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서 남북 간 전쟁이 발생할 경우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경제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첫해에만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이 4% 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피해 규모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블룸버그는 산하 경제 기관 블룸버그 이코노믹스 분석을 인용해 “한반도에서 전쟁이 벌어진다면 수백만 명이 사망함은 물론이고, 첫해에만 전 세계에 4조 달러(약 5540조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첫해에만 전 세계 GDP의 3.9%가 줄어들 수 있다고 추산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으로 전 세계 GDP의 1.5%가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두 배가 넘는 셈이다.
블룸버그는 한국을 ‘지정학적 단층선 위에 지어진 반도체 공장’이라고 표현하며 전쟁 발생 시 전 세계 반도체 공급망에 차질이 생길 것을 우려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한국은 전 세계 반도체 메모리 칩의 약 40%를 생산하고 있다. 전쟁이 발생하면 한국의 반도체 생산 능력은 80% 이상 파괴될 것이고, 이에 따라 전 세계 반도체 공급망이 마비돼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특히 남한 인구 절반이 거주하는 수도권이 북한 사정권이라는 점을 불안 요인으로 꼽았다. 블룸버그는 “북한 미사일 공격의 사정권인 한국의 수도권과 주변 지역에 한국 인구의 약 절반 수준인 2600만명이 거주하고 있다”면서 “이들은 대한민국 반도체 생산의 81%, 전체 제조업 생산의 34%를 담당하는 인력”이라고 설명했다.
전쟁이 발생한다면 북한이 서울의 주요 군사, 정치, 경제 시설에 포격을 가하는 것이 시작일 가능성이 높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최근 몇 달 동안 북한은 약 250km를 비행할 수 있는 단거리 탄소 미사일을 포함해 공격 무기들을 시험한 바 있다. 블룸버그는 만약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그의 정권에 대한 실존적 위협을 인식한다면 핵 공격을 감행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한국국방연구원(KIDA)에 따르면 북한은 약 80~90개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한국, 일본, 미국에 대한 핵 공격을 시도할 만한 양이며 한국 제조업의 약 절반과 반도체 용량의 대부분이 파괴될 수 있는 규모다.
아울러 블룸버그는 한반도 전쟁이 일어나면 미국은 한국, 중국은 북한 편이 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세계 경제 강대국 간의 무역은 새로운 장벽에 직면하게 되고, 세계 시장은 폭락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블룸버그는 전쟁 발생 가능성이 작지만, 그렇다고 확률이 ‘0′은 아니라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지난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4년 만에 북한을 방문해 새로운 방위 협정을 만들어낸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대만에 대한 중국의 위협으로 이미 흔들린 전 세계에 또 다른 위험을 더했다”라고 평가했다.
김정은 정권의 붕괴도 잠재적 시나리오 중 하나다. 이는 한반도 전면전보다 가능성이 높다고 블룸버그는 전망했다. 블룸버그는 만약 이 시나리오가 현실이 될 경우 무역량과 산업 생산이 줄어 한국의 GDP가 2.5%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로 인한 전 세계 GDP는 약 0.5%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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