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시티는 모든 지방자치단체의 지향점이자 혼자 힘으로는 구현하기 어려운 난제다. 디지털 기반의 스마트시티 정책을 실행·확산하기 위해선 정부는 물론 국내외 다양한 기업과의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와 관련 정부, 민간이 최신 기술을 접목해 정부 서비스를 혁신하고 민간 기업은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창출하는 ‘거브테크’가 화두로 부상했다.
민·관이 생각하는 거브테크 구현 방안은 무엇일까. 전자신문은 지난 26일 정부, 지자체, 민간의 대표 기관, 기업 관계자와 함께 거브테크 현황과 문제점, 해결 과제 등을 폭넓게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고진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위원장이 정부가 구상하는 데이터 활용 혁신 방안을, 2024년 전국에서 유일하게 스마트시티 거점 도시로 선정된 천안시의 박상돈 시장은 천안시가 그리는 디지털 기반의 스마트도시의 미래를 제시했다. 이와 함께 유인상 CJ올리브네트웍스 대표, 이은주 한국IBM 사장, 유현경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부사장은 스마트시티 관련 제언과 공공의 디지털화에 기여할 방안, 걸림돌 등을 짚었다.
[참가자(가나다순)]
△고진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위원장
△ 박상돈 천안시 시장
△유인상 CJ올리브네트웍스 대표
△유현경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부사장
△이은주 한국IBM 대표
△사회=김태형 단국대 교수
◇사회=이번 대담의 목적은 디지털플랫폼정부를 통한 데이터 활용 방안을 기반으로 공공 데이터와 AI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대국민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브테크를 구현하는데 있다. 나아가 이를 통해 디지털 기반의 스마트시티를 실현·확산해 나가기 위한 공공과 민간의 역할과 지속가능한 협력 방안에 대해 함께 논의하고자 한다. 먼저, 정부가 목표하는 디지털플랫폼 정부의 개념부터 짚고 넘어가 보는 게 좋을 것 같다.
◇고진(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위원장)= 디지털플랫폼정부는 ‘우리나라가 정보가 굉장히 전자적으로 빨리 잘 구축했고 세계적으로 평가도 좋은데 무엇이 문제일까, 정책의 수립과 시행에 있어 왜 현실과 괴리가 있을까’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데이터를 잘못 쓰고 있지 않나, 어마어마한 데이터가 있는 데 왜 활용이 안될까’라는 물음을 던지다 보니 연결의 부재라는 문제점이 드러났다. 각 부처, 기관이 독자적으로 정보화 전략을 수립하고 사업을 만들어 추진하다 보니 연결이 어려워 진 것이다.
우리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정부 내 약 1만7000여개의 사일로된 플랫폼이 존재한다. 이를 연결해서 데이터를 같이 활용하면 국민, 공무원 모두 편해지고 정책을 수립·실행할 때 데이터를 더 잘 활용할 수 있게 된다.
결국은 공공이 변해야 하는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이때 민간의 혁신 기업이 보완해줘야 하는 게 있다. 그래서 민관 협력이 위원회의 주요 과제다.
또 다른 문제는 데이터 공유 관련 규제다.
국민에게 돌아갈 복지혜택이 많은데 정말 받아야 할 사람이 모르고 시기를 넘기는 경우가 많다. 정부가 보유한 데이터를 모아서 활용하면 개인에게 맞춤형으로 이벤트를 알릴 수 있다. 그러나 관련 업무를 할 때 공무원이 데이터를 공유하지 못하게 내놓은 법·제도가 여전히 많다.
데이터가 아니라 공유 가능한 이미지, 즉 PDF 파일을 한쪽 PC에 올려두고 다른 PC에서 그것을 보고 작업하는 비효율이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다. 사실, 그냥 데이터를 공유하는 것과 차이가 없는데 (규제때문에) 주는 쪽이 부담을 느낀다.
