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만원 지원·노란봉투법도 출격 대기
소모전에 피로누적, 野 전당대회 겹쳐
8월 임시국회로 통과 시기 넘어갈 수도
민주당선 ‘2차 대립전선’ 용어 공식화
장장 5박 6일간, 111시간의 ‘방송 4법’ 필리버스터 정국이 30일 오전 일단락 됐지만 여야의 극한 대치는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이날 정치권에 따르면 앞서 국회에서 벌어졌던 ‘법안 상정→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 진행 방해)→강제 종결→야당 강행 처리’의 악순환은 조만간 또 재연을 앞두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지난 25일부터 엿새에 걸쳐 방송통신위원회 설치및 운영법과 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을 상정, 국민의힘의 반발 속에도 강행 처리를 했다.
민주당 당론 법안인 ‘2024년 민생회복 지원금 지급을 위한 특별조치법안전국민 25만원 지원법)’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노란봉투법)’까지 연이어 본회의 출격을 앞두고 있어, 국민의힘은 이 쟁점 법안들에도 필리버스터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변수가 없이 오는 1일 본회의가 개의하면, 여당이 필리버스터로 맞서더라도 7월 임시국회가 끝나는 8월 3일 안에는 이들 법안들의 통과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31일 이들 법안을 처리하고, 1일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다만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의 방통위원장 임명 시점에 따라 ‘2차 대치’ 시간표는 좀 더 뒤로 미뤄질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국회에 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보내달라고 요청하면서 보고서 송부 기한을 ‘하루’로 지정했다. 국회가 재송부 요청 시한까지 응하지 않으면 대통령은 다음날부터 인사청문보고서 없이 후보자를 임명할 수 있어, 이르면 이튿날인 31일 이진숙 후보자를 방통위원장으로 임명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이진숙 후보자가 임명될 시 즉각 탄핵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방통위원장 임명 시점을 고려해 본회의 일정을 잡는다면 7월 임시국회 중이 아닌 8월 임시국회가 될 전망으로, 이때 전국민 25만원 지원법과 노란봉투법이 넘겨질 가능성이 있다.
뿐만 아니라 민주당은 8·18 전당대회를 위해 오는 3일 전북, 4일 광주·전남에서 지방 순회 경선 일정을 잡아놨다. 필리버스터 중단 표결, 법안 처리를 위해 호남으로 대거 향했던 의원들이 본회의 사정에 맞춰 서울 여의도 국회로 대대적 복귀를 하는 것이 쉽진 않다. 또한 거야가 수적 우위를 앞세워 법안을 강행 처리하면 여당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요청하는 소모전이 이어지고, 여기에 필리버스터까지 장기화되며 여야의 체력 부담 등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민주당은 ‘방송 4법’ 필리버스터 정국이 이날 오전 종료됐음에도, 이후 열린 의원총회 직후 ‘2차 대립전선’이라는 용어를 공식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2차 대립 본격화의 시기에 대해서는 특정하지 않았다.
윤종군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기자들을 만나 “2차 대립전선이 지속되지 않을까. 오늘(30일)로 상황이 종결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상황이 8월 초중순까지 더 진행될 거 같다”고 했다. 또 “방송통신위원장 인재풀이 다 고갈 날 때까지 (탄핵을) 할 수밖에 없다”라고도 밝혔다.
이어 “(당초 알려졌던대로) 1일 본회의가 확실히 열린다고 얘기하긴 어려울 것 같다”며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대처할 것이고, 의원총회에서도 ‘(원내)지도부를 믿고 기다려달라’ 이렇게 말씀 나눴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여야는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방송 4법’의 대통령 거부권 행사 여부를 둘러싼 공방도 이어갔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방송 4법 통과 후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규탄대회를 열어 “지난 21대 국회에서 대통령이 재의요구를 행사하고 부결된 법안을 또다시 일방으로 밀어붙인 이상 국민의힘은 집권여당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대통령의 재의 요구를 건의할 것”이라며 “민주당이 공영방송을 장악하기 위해 습관적으로 탄핵하고 청문회를 악용해 갑질을 남발하고 거대의석으로 입법폭주를 반복해도 우리의 공영방송 정상화 추진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박찬대 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방송 4법 처리 후 의원총회에서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민주적 절차에 따라 압도적 찬성 의결한 법안을 대통령이 거부할 명분이 없다”라며 “그럼에도 기어이 거부한다면, 그것은 기어이 독재의 길을 가겠다는 선언이라고 해야 할 것”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박 원내대표는 “만일 윤석열 대통령이 방송 4법을 또다시 거부하고 독재의 길을 고집한다면, 그가 추앙하는 역대 독재정권의 말로를 그대로 따르게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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