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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감세’에 초점을 맞춰 야심차게 내놓은 내년도 세법개정안이 거대 야당의 반대에 부딪혀 줄줄이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여당의 총선 참패로 예견된 일이지만 야당의 반대가 예상보다 극심해 ‘윤석열표 정책’의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31일 국회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가상자산 과세 유예, 배당소득세율 인하,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 등을 담은 ‘2024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야당은 주요 내용 대부분에 반대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상속세 완화다. 정부는 상속세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최고세율을 매기는 과세표준(과표)을 30억원 초과에서 10억원 초과로 각각 낮추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부자 감세’로 규정했다. 민주당 내에서도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서울의 집 한 채를 물려받은 사람이 상속세를 내야 하는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는 점에서 상속세 개편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정부안은 그보다 부자인 사람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구조라는 게 민주당 논리다.
‘최대주주 보유지분 할증평가’ 폐지안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민주당은 “법 개정으로 매출 5000억원 이상 중견기업과 대기업에만 적용되는 제도를 폐지하겠다는 것은 윤석열 정부가 말하는 공정과 상식이 무엇인지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야당은 정부가 자본시장 활성화(기업 밸류업)를 위해 꺼내든 ‘주주환원 촉진세제’에도 부정적이다. 정부는 직전 3년 평균 대비 배당이나 자사주 소각을 통해 주주에게 환원하는 금액이 5%를 넘는 기업에 세제 혜택을 주기로 했다. 민주당은 이를 기업 오너가 자기 주머니를 채우고 법인세와 상속세 부담까지 덜게 되는 ‘대주주탐욕 촉진세제’라고 주장했다.
대주주 여부와 상관없이 금융투자로 얻은 일정 소득에 대해 과세하는 금투세 폐지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반대한다.
다만, 가상자산 과세 유예는 협상의 여지가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국세청에서 준비가 부족하다는 얘기가 있어서 여야가 유연하게 접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발표한 세법개정안에 여소야대 정국을 고려해 법인세·부동산 세제 완화 등 윤 대통령 공약 사항을 제대로 담지 못했다. 그러다 올해 상속세 중심의 감세안을 내놨지만 입법 환경은 더 나빠졌다는 분석이다.
정부·여당이 야당 설득에 적극 나서야 할 상황이다. 국회 관계자는 “금투세의 경우 폐지 대신 공제 한도를 늘리고, 상속세도 세율 인하 과표 구간을 조정하는 등 여야가 접점을 찾을 수도 있다”면서 “예산 정국을 거치며 협상에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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