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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뼈 때리는 질책에 큐텐·티메프 “믿어달라” 호소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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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는 최근 정산지연으로 대규모 사회적 혼란을 일으킨 ‘티메프 사태’의 모기업 큐텐그룹 청문회였다. 정무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은 한목소리로 큐텐그룹, 티몬, 위메프를 비롯해 금융당국을 질책했다.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와 티몬·위메프는 계속된 질의와 질책에도 뚜렷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했다.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는 30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경영자로써 무능했다는 지적에는 통감하고 송구스럽지만 사기 의도를 가지고 한 건 절대 아니다”라며 “(의원님들) 지적이 뼈아파서 다른 말씀을 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가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티몬·위메프(티메프) 사태' 관련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번 사태와 관련해 사과하고 있다. 왼쪽부터 류화현 위메프 대표, 류광진 티몬 대표,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 한기정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 뉴스1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가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티몬·위메프(티메프) 사태’ 관련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번 사태와 관련해 사과하고 있다. 왼쪽부터 류화현 위메프 대표, 류광진 티몬 대표,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 한기정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 뉴스1

줘야 할 돈은 있는데 줄 돈은 없어

이날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는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 류광진 티몬 대표, 류화현 위메프 대표 등 당사자들과 금융감독원,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 등 주요 정부기관이 참석했다. 구영배·류광진·류화현 대표 3명이 모두 책임을 회피한 건 아니었다.

문제는 이날 가장 많은 질책이 쏟아진 건 큐텐그룹과 티몬, 위메프가 해결책 없이 죄송하다는 말씀만 반복했다는 점이다. 티메프 사태로 인한 피해가 1조원 이상의 피해가 예상되는 가운데 소비자·판매자 등 피해자 피해구제 방안이 없다는 점이 문제가 됐다.

특히 티몬 정산지연 조짐이 나온 7월 초부터 티메프 사태 발발까지 3주쯤 동안 이뤄진 거래대금의 향방도 오리무중 상태다. 티몬과 위메프는 큐텐그룹이 재무를 관리한다고 하고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는 재무본부장이 관리해서 잘 모른다고 답변했다. 그 재무본부장은 연락이 되지 않았다.

윤한홍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장(국민의힘)은 “피해자 대책은 사고를 친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와 티몬·위메프가 변상해야 하는데 줘야 할 돈은 있고 줄 돈은 없다고 한다”며 “공정거래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은 오늘 질의와 답변 내용을 들었으니 분명히 어딘가에 숨은 돈을 여러분이 찾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윤한홍 위원장은 이어 “선정산 대출도 있고 이자율 6%로 어음 할인 하듯 판매자가 손해보는 와중에 티메프에 돈이 없으니까 최근에 상품권도 할인판매했는데 그 현금이 다 어디 갔느냐”며 “구영배 대표는 재무본부장이 그룹 재무를 안다는데 재무본부장은 연락도 안되고 피해구제를 책임지겠다고 한 당일 회생신청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신뢰가 하나도 안된다”고 지적했다.

강민국 의원을 비롯한 여러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구영배 대표가 큐텐그룹 보유지분을 전체 매각 또는 담보를 통해 사태를 수습하겠다고 발표한 날 티몬과 위메프가 기업회생을 신청한 점도 문제 삼았다.

구영배 대표는 “법적으로는 정확히 몰라도 (티메프 사태에) 문제가 있고 늦었다는 점은 통감한다”며 “기업회생을 신청한 건 제가 이렇게 발표하고 회생을 신청하면 내가 뭐가 되냐고도 말했는데 각 사에서 버틸 수 없다 그래서 반대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류화현 위메프 대표는 “절대 판매자(셀러) 채권을 안 갚기 위해서가 아니라 소송과 가압류가 너무 많아 사이트가 마비돼 자율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채권을 상환하려고 회생신청을 하게 됐다”며 “이렇게 살아본 적이 없는데 살해 협박을 받기도 했지만 정말 목숨걸고 회복시켜서 정상화하고 싶다”고 호소했다.

여야 모두 티메프 부실 경영 질타

구영배 대표는 연이어 쏟아지는 의원 질의에 죄송하고 책임을 통감한다는 말만 주로 반복했다.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은 “대표 3명이 나왔는데 본사에서 재무팀을 운영한다고 서로 재무구조를 모른다고 하는 게 무슨 혁신적인 기업을 만든다고 하는거냐. 그러니까 못 믿는 것이다”라며 “이런 점이 국민이 속 터지고 화나는 부분이다”라고 비판했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큐텐그룹이 거래량이 많은 적자기업을 싸게 인수해 물류량을 확보하고 그렇게 확보한 물류량을 기반으로 물류자회사 큐텐익스프레스를 나스닥에 상장해 자금을 확충하려는 것 아니었냐고 지적했다.

