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반도체 업계의 적극적인 공정 가동으로 반도체 생산이 역대 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 증가 속에도 출하가 활발해 재고는 오히려 감소했다. 호황 사이클의 모습을 보인 것이다. 기업들이 반도체 생산 장비 도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향후 생산량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31일 통계청이 발표한 6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반도체 생산 지수(계절조정)는 163.4(2020=100)를 기록했다. 반도체 생산 지수는 1980년 1월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달 반도체 생산은 전월 대비 8.1%, 전년 동월 대비 26.9%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생산이 크게 증가한 가운데 출하도 증가 흐름을 보였다. 지난달 반도체 출하는 전월 대비 23.7% 증가했다. 반도체의 내수 출하(지수 : 110.0)는 전월 대비 7.0% 감소했으나, 수출(지수:199.6) 출하가 28.1% 증가했다. 지난달 반도체 산업의 수출 출하 규모는 내수 출하의 약 6배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생산 증가에도 출하가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반도체의 재고는 전월 대비 14.6% 감소했다.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35.5% 감소한 규모다.
반도체 기업들의 생산 장비 도입도 늘고 있어 향후 생산·출하는 계속 증가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6월 산업활동동향의 설비투자 측면을 보면 반도체 설비 도입이 본격화하면서 기계류 설비 투자가 전월 대비 6.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생산 설비 도입·확대로 향후 반도체 생산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부도 반도체 기업의 설비 확대를 정책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16일 개최한 ‘5차 민관합동 수출확대 대책회의’에서 반도체 기업의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 확대와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구매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EUV 장비를 비롯해 반도체 생산 장비가 워낙 고가여서 대기업도 신규 장비 도입이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정부가 지원해 기업의 생산 케파 확대를 유도하겠단 방침”이라고 말했다.
다만 반도체 산업의 호황 사이클이 뚜렷해지는 가운데, 한국 경제의 반도체 편중 현상이 짙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분기별 제조업 재고출하순환도를 보면 ‘반도체 포함 순환도’에서는 출하 감소 규모보다 재고 감소가 더 커 ‘회복/상승’ 국면에 계속 위치하고 있지만, ‘반도체 및 부품 제외 순환도’에서는 출하는 감소하고 재고가 증가하는 ‘둔화/하강’ 국면으로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6월 산업활동동향에서 전산업 생산 감소를 야기한 공공행정 생산 감소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공공행정 생산이 경기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작지만, 정부 투자 등의 경기 부양 효과를 무시할 순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경기 부양 차원에서 올해 재정을 상반기에 집중 집행했다. 기재부에 따르면 정부가 올해 상반기에 집행한 재정은 357조5000억원에 달한다. 연간 재정 집행 계획(561조8000억원) 대비로는 63.6% 규모다. 이를 역산하면 하반기에 집행할 재정은 연간 재정 집행 계획의 36.4%에 불과한 셈이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 재정을 상반기에 조기 집행한데다, 세수 상황도 열악하다”면서 “하반기에 공공행정 생산은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활동 지표에서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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