앞으로 대법원 법원행정처 등에서 데이터를 여러 부처·기관에 공유할 수 있게 되면 복지 혜택을 받아야 하는 분들이 제출해야 할 서류가 없어지고 편의성도 크게 개선된다.
결론은 데이터를 공유·활용해 문제를 해결하고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디지털플랫폼정부이고 이를 위해 앞으로 규제를 과감히 개선해 나가려 한다.
◇사회=오늘 이 자리엔 지자체 최초로 스마트시티 거점 도시로 선정된 천안시의 박상돈 시장도 나와주셨다. 천안시가 그리는 스마트시티의 모습에 관해 설명해 달라.
◇박상돈(천안시장)=디지털플랫폼정부는 윤석열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다. 개개인이 모두 스마트폰 하나로 모든 업무를 처리하는 세상인데 공공의 플랫폼이 구형이면 보조적 역할밖에 할 수 없다.
플랫폼의 파급에 관한 간단한 예를 들어보겠다. 영국의 전설적 그룹 비틀즈가 가수로 등록된 시점이 1960년이다. 이후 공연이 이어지고 기자들이 그 실황을 기사로 전달하면서 팬덤이 서서히 확산하기 시작했는데 사실 아주 느리게 전파됐다.
BTS 사례를 보면 최근 한 멤버가 군 제대를 하는 모습이 실시간으로 전달될 정도로 연예인의 일거수일투족이 디지털플랫폼으로 확산하고 있다.
이를 행정에 빗대보면 이미 모든 게 디지털화돼 있는데 행정이 과거의 아날로그 방식을 벗어나지 못하면 비용, 편의 측면에서 많은 대가를 치러야 한다.
공공 플랫폼의 디지털화 여부는 엄청난 차이로 귀결될 수 있다. 다행히 많은 글로벌 기업이 이미 혁신을 보여줬다. 행정 측면에서도 이런 플랫폼을 활용하면 결국 국민이 사용할 서비스가 엄청나게 진화할 수 있다.
정부는 일찍이 디지털플랫폼정부를 기치로 내걸었고 천안시도 지방정부 차원에서 이를 받아들이고 혁신해보려 한다.
천안시는 한 달 전부터 도시계획 수립을 디지털화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도시계획에 필요한 기초 데이터를 디지털화하는 용역을 발주했는데 앞으로 도시계획 관련 기록 작업은 완전히 수기가 사라지게 될 것이다.
거브테크 개념에 입각해 공공 데이터, 인공지능(AI)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대 국민 공공 서비스를 개발·확산할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올해 전국 지자체 중에서 유일하게 국토교통부로부터 스마트시티 거점도시로 선정됐다.
지속가능한 국토공간 실현을 위해 다양한 도시공간과 산업이 융합·확산하는 ‘포용적이고 역동적인 스마트한 미래 혁신 거점도시로써 천안 프리즘시티’를 제안했다. 이를 계기로 중앙정부와 발맞춰서 지방정부의 성공적 스마트시티, 디지털화 사례를 구축한다면 다른 지자체로 확산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천안시는 수도권과 영남, 호남을 잇는 교통의 허브도시이자 12개 대학의 7만여명의 인적 자원, 200여개의 스타트업 등의 혁신 자원이 풍부하다는 것이 무엇보다 큰 장점이다. 이런 인프라를 바탕으로 공공과 민간이 협력하면 다양한 혁신이 가능하다.
그동안의 스마트도시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스비스 제공 중심이었지만, 이제는 민간의 기술과 공공의 데이터를 연결해 스마트 산업과 기업 육성, 혁신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거점형 스마트도시 조성을 통해 AI와 데이터가 어우러진 산업 생태계를 조성해 미래 혁신산업 분야의 기업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도시로 만들겠다는 게 천안시의 의지다.
