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1월 재선에 도전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자신의 러닝메이트로 J.D. 밴스 상원을 지명한지 2주가 지났다. 단 2주만에 그는 정치권에서 가장 핫한 인물이 되었는데, 단순히 부통령 후보여서가 아닌 그의 막말로 인한 논란 때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다른 이미지로 유권자들을 끌어모을 것으로 예상됐던 밴스 의원은 오히려 그와 동일한 막말과 거센 언행으로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소시오패스’, ‘자식없는 여자’ 등 막말이 난무하는 가운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그를 방어하고 나섰고, 그가 소속된 공화당은 오히려 내부에서부터 ‘선수 교체’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밴스 ‘막말’에도 열렬히 지지하는 공화당 지지자들…“그는 공화당의 미래”
31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막말로 도마 위에 오른 밴스 의원이 연설을 진행한 네바다주에서는 그를 보기 위해 모인 관중들이 일제히 그를 지지하고 나섰다. 일부 공화당원 마저 그의 발언이 논란거리라는 것을 시인한 가운데 지지자들은 그를 ‘트럼프가 직접 선택한 후계자’라며 오히려 민주당 대선 후보로 유력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향해 ‘위험할 정도로 진보적’이라고 평가했다.
WSJ에 인터뷰한 30대 후반 네바다주의 한 주민은 밴스 의원에 대해 “‘공화당의 미래’를 보러 왔다”며 “밴스는 트럼프 이후의 공화당을 이끌어갈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열렬한 지지에도 공화당은 고심이 크다. 공화당에게 네바다주는 주요 타겟 지역으로, 현재 해리스 부통령과 지지율 접전을 펼치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표심을 더 끌어 모아야하는 경합주다.
당초 밴스 의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정반대의 이미지로서 트럼프 전대통령을 지지하는 층이 아닌 다른 유권자층을 공략할 것으로 예상됐다. 금수저에 금발, 푸른눈을 가진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달리 밴스 의원은 물려받은 것 없는 흙수저에 자수성가 신화를 가진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공화당으로서는 이미 트럼프 전대통령의 지지층은 확고하기에 공화당은 밴스 의원이 새로운 지지층을 형성해주길 기대한 것이다.
하지만 WSJ에 따르면 공화당은 밴스 의원이 트럼프의 러닝메이트로 적합한지에 대해 내부적으로 우려가 나온다. 밴스 의원은 트럼프와 정확히 동일한 입장과 정책을 어필하고 그와 동일하게 강한 어조와 막말로 주목받고 있다. 이는 치열한 경합주의 승기를 잡거나, 중도진영 유권자들에게 어필되지 않는 전략이다.
◇”이게 아닌데”…고심하는 공화당, 트럼프도 주의깊게 보는 중
공화당의 지명 의도와는 다르게 밴스 의원은 정책적으로도 트럼프와 정확하게 동일한 노선만 강조하고 되뇌이고 있으며, 그처럼 말로도 논란거리다. 그는 2021년 해리스 부통령을 겨냥해 “자식 없는 캣 레이디가 미국을 다스리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캣 레이디는 미국 사회에서 고양이를 아끼는 여성을 일컫지만 때로 가족 없이 혼자 반사회적 은둔생활을 한다는 비하와 개탄의 의미로도 쓰이낟.
그전인 2020년 팟캐스트에서는 “무자녀인 사람들 때문에 미국인들이 더욱 소시오패스 성향을 갖게 되고 나라 전체가 정신적으로 더 불안정해지고 있다”는 발언도 내뱉었다. 이에 미국의 유권자들은 분개했고 CNN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도전에 리스크로 평가된다고 분석했다. 공화당 내에서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실정을 주장해 공세를 펼 시점에 밴스 의원을 방어하는 수세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생각을 잘 아는 사람들은 그가 실제로 밴스 의원의 일부 발언을 주목하고 있다고 WSJ에 밝혔다. 또한 그에 따른 대중의 비판은 물론 해리스 캠프의 움직임까지 밴스 의원을 지목한 순간부터 주의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밴스 의원의 논란에 해리스 캠프는 밴스의 과거 발언이 트럼프 전대통령의 정치관과 유사하며 가족을 지지하지 않고 여성을 반대한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다며 공격 구도를 만들어가고 있다.
다만 트럼프 캠프와 공화당은 부통령 후보 재고에 대한 의혹은 부인하고 있다. 트럼프 캠프 대변인인 스티븐 청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밴스 의원을 러닝메이트로 선택한 것에 대해 매우 기뻐하고 있으며, 이들은 백악관을 되찾을 완벽한 팀이다”라고 말했다. 다른 인물을 부통령 후보로 지지하던 케빈 크레이머 상원의원(노스다코타)은 “(부통령 후보를)다시 생각하기엔 너무 늦었다”며 밴스 의원의 논란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