 공정언론국민연대 발기인이자, 이상인 전 방통위 부위원장(김홍일 위원장 사퇴 후 위원장 직무대행)과 바른언론시민행동 법률지원단 활동을 했다.

바른언론시민행동 사무총장인 허엽 영상물등급위원회 부위원장도 KBS 차기 이사로 선임됐다. 허 부위원장은 동아일보 문화부장 시절 블랙리스트 옹호 칼럼(<유인촌 문화장관이 해야 할 일>)을 썼다고 비판 받아왔다. 특히 이번 공모 지원서에 “KBS 사장은 국가기간방송으로서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정확하고 과감하게 반영”해야 한다고 밝혀 우려를 샀다.

류현순 전 KTV 원장은 2014년 4·16 세월호 참사 당시 길환영 체제 KBS의 부사장 출신이다. 재임 기간 KBS 장수 프로그램 ‘6시 내고향’의 MC 강제 교체 논란 당시 사측 책임자였다. 같은해 KBS 사장 직무대행을 맡으면서 차기 사장 공모에 지원했는데, 본인을 면접 심사해야 하는 일부 이사에게 차량을 제공해 논란을 불렀다. 박근혜 정부였던 2015년에는 KTV 원장으로 취임했다.

▲7월31일 선임된 KBS 차기 이사 7인.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7월31일 선임된 KBS 차기 이사 7인.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KBS 경영진과 대립각 세운 여권 이사는 연임 명단서 제외

여권 이사들 중 KBS 사측과 입장차를 보인 이들은 연임에서 제외됐다. 현 여권의 KBS 출신 이사 3인 가운데 사측 조직개편안(직제규정 개정안) 상정을 찬성한 권순범 이사만이 연임하게 됐다. 사측이 직제규정 개정안을 비공개 보고하려 하자 “자신 없나, 왜 비공개하나”라며 따졌던 이석래 이사, 이 안건에 적극 동조하지 않은 이은수 이사 등은 연임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여야 6대5인 현 이사회에선 여권 이사 한 명만 반대해도 의결이 불가하기에, 직제개편안이 차기 이사회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 안건이 상정된 단계에서 표결만 미루거나, 사측이 안건을 철회해 차기 이사회에 다시 올리는 방안 등이 점쳐진다. 사측은 시사교양국에서 시사 프로그램 제작 기능을 보도본부로 떼어내면서 교양다큐센터를 만들고 기술조직을 통폐합하는 골자의 조직개편을 추진하며 ‘정권 비판적인 시사교양 PD들 입을 틀어막으려 한다’는 반발을 사고 있다.

언론노조 KBS본부 “정치 후견주의 공식화…KBS 장악 의지”

새로 꾸려진 이사회는 올해로 임기가 끝나는 박민 사장 후임 선출을 진행하게 된다. 관련해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이하 KBS본부)는 1일 “이사회는 지난 1년 낙하산 박민 사장의 KBS 파괴를 가만히 지켜보고 어떠한 제동도 걸지 못했는데 과연 이런 인물들로 새로운 사장을 선임할 수 있겠는가”라며 “차라리 KBS 이사회를 해체하라”고 비판했다.

KBS본부는 “정치적 중립을 엄중히 지켜야 할 방통위가 이번 이사 선임으로 공영방송의 정치적 후견주의를 공식화했다”며 “과연 어떤 절차를 거쳐서 여당으로부터 7명 추천을 받았나. 누가 공영방송 이사 선임에 간여했나”라고 묻기도 했다. 아울러 “윤석열 정권은 이번 이사 선임을 통해서도 KBS를 장악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보였다”며 “이번 이사 선임은 방통위의 위법적인 2인 체제 아래서 정치적 후견주의를 공식화해 방통위의 정치적 중립성을 무너뜨렸다는 측면에서 원천 무효”라고 주장했다.

KBS 내 다른 노조인 KBS노동조합은 “선임되신 이사들은 위기를 맞고 있는 KBS 개혁에 적극적인 역할을 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미디어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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