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명예훼손’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한상진 뉴스타파 기자가 “오늘부터 시작되는 재판은 대한민국 검찰의 존재 가치가 무너지는 시작점이 될 것”이라며 향후 “불법 수사에 가담한 검찰 관계자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는 절차도 조만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3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한 기자는 “검찰은 유력 대선 후보를 검증한 언론보도 중 대통령 윤석열에게 불리했던 기사만 문제 삼아 뉴스타파를 비롯한 전현직 언론인들에 대해 수사를 진행했는데 검사 10여명을 투입해 특별수사본부까지 차리고 10개월 넘게 수사했다”며 “명예훼손 사건에 대해 수사권이 없음에도 검찰은 불법 수사를 밀어붙였다”고 지적했다.
한 기자는 “이 사건은 처음부터 검찰과 대통령실, 여당인 국민의힘이 삼각 편대를 구성해 진행한 희대의 언론탄압”이라며 “‘사형에 처해야 할 반역죄’, ‘희대의 대선 정치 공작’, ‘일급 살인죄에 해당’ 같은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말이 난무했고, 곧바로 검찰 수사에 가이드라인을 작동해 대선후보 검증이라는 언론의 역할과 사명은 쓰레기통에 내던져졌다”고 했다.
한 기자는 “최근 검찰은 주가조작, 명품백 수수 등 범죄 혐의가 명백한 대통령 부인 검건희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검찰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내던졌다”며 “제가 피고인이 된 ‘윤석열 명예훼손’ 사건과 피의자 김건희에 대한 황당한 수사로 대한민국 검찰이 파산해야 하는 이유가 명확히 드러났다고 생각하고 검찰이 왜 수사권과 기소권을 함께 가지면 안 되는지 보여준 결정적 장면”이라고 지적한 뒤 “‘윤석열 명예훼손’ 사건 재판은 대한민국 검찰의 존재 가치가 무너지는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한 기자는 앞으로 재판에 적극 임해 검찰의 수사·기소를 반박하고 검찰의 불법행위와 거짓 등을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수사는 수사 자체의 정당성도 없지만 수사 과정도 불법투성이였다”며 “검찰은 법원이 발부한 영장 내용을 무시한 채 불법 압수수색을 전방위로 진행했고, 증거를 조작해 법정을 모독하고 언론 플레이를 통해 허위사실을 유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불법 수사에 가담한 검찰 관계자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는 절차도 조만간 진행하겠다”며 “내 개인뿐 아니라 뉴스타파 차원에서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는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를 받는 김용진 뉴스타파 기자와 한 기자, 해당 혐의를 비롯해 배임증재·수재, 청탁금지법 위반, 범죄수익은닉 규제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김만배·신학림씨에 대한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신씨와 한 기자가 참석했고, 나머지 김씨는 변호인만 참석했다. 검찰이 증거목록을 판사와 피고인 측에 전달한 가운데 한 기자 측에서는 검찰이 압수수색 과정에서 불법으로 수집한 증거를 문제 삼았다.
재판정에서 한 기자는 “저희 집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에는 제 명의로 개통되거나 사용된 휴대폰, 태블릿PC 등 통신 단말기와 USB 같은 저장장치에 대해서만 법원이 영장을 발부했는데 (검찰은) 제가 쓰던 노트북뿐 아니라 저의 딸이 쓰던 노트북까지 다 뒤지고 딸이 쓰던 노트북에 동기화된 제 이메일을 무단 열람해 2180개에 달하는 이메일에 키워드를 넣어 검색을 했다”며 “당장 검찰이 압수한 문건 등이 증거로 제출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검찰이 이것을 어떤 식으로 악용할지 심각하게 우려가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9월14일 한 기자의 집을 압수수색했다.
또 한 기자는 “이 재판이 열리기 전 증인신문 기일에서 검사가 법정에서 제가 제 지인과 나눈 문자라며 문자 내용 전체를 현출했는데 저희가 확인한 바로 제가 제 지인과 나누지 않은 문자를 검사가 임의로 조작·왜곡해 현출한 것이 확인이 됐다”며 “앞으로 재판에서 충분히 의견을 진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 기자는 미디어오늘에 “압수수색됐던 휴대폰을 포렌식했는데 그런 대화가 없었고 검찰이 조작한 점을 확인했다”며 “준비되는 대로 법적대응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검찰 측은 한 기자를 포함해 이날 피고인 측에서 제기했던 여러 문제제기에 대해 “오늘 공판준비기일이라 답변 기회가 없지만 충분히 반박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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