관내 ICT 역량을 강화하는 계기로도 작용할 것이다. 앞으로 천안형 GPT를 통해 누구나 AI로 구동되는 개인비서를 갖게 된다. 행정 서비스 품질 개선은 물론이고 지자체의 성장에 필요한 비용, 시간도 상당 부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고진 위원장께서 언급하신 데이터 공유 관련 규제 개선 필요성에 큰 공감을 한다. 데이터 활용 측면에서 칸막이가 있는 게 사실인데 제약이 있겠지만 가능한 부분은 과감하게 규제를 걷어내면 지자체의 혁신 속도도 한층 빨라질 것으로 예상한다.
◇사회=중앙·지방 정부의 디지털화 관련 청사진을 간단히 들여다봤다. 민간 기업은 이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말해 달라.
◇유인상(CJ올리브네트웍스 대표)= 정부, 천안시가 그린 미래는 각각 광의, 협의의 스마트시티 개념과 맞닿아 있다고 봐도 된다.
이런 변화를 언급하기 전에 우선 우리 사회가 직면한 화두를 짚어보면 첫 번째가 지능화이고 다음이 고령화다.
디지털플랫폼정부든 스마트시티든 지능화·고령화라는 키워드를 품고 변화하면서 관련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이를 공간과 일상의 혁신을 통해 풀어내야 한다.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가 이미 관련 정책을 추진하기 시작한 것으로 아는데 빠르게 진행되고 성과가 나오길 기대한다.
다음 들여다볼 부분은 각 지자체가 추진하는 스마트시티의 방향성이다. 모두 잘하고 있는데 핵심은 도시의 비전이다. 도시의 비전이 스마트시티로 잘 구현할지는 곧 도시 비전과 얼마나 부합하느냐에 달렸다는 의미다.
또 하나는 예산이다. 천안시의 도시 비전에 근거해 수립한 전략과 예산을 통해 스마트시티 사업이 잘 진행되고 있는지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 결국은 도시의 비전을 구현하는 데 필요한 것이 지능화인데 이때 다양한 서비스를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가 예산 문제와 결부된다. 예를 들어 AI 기반 서비스를 퍼블릭 클라우드만으로 할지 등을 결정해야 하는데 전략이 필요하다. 가장 비싼 기술을 활용해야 가장 좋은 도시의 모습이 나오는 것은 분명 아니다.
스마트시티는 시에 맞는 적정기술을 도입해야 하는 게 맞다. 모든 도시가 도심항공교통(UAM)이 날아다니고 자율주행차량이 도심을 다 채우는 모델을 수립한다면 옳은 방향일까. 투자 관점에서 이는 실패한 모델이 될 수 있다. 비용을 최적화하면서 적정 기술을 찾고 도입하는 선별 능력이 필요하다.
일자리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도시는 결국 일자리 기반으로 흥하고 소멸하기 때문이다. 일자리를 지키고 만들 수 있는 모델이 필요하다. 대학의 활용이 중요한 포인트다. 천안에 12개 대학이 있다고 했는데 대학만큼 좋은 공간을 제공하는 자원은 많지 않다. 창업·주택과 관련해 대학이 상당한 역할과 기여를 한다.
거버넌스에 관한 제언도 하고 싶다. 천안시의 스마트시티 계획을 보면 산업, 교통, 환경 등 다양한 분야 이슈와 계획이 어우러져 있다. 천안시의 모든 업무가 총 망라돼 있다. 그런데 시장이 이를 항상 들여다보고 총괄할 수 있는 여력은 상대적으로 부족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선 시의 칸막이를 넘나드는 총괄 거버넌스 체계가 필요하다. 시장이란 자리를 항상 바쁘기 때문에 이를 대신할 수 있는 총괄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은주(한국IBM 대표)= 고진 위원장도 언급했지만 데이터는 결국 연결이 핵심이다. 데이터를 연결해야 편의성이 나온다. 한국은 미국보다 디지털화가 더 잘 돼 있다. 병원을 가봐도 그렇고 코로나가 확산할 때도 확인한 결과다.
