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K)-푸드의 세계적인 인기가 커지는 가운데, 외국 유명 프랜차이즈가 한국 시장에 들어왔다가 고전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커피나 치킨처럼 한국인의 소비가 많은 분야에서 가격과 취향을 따라잡지 못한 탓이다.
31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진출 6년 차를 맞은 미국 커피 전문점 블루보틀은 실적이 악화하는 추세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블루보틀은 지난해 영업이익 19억4600만원을 기록했다. 이전 해보다 16.6% 줄어든 수치다. 영업이익은 2021년 27억원을 기록한 후 매년 내리막을 걷고 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도 7억6600만원으로 전년(13억5300만원)보다 43.4% 감소했다.
블루보틀은 입맛이 까다로운 샌프란시스코의 젊은 벤처기업인들이 즐기는 커피로 알려지면서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블루보틀은 손님이 주문하면 커피콩을 저울에 달고 갈아 핸드 드립 방식으로 한 잔씩 커피를 내린다. ‘빠르고 저렴하게’ 대신 ‘느리지만 최고의 맛’이란 전략으로 커피 마니아들을 공략했다.
토니 콘래드 트루벤처스 파트너는 “스타벅스가 마이크로소프트라면, 블루보틀은 ‘커피계의 애플’”이라고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블루보틀이 커피산업에 ‘제3의 물결’을 일으켰다”고 보도했다.
블루보틀은 2018년 한국에 블루보틀커피코리아 유한회사를 설립하고, 이듬해 5월 서울 성수동에 국내 1호 매장을 냈다. 현재 국내에서 9개 매장을 운영한다. 1호 매장은 개점 당시 오픈런(매장이 열리는 순간 입장)이 이어질 정도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러나 국내 커피 시장 판도를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가 주도하고, 블루보틀을 대신할 카페들이 인근 상권에 자리 잡으면서 자연스럽게 쇠퇴했다.
한국바리스타협회 관계자는 “국내 커피 시장보다 규모가 4~5배 큰 일본에서 블루보틀이 운영하는 매장이 20여 개인데, 한국에서 절반에 가까운 9개를 운영한다”며 “커피는 개인적인 취향이 뚜렷한 식품이라 아무리 글로벌 회사라도 가격이나, 속도처럼 소비자가 선호하는 요소를 갖추지 않으면 경쟁에서 뒤처질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2월 한국에 진출한 미국 최대 치킨윙(닭 날개) 프랜차이즈 윙스탑도 비슷한 처지다.
윙스탑은 지난 1994년 미국 텍사스주(州) 댈러스에서 출발해 현재 13개 나라에서 1800여 개 매장을 운영하는 치킨윙 전문 프랜차이즈다. 미국 나스닥 증권거래소에도 상장해 있다. 시가 총액은 11조2500억원에 달한다.
한국은 윙스탑이 동북아시아에서 처음 진출한 국가다. 마이클 스킵워스 윙스탑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진출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2023년 안에 매장 2개를 추가로 열고, 이후 200호점 이상 개점이 목표”라고 했다.
하지만 윙스탑은 1년 반이 지난 현재 여전히 서울 강남에 매장 1개만 운영하고 있다.
이 브랜드는 닭 날개 6조각이 든 1인용 패키지를 8900원에 판매한다. 1마리에 2만 원 안팎인 국내 치킨 가격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 정통 미국 맛을 추구한다는 명목으로 현지 맛을 강조했지만, 이 또한 ‘치킨 공화국’으로 불리는 한국 소비자 취향 공략에 실패했다.
한 브랜드 포지셔닝 전문가는 “국내 소비자 수준이 이전보다 높아져서 이제 막연하게 외국에서 유명한 브랜드라고 환호하지 않는다”며 “스타벅스가 신세계, 파이브가이즈가 한화라는 대기업을 등에 업고 한국 시장에서 승승장구한 것처럼 현지 우량 기업과 손잡지 않으면 외국 브랜드가 국내에서 자리 잡기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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