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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투포커스] “벌금 내면 그만”…법 비웃고 도로 위 질주하는 ‘렉카차’

아시아투데이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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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8일 경기 광주시 제2중부고속도로에서 추돌 사고를 낸 차주가 사설 견인차에 깔려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당시 사고 현장/경기도소방재난본부

#지난 4월 28일 경기 광주시 제2중부고속도로에서 추돌 사고를 낸 차주가 사설 견인차에 깔려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를 낸 견인차 기사 A씨가 다른 견인차보다 먼저 현장에 도착하기 위해 고속도로를 역주행하는 등 난폭운전을 일삼았다가 결국 한 사람의 소중한 목숨을 앗아갔다.

#7월7일 오후 경부고속도로에서는 빗길에 미끄러진 승용차가 버스를 들이받아 추돌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발생 3분 만에 현장에는 사설 견인차 6대가 몰려들었다. 견인차 기사들이 서로 차량을 견인하겠다며 다투는 사이 주변 교통 흐름은 아수라장이 됐다. 사고 현장의 블랙박스 영상을 본 누리꾼들은 견인차 기사들의 모습에 분통을 터뜨렸다.

일명 ‘렉카차(레커·wrecker)’로 불리는 사설 견인차 기사들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각종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사설 견인차 등 특수차량이 낸 교통사고는 총 5990건, 사상자는 9185명에 달했다. 사고 원인은 안전불이행이 3205건으로 가장 많았다.

1일 아시아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렉카차 기사들의 범법 운전으로 인한 사고가 빈번한 것은 처벌이 너무 가볍기 때문이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고속도로나 중앙 분리대가 있는 도로에서 역주행을 하면 6만원의 범칙금과 벌점 30점이 부과된다. 고의성을 가졌다면 최대 100만원까지 벌금을 물리거나 구류에 처할 수 있다. 중앙선을 침범하거나 갓길·전용차로를 통행하면 9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이같은 가벼운 과태료와 벌점 처분으로 렉카차는 빠르게 현장으로 가기 위해 사이렌을 울리면서 다른 차량에 양보를 강요하고 버스전용차로를 주행하는 등 범법 행위를 마다하지 않는다. 주정차가 불가한 갓길에 당당히 주차하거나 심지어 큰 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역주행·갓길 주행도 심심찮게 발생한다.

이들이 처벌을 감수하면서도 범법 운전을 이어가는 것은, 일단 견인에 성공하면 과태료를 내고도 남을 만큼 많은 이용료를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견인차 기사들은 사고 차량 견인 이후 장비 사용료, 할증료 등의 명목으로 수십만 원부터 많게는 수백만 원에 이르는 요금 청구서를 내민다. 또한 정비업체에 사고 차량을 넘기면 수리비의 15%에서 많게는 30%까지 리베이트로 받을 챙길 수 있어 큰 사고 현장일수록 먼저 도착하기 위해 난폭운전을 일삼는다.

서울 고속도로 등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견인차 기사 K씨는 “다른 견인차보다 빨리 현장에 가야한다는 초조함에 운전을 거칠게 하기도 한다”며 “과태료 몇만 원 내더라도 일단 견인만 하면 이득이니 (난폭운전이) 계속 반복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사설 견인차가 범법 행위를 반복하거나 상습적인 난폭 운전을 저질러도 단발성 처벌만이 가능할 뿐, 가중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는 것도 문제를 키우고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2017년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령·시행규칙 일부 개정안을 마련해 행정처분 기준을 강화했지만 사상자 발생 여부가 판단 기준이라 큰 효용이 없다는 것이다.

교통사고 전문 김원용 변호사는 “현행 도로교통법과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사실상 ‘가중 처벌’이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선고 형량이 국민 감정을 따라가지 못하는 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아시아투데이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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