그러나 성과 측면으로 들어가면 아쉬운 부분이 있다. 여러 현상에서 기인하는 결과다. 한국은 우선 모든 것이 서울에 집중돼 있다. 선호 직업이나 학과도 마찬가지다. 기술에 있어서는 폐쇄된 문화가 자리하고 있다. 개방형 생태계가 화두인데 한국은 모든 것을 직접 만들고 지키려는 성향이 있다. 이런 문화를 바꾼다면 더 빠르게 큰 성과를 얻을 수 있다고 본다.
스마트시티 전략과 관련해선 천안시에 전략 수립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다. ‘스몰 투 빅’, ‘빅 투 스몰’ 전략을 구분해야 한다. 스몰 투 빅은 목표를 정하고 성공 사례를 만들어 가면서 관련 생태계를 점점 확장하는 방식이다. 반대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처음부터 설계를 정밀하게 하고 여기에 맞춰 구현하는 방법이다. 각각의 방식에 필요한 구성 요소가 무엇인지 고심해야 한다.
디지털플랫폼정부가 발전하고, 천안시 스마트 거점도시 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결국은 개방형 혁신, 즉 개방형 생태계 구축이 수반되어야 한다. 천안시가 계획한 실증사업과 15개 산업단지가 개방형 생태계에 기반을 둬야 한다. 그래야 AI를 활용한 산업, 기업과 더욱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 학계에서 연구논문이 동료평가를 거치며 개선된 연구 결과를 내는 것과 유사한 과정이다.
천안시에 자리한 12개 대학의 인력이, 실증 테스트된 기술을 학습하고 창업·취업과 연계하기 위해서는, AI라는 공통된 장치를 기반으로 개방형 생태계를 구축하고 지역적, 산업적 제약을 벗어나 확장해 나가야 한다.
끝으로 IBM이 도시와 어떤 혁신을 추구했고 성과를 냈는지 소개하겠다. 미국 조지아주 애틀란타시는 IBM의 자산 관리 솔루션을 도입해 효율성과 시민의 만족도를 높였다. 시청, 지방법원, 주민센터, 소방서, 경찰서 등 시의 일반 기금에 속하는 자산을 관리하는 자산관리부는 인프라를 원활하게 운영하는 중추다. 애틀랜타 자산관리부는 51개의 시설과 새로운 건설 프로젝트에 쓰이는 자산을 관리했는데 2020년까지 관련 시스템을 혁신하지 않았다. 유지보수 프로그램을 만들거나 작업 주문 요청을 받고, 요청자와 지속해 소통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었다.
이후 IBM의 자산관리 솔루션인 맥시모를 도입했고 이를 통해 단일 플랫폼 내에서 유지보수를 계획하거나 작업 주문을 추적하고, 유지보수, 수리 및 운영 재고 수준을 관리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정부, 지체가 혁신하고자 하는 부분에 동참할 여지가 크다고 본다.
◇유현경(한국마이크로소프트 부사장)= 디지털전환·혁신은 10년 이상 큰 흐름으로 언급됐다. 지금은 AI 기술이 더 보편·일반화하면서 디지털 혁신이 한단계 진화하고 있다. MS는 AI를 비롯한 디지털 기술로 혁신이 일어나는 영역을 크게 네 가지로 나눠서 본다.
첫째는 사람이 일하는 방식의 변화, 두 번째는 재화와 용역이 교환되는 비즈니스 고객과 공급자의 접점에서 일어나는 변화, 세 번째는 모든 프로세스의 운영 효율의 변화, 마지막은 산업혁신의 가속화다.
MS는 기술이 경제 규모와 학력 차이, 장애 유무, 인프라 여건 등에 따라 접근성에 차이가 생기는 정보 격차를 최소화하기 위해 세계 다양한 지역에 데이터센터 관련 분산 투자를 진행하고 있고 이를 통해 가장 많은 개수의 데이터센터 리전을 구축했다.
기술 인프라와 서비스를 공급하고 나면 그 지역의 정부와 기관, 기업과 협력해 해당 지역 경제를 움직일 수 있는 인력 관련 협력도 지속한다.