강훈식 의원은 “구영배 대표는 계속 ‘나는 선의로 최선을 다했다. 나는 좋은 기업인이다’라고 하는데 괜찮은 기업을 만들고자 했다는 증거가 하나도 없다”며 “돈이 1조원 이상 증발했는데 어디 있는지 말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구영배 대표는 자생을 확신하는데 리스크 관리를 위한 조치는 보이지 않고 재무 전문 파트를 분리해 자금흐름 효율화 조치한 것만 보인다”며 “견실한 경영구조, 수익구조를 만든다는 전제로 자꾸 말하면서 자본을 충전하려고, 투자받으려고 하는데 직원들이 이미 회사가 정상화될 수 없다는 불안과 여러분(구영배·류광진·류화현 대표) 의지와 실력을 믿지 못해서 도망간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강일 의원은 이어 “구 대표가 사재를 모두 내놓겠다고 했는데 사업이 제대로 되지 않는 회사 지분은 휴지조각이나 마찬가지며 단기차입금도 없고 고정자산 중에 재평가받을 만한 자산도 없어 자력갱생이 가능한 구조가 아니다”라며 “돈도 없고 자본을 투자할 회사도 없을 것 같고 사적재산을 출연할 것도 없을 것 같고 대규모로 자본을 충전할 수단도 없다. 구 대표는 추상적인 이야기만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뭐 하러 나왔냐” 호통에 “죄송하다” 반복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티몬과 위메프가 통신판매중개업자인데 소비자가 잠시 위탁한 거래대금을 회사가 마음대로 사용한 점도 비판했다. 앞서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는 이날 회의 초 글로벌 온라인 쇼핑몰 ‘위시’ 인수 자금을 판매대금에서 준용해 사용하고 한 달 만에 상환했다고 인정했다.

강민국 의원은 “티메프가 이윤을 거의 창출하지 못해서 정산대금을 줄 수 없는 지경인데 쇼핑몰을 운영하면서 투자자를 끌어들이는 건 남의 돈으로 내 장사를 하겠다는 건데 그런게 어딨냐. 그게 사기다”라며 “오늘 해결 방안이라고 말씀하시는 게 티몬과 위메프 합병인데 정산지연 리스크가 발생한 걸 알고 있었다면 진작 티메프를 합병했어야 한다. 오늘 굳이 이렇게 말하는 건 말장난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 류광진 티몬 대표, 류화현 위메프 대표는 죄송하다는 말을 연신 거듭했다. 가장 시급한 피해자 피해 규모 최소화를 위한 방안이 마땅치 않아서다. 이번 티메프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 모인 판매 자금 향방도 결국 오리무중인 모양새다.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핵심은 소비자, 입점업체에 엄청난 피해가 예상되는데 그 피해를 최소화시킬 책임은 세 분(구영배·류광진·류화현 대표)에게 있다”며 “여기 나올 정도면 사재를 털어서라도 피해자를 구제하겠다는 자세가 있어야 되는 것 아닙니까”라고 비판했다.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도 “전국민이 본 피해를 보상하기 위해 정부가 많은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는데 결국에는 국민 혈세가 들어간다”고 질타했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지금 티몬으로부터 시작된 이번 사태 때문에 해피머니 본사는 셔터를 내렸고 고객센터는 연락이 안 되며 해피머니 상품권 사용처는 막혀 해피머니 이용자가 티몬발 연쇄 피해를 입고 있다”며 “해피머니 사태는 티몬으로부터 시작됐으니 구영배 대표는 반성하고 구제 정책을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한홍 위원장은 “많은 질의의 결론은 하나다. 티메프가 돌려막기하다 부도가 났고 1조원이나 되는 피해가 발생했는데 구영배 대표는 그 돈이 어디갔는지 모르겠다 없다고 한다”며 “이걸 계기로 대한민국 이커머스를 전수조사해 유사한 사례가 생기는 부끄러운 일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윤한홍 위원장은 이어 “오늘 구영배 대표와 류광진 티몬 대표, 류화현 위메프 대표가 나와서 책임있게 얘기할 것을 기대했는데 도대체 판매대금을 카드사나 PG사로부터 받아 어디로 빼돌렸는지에 관한 답변은 전혀 없고 기회를 달라는 답변만 하고 있어서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며 “국민 온라인 쇼핑거래 비중이 계속 증가하는데 다른 이커머스가 티메프처럼 판매대금을 60일 동안 굴리다 만약 또 돈이 사라지지 않도록 정부가 대책을 빨리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

IT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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