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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 원유가격 ‘동결’… “올해는 ‘밀크플레이션’ 없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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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농진흥회를 통해 진행된 원유가격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다. 음용유 원유가격은 동결됐고, 가공유 원유가격은 인하됐다. / 뉴시스
낙농진흥회를 통해 진행된 원유가격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다. 음용유 원유가격은 동결됐고, 가공유 원유가격은 인하됐다. / 뉴시스

시사위크=연미선 기자  올해 진행된 원유가격 협상이 지난달 11일 첫 협상 이후 50일 만에 타결됐다. 특히 올해는 흰 우유 등 마시는 용도의 음용유 원유가격이 동결돼 이목이 쏠린다. 가공유 원유가격은 지난해와 비교해 인하됐다.

◇ 정부 “유업체도 흰 우유 가격 동결 예정”

낙농가와 유업계 등으로 구성된 낙농진흥회 소위원회서 지난 30일 원유 기본가격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다.

당초 원유가격 협상은 6월 한 달간 진행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생산비 상승에 따라 생산자는 협상 최대치인 리터당 26원 인상, 유업계는 동결을 요구하면서 교착상태에 빠져 이번 달까지 협상이 이어지게 됐다. 이에 정부가 중재안을 제시하며 개입했고, 14회에 걸친 협상 끝에 우유‧발효유 등 마시는 용도의 음용유 가격은 지난해와 같은 수준으로 동결됐다.

원유가격은 생산비 하락에 따른 2016년 가격 인하 이후 생산비 상승을 반영해 지속 인상되는 추세였다. 특히 올해는 생산비가 상승했음에도 원유가격이 동결돼 이례적이다. 여기엔 개편된 원유가격 결정 제도가 영향을 미쳤다. 작년부터 적용되고 있는 용도별 차등가격제는 생산비만을 반영해 원유가격을 결정하던 과거와 달리 생산비 변동과 원유 수급 상황을 함께 반영한다.

이와 함께 치즈‧분유 등 가공 유제품에 사용하는 가공유 가격은 오히려 인하됐다. 이에 따라 내달부터 적용될 가공유 원유가격은 현재 리터당 887원에서 5원/L 내린 가격이 적용된다.

이런 가운데 올해는 원유가격 협상과 함께 용도별 원유 구매량과 관련한 협상도 진행됐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이번 협상에서는 마시는 용도의 음용유를 9,000톤(t) 줄이는 대신 가공유를 9,000톤 늘려 유제품 소비구조 변화에 대응해 나가기로 결정됐다. 이번에 결정된 용도별 구매량은 내년 1월부터 2년간 적용된다.

◇ 국내 낙농산업에 닥친 위기, ‘중장기 발전 대책’ 통할까

7월 중순까지만해도 원유가격 협상이 길어지자, 업계서는 원유가격이 오를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렸던 바 있다. 이에 따라 우유를 사용하는 가공식품 등의 식품 물가도 함께 오르는 ‘밀크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증식됐던 가운데, 이번 협상 결과에 정부는 안도의 숨을 내쉰 모양새다.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는 “생산자‧유업계는 어려운 물가 상황, 음용유 소비 감소 등 산업 여건을 고려해 상생하는 차원에서 음용유 가격을 동결하는 데 합의했다”면서 “협상 이후 정부가 현재까지 파악한 바에 따르면 원유가격이 동결됨에 따라 서울우유‧매일‧남양 등 유업체도 흰 우유 가격을 동결할 계획이므로 소비자 가격은 인상되지 않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어 “따라서 올해는 흰 우유 가격 상승에 따른 카페라떼 가격 인상 등 소위 ‘밀크플레이션’으로 지칭되는 우유 관련 가공식품의 가격 인상 우려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국내서 생산되는 원유는 지난 2001년 234만톤에서 지난해 기준 193톤가량으로 줄어들었다. 반면 수입 원유는 같은 기간 65만톤에서 248만톤으로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따라 자급률은 77.3%에서 44.8%까지 하락했다.

이는 최근 유제품 소비 방식이 변화한 데서 기인한다. 전체 유제품에 대한 1인당 소비량은 2001년 63.9kg에서 지난해 기준 83.9kg까지 늘어났지만, 국내산 원유의 최대 활용처인 마시는 우유의 소비는 같은 기간 1인당 36.5kg에서 30.9kg으로 줄어드는 추세다. 반면 치즈‧아이스크림 등 유가공품 수요는 27.4kg에서 53kg로 증가하는 방향으로 소비구조가 전환됐다.

국내 낙농산업 위축은 국내산 원유 소비가 소비구조의 변화와 저출산 및 저렴한 수입 멸균유 증가 등으로 인해 줄어들고 가공유 또한 수입 원유와 비교해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자급률이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요약된다. 특히 오는 2026년엔 미국‧EU산 유제품에 대한 관세가 철폐되면서 수입산 유제품이 현재보다 더 저렴하게 공급될 예정으로 국산 원유 경쟁력 하락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이에 농식품부는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안착시키고 지속 가능한 낙농산업 발전을 위해 지난해 10월부터 15차례에 걸쳐 생산자‧유업계 등 이해관계자와 함께 논의해 왔다고 밝혔다. 이를 바탕으로 ‘낙농산업 중장기 발전 대책’도 마련됐다.

해당 대책에는 △저비용 원유 생산체계 구축 △유제품 생산‧유통비용 절감 △국산 유제품 수요 발굴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농식품부는 “낙농산업 중장기 발전 대책을 통해 안정적인 원유 생산 기반을 확보하고 자급률을 높이는 한편, 생산비를 안정화하는 방향으로 국산 원유의 경쟁력을 높여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시사위크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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