한국에선 이미 오래전부터 협력이 활발한데 느끼는 점은 한국이 소비자로서의 반응이 굉장히 빠르다는 것이다. 그러나 행동 방식은 이에 따르지 못한다고 느껴진다.
한국은 모든 원천 기술을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는 문화가 있는데 때로는 혁신의 속도를 늦추는 요인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고 본다. 처음부터 스스로 다 만들려면 엄청난 자본과 시간이 든다. 특히 AI나 클라우드 같은 기술이 그렇다. 검증된 전문 기술을 적용해 부가가치를 얹어서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도록 산업 생태계를 혁신하려면 규제와 정서적 장벽이 없어야 한다.
최근 생성형 AI가 보편화하면서 스마트시티의 모습은 또 다른 국면을 맞고 있다. AI 기술을 활용해서 일하는 방식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많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절실히 느낀 것이 기술의 난이도에 앞서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행동의 습관을 바꾸는 마인드셋 변화의 필요성이다. 디지털 기술이 기반이 된다고 보면 사이버 보안, 기술의 윤리적 가치를 이해하는 주체의 양성, 이를 알아보는 안목도 반드시 견지해야 한다.
천안시가 일하는 방식과 문화를 디지털화한 프로토타입을 보여주면 좋겠다. 업무자가 꼭 어떤 지역에 있어야 일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공간, 거리와 무관하게 업무를 할 수 있는 기술은 이미 다 갖춰졌다.
MS도 본사를 이전하고 디지털화 조직을 구성, 모든 업무와 소통을 디지털화하는 실험을 했고 이를 통해 엄청난 발전과 성장을 거뒀다.
◇사회= 발제를 정리하면 효율·생산성 측면에서 전반적인 거버넌스가 함께 움직이는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것이 굉장히 중요해 보인다. 이와 관련한 사례나 필요한 과제 등을 짚어 달라.
◇고진= 당장 결정할 것은 멋있는 일을 할 거냐, 나중에 평가받을 수 있는 쓸모 있는 것의 할거냐다.
외부에 보여주기 좋은 사례를 만들어야 할까, 아니면 일하는 방식이나 생활의 편리를 높이는 실질적 성과를 내야 할까를 지자체장이 결정해야 한다. 이후 필요한 데이터를 활용하면 된다.
데이터와 AI를 활용해서 성과를 내야 하는데 그 과정은 쉽지 않다. 스마트시티를 목표로 노력을 기울인 싱가포르, 영국의 수많은 도시의 사례를 보면 모두 고민이 있다. 모두 데이터 공유 등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덴마크만이 데이터 웨어하우스를 만들어 전 국민의 데이터를 한곳에 모았고 활용하고 있다.
한, 두개의 킬러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데 성패가 달렸다. 이를 위해선 위부터 아래까지 하나처럼 움직이는 것이 필요하다. 위에서 아무리 좋은 생각이 나와도 아래서 작동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이은주= 너무 크게만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까 언급했듯이 ‘스몰 투 빅’으로 접근할 부분이 많다.
예를 들어 IBM은 영국에서 맥시모 솔루션을 적용해 교각 관리를 혁신한 바 있다. 교각을 유지·보수하는 인력, 시간 등을 절감했는데 이와 비슷하게 혁신할 수 있는 사례와 기술이 많다.
현안 즉 문제점이나 어떤 목표를 기술적으로 어떻게 풀까라는 생각으로 접근하면 솔루션을 매칭할 기업은 얼마든지 있다. 너무 큰 시각으로만 보면 의사 결정이 느려지고 방향성이 모호해질 수 있다.
◇박상돈= 천안시도 언급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방 정부는 이런 사업을 독자적으로 추진하기엔 경험은 부족하다.
도움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중앙정부, 즉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가 스마트시티 관련 구체적 지침을 준다든지 아니면 지자체의 계획을 평가, 자문하는 등의 지원도 좋을 듯하다. 실제로 우리가 모르는 위험이 무엇이 있는지 점검을 받는 게 필요하고 시급한 과제다.
