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가 8월 하투(夏鬪, 여름 투쟁) 채비에 본격 돌입한다. 파업 돌입 절차를 대부분 마친 조선업계 노동조합은 합법적인 파업권을 확보해 여름 휴가 이후 8월 중순부터 파업 여부를 최종적으로 정할 방침이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여름 휴가가 끝나는 오는 8일 이후 중앙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파업 돌입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이미 합법적인 파업권을 확보했다. 앞서 7월 18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행위 조정 신청을 하며 파업 수순에 들어간 노조는 7월 22일부터 24일까지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진행해 전체 조합원 7560명 중 4919명(재적 대비 65.1%)이 찬성표를 냈다.
이후 중노위가 노사 간 입장차가 큰 것을 확인하고 7월 29일 조정 중지 결정을 내렸다. 이로써 노조는 중노위의 조정중지 결정, 조합원 과반 이상 찬성 등 파업에 돌입할 수 있는 모든 절차를 마쳤다.
HD현대중공업 노사는 올해 6월 4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교섭을 이어왔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노조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에서 15만9800원 인상, 성과금 산출기준 변경, 정년 연장, 승진 거부권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노조는 오는 8월 24일 주요 조선사 노조 모임인 조선업종노조연대의 동반 파업에 참여할 계획이다. 동반 파업은 4시간 부분파업으로 진행된다.
한화오션의 경우 이미 경고성 파업에 나서며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한화오션 노조는 7월 15일 조합원 임시총회에서 86% 찬성으로 쟁의행위를 가결시켰다. 같은 날 한화오션은 경고성 총파업에 나섰다. 한화오션 노조는 7월 15일 거제사업장에서 7시간 총파업을 진행했다. 이날 참여 조합원은 700여명이었다.
노조는 4월 임단협 요구안 제시 이후 사측과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특히 양도제한조건부 주식(RSU) 지급 방식을 두고 이견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그룹이 2023년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인수 당시 성과급을 RSU 방식으로 300% 지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사측은 2023년 당시 실적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 RSU 지급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지급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 역시 7월 22일 97.14%의 찬성으로 파업 찬반투표를 가결했다.
조선업계 노조의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업계 호황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파업으로 생산 차질이 생기면 납기 지연, 신뢰도 하락 등으로 이어져 향후 수주에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조선업계가 모처럼 호황기인 ‘슈퍼 사이클’을 맞은 상황에서 타격이 더욱 커질 수 있다.
슈퍼 사이클에 진입한 조선업계는 현재 실적 호조를 보이고 있다.
HD현대그룹의 조선·해양 중간지주사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 상반기 매출액 12조1311억원, 영업이익 5366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7.8%, 928% 증가했다. 한화오션은 상반기 매출액 4조8197억원, 영업이익 433억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47.8% 증가, 흑자 전환했다. 삼성중공업 역시 상반기 매출액 4조8798억원, 영업이익 2086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각각 37.4%, 165.7% 늘었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조선업계가 호황기에 접어든 만큼 노조와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노사가 힘을 모으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sel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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