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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이변에 댐도 짓는데…재해예비비는 ‘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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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이변에 댐도 짓는데…재해예비비는 '0원'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신청사에 입주한 행정안전부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지방자치단체의 재해·재난 예비비와 관련 과다편성 방지지침을 내려 논란이 예상된다. 건전재정 기조 아래 반복적인 잉여금을 남기는 행태를 막겠다는 목표이지만 지자체가 기후위기 대응에 소홀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1일 행정안전부는 예비비 편성 지침을 구체화한 ‘2025년도 지방자치단체 예산편성 운영기준 및 기금운용계획 수립기준’을 각 지자체에 배포했다. 이에 따르면 일반 예비비의 경우 기존 각 회계별 예산총액 대비 1% 범위 내 편성 지침사항과 함께 ‘기타 특별회계의 경우 편성하지 아니할 수 있음’이 추가됐다. 특히 재해·재난 목적예비비에 대해선 ‘과도하게 편성하여 반복적으로 잉여금으로 남기는 행태 지양’하라고 지침을 명확히 했다. 현재 재해예비비는 일반예비비와 별도로 재해·재난 관련 용처가 정해져 편성된다. 쉽게 말해 재해·재난이 발생하지 않으면 예산이 남아 이월된다. 행안부는 이렇게 남는 이월금이 반복되면서 지자체 예산이 방만하게 운영될 수 있다고 보고 과도한 편성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셈이다.

행안부 지침은 건전재정 기조에 맞춰 이뤄졌지만 지자체가 편성한 재해예비비 현황을 살펴보면 과다 편성보다 과소 편성이 더욱 우려되는 실정이다. 지방재정통합공개시스템(지방재정 365)에 공개된 올해 일반예비비 및 재해·재난 목적예비비 자료를 보면 지난해 오송 참사를 겪은 청주시를 포함해 서울 종로·중구·성북·강남·송파구, 부산시와 부산영도·북구·해운대·사하구 등이 재해예비비를 전혀 편성하지 않았다. 대구 달서구, 인천시와 인천 중구·연수·남동·서구·옹진군을 비롯해 경기도, 경기도 의정부·안양·광명·평택·안산·구리·남양주·군포·의왕시도 편성액이 없었다. 이렇게 재해예비비를 0원으로 편성한 지자체가 39곳이었다. 지난해 물난리를 겪고도 이처럼 0원으로 재해예비비를 편성한 곳은 작년보다 오히려 10곳 늘었다.

재해예비비가 1% 미만인 지자체로 넓혀보면 지난해보다 31곳이 증가한 217곳에 달했다. 대구시(0.02%)와 울산시(0.04%), 서울시(0.06%), 전북(0.07%), 강원·대전(0.09%) 등 대다수 광역단체가 0%대였다. 광역시도를 포함한 243곳의 지자체 가운데 89.3%가 1% 미만이었다.

반면 용처가 정해지지 않은 일반예비비를 편성하지 않은 지자체는 한 곳도 없었다. 재해예비비를 전혀 편성하지 않았던 서울 성북구는 법정 한도(전체 예산의 1% 이내)를 딱 맞춰 일반예비비를 채웠다. 용처가 정해진 재해예비비보다 비교적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일반예비비 편성을 선호하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난 셈이다. 실정이 이런 상황에서 재해예비비 과다 편성 방지 지침까지 추가돼 앞으로 지자체의 일반 예비비 쏠림 현상은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극심해진 이상기후에 대응하기 위해 14년 만에 다목적댐을 건설하기로 한 정부의 기후 대책과는 엇박자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재정당국 관계자도 “예산 당국으로서는 기후위기에 대응한 예산 확보에 집중하고 있는데 지방교부세를 받은 지자체는 재해 대응에 인색한 예산편성을 하고 있다”며 “최소한의 재해예비비 편성을 할 수 있도록 상·하한액을 두거나 항목의 재량권을 강화해 지자체장의 부담을 해소하는 등 구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경제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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