도로가 파손돼 생기는 포트홀이 있다. 운전자가 이를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한다. 행정에서도 마찬가지다. 포트홀이 어디에 숨어 있는지 알기 어렵다. 이런 포트홀 사례 데이터를 공유하고 네트워킹할 수 있는 포털이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으로 보인다.
◇고진=지자체와 협력을 추진하는 부분이 많다. 현재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다양한 시스템을 클라우드에 올려놓고 거기서 데이터를 공유하고 또 개발하고 여러 가지 실험도 해보고 할 수 있는 일종의 플레이그라운드다.
지자체가 이런 도구를 이용해 실증을 할 수 있다. 또 광역지자체와 양해각서를 체결하며 다양한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인천시와는 행정구역 개편에 따른 시민의 주소이전을 진행할 예정이다.
◇유현경= 외국인이 한국에 와서 당황하는 이유 중 하나가 한국에서만 쓰이는 서비스가 상당히 많다는 것이다. 이런 생태계에 외국인이 들어오는 것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클라우드, AI 기술의 도입이 늦어지는 측면도 분명히 있다.
한 국가의 보안 수준은 누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법적인 권한을 국가가 가진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외국 기업도 이에 따르기 위해 큰 노력을 한다.
하지만 여전히 들여다볼 부분이 많다. 한국과 유사하게 데이터 보안을 중요시하는 유럽도 최근 2년 전부터 달라진 모습을 보인다. 포기 할 수 없는 부분은 여전히 묶어 두고 있지만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은 민간과 협력해 클라우드화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유인상= 오래전부터 많은 대기업이 스마트시티로 승부를 보겠다며 관련 사업에 나섰다. 그런데 대다수가 현재 낙담을 많이 하고 있고 확실한 성공 사례가 나오지 않고 있다.
기업이 스마트시티 사업에 참여하고 성과를 내려면 어떤 동인이나 유인책이 있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일본 사례 하나만 들어 보겠다.
파나소닉이 참여한 후지사와 SST다. 전자 산업이 쇠락한 2000년대 후반, 파나소닉이 해당 지역의 공장 폐쇄를 결정하면서 도시 전체가 유령화 위기에 처했다. 약 5만여명의 인력이 한번에 후지사와라는 도시에서 빠질 수 있는 이슈였다.
이때 공기업, 지자체 등이 협력해서 해당 지역에 미래 도시를 짓기로 하고 파나소닉과 협력했다. 이후 이 모델을 갖고 다른 SST를 추가로 조성하고 해외에 수출까지 했다. 지금까지 스마트시티 모델을 수출한 유일한 사례라고 보면 된다.
핵심은 기업을 무조건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지자체는 다양한 인허가권을 갖고 있다.
토지를 공여하든 세제 혜택을 주든 어떤 수를 써서라도 일자리 창출에 이바지할 수 있는 기업을 유치할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이걸 특혜라고 여기면 이젠 쇠락할 수 밖에 없다.
너무 빠른 속도로 인구가 줄어든다. 기업이 없는 도시는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 많은 도시가 스마트팜 등과 연계해 기업을 유치하려고 하지만 물류 등 인프라가 미비한 곳이 여전히 많다.
◇사회=대담을 통해 핵심적으로 강조되는 부분을 요약해 보자면 디지털 기반의 스마트시티 정책 확산을 위해서는 혁신 기술과 데이터가 정부와 지자체, 민간 부분에서 원활하게 통합되는 협력적 생태계를 조성하고 육성하는 것이 필수라는 것이다.
협업을 통해 공공 뿐만 아니라 새로운 사업의 기회를 창출하고 스마트도시를 넘어 국가적 관점에서 다양한 과제를 해결해갈 수 있을 것이다. 오늘 함께 자리해 주신 모든 참석자에게 감사를 표한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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