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손지연 기자 ‘티몬·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30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긴급현안질의를 통해 해당 사태의 중심인 구영배 큐텐 대표를 증인으로 회부했다. 정산 대금 피해 규모가 당초 예상을 훨씬 상회하는 수준으로 확대되고 있어 사건 진상 규명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여야는 판매대금을 지급하기 어려운 상황을 알고 있었음에도 물품판매를 지속한 구 대표를 향해 “의도된 사기행위”라고 직격했다.
◇ ‘티메프’ 사태, 여야 한목소리로 규탄
30일 정무위는 ‘티몬·위메프’의 모회사 큐텐 그룹의 구영배 대표를 증인으로 회부해 ‘대책마련’에 대해 질의했다. 하지만 구 대표는 구체적인 대책마련은 고사하고 큐텐의 자회사인 큐익스프레스를 나스닥에 상장하기 위해 티몬과 위메프를 인수하고 미국 기업인 ‘위시플러스’를 인수하기 위해 판매대금 ‘돌려막기’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 등에 대해서도 답변하지 못했다.
이번 정산 지연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점은 ‘판매 대금’을 받지 못해 줄도산 위기에 처한 이커머스 판매자들이다. 이에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은 가장 먼저 구 대표를 향해 “큐텐 그룹에서 동원 가능한 시재 규모가 얼마이고 개인 사재는 얼마까지 가능하냐”고 물었다.
이에 구 대표는 “그룹이 최대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은 800억인데 이 부분을 다 투입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개인 사재의 경우 큐텐 지분의 38%를 가지고 있는데 현재 기업가치가 최대치였던 5,000억에서 하락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는 “내가 가진 것 모두 내놓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사실상 얼만큼의 자금을 동원해 정산금을 지급할 수 있을지 명확히 제시하지 못했다.
또 내부적으로 피해금액 규모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신 의원은 “5월만 2,000억 정도고 미정산금을 포함하면 5,000억, 1조까지 될지 모른다고 추산하고 있다”며 “구 대표는 피해 금액을 얼마로 추산하고 있냐”고 물었다. 구 대표는 다소 당황한 모습을 보이며 답변하지 못하다 신 의원이 재차 “정확하게 추산하지 못한 것이냐”고 묻자 “그렇다”고 답변했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이 티몬·위메프의 모기업인 큐텐이 미국 업체인 ‘위시 플러스’를 인수하기 위해 이커머스 기업인 두 기업의 판매 대금을 사용해 ‘돌려막기’ 한 것으로 봤다. 김 의원은 사라진 ‘판매대금’의 향방에 대해 질의했으나 구 대표는 “현재 회사에 자본이 남아있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구 대표는 전날(29일) 오전 입장문을 통해 사재를 출연해 티몬과 위메프의 자금 유동성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입장 발표 9시간 만에 두 기업의 기업회생을 법원에 신청했다. 회생절차에 들어가게 되면 정산대금을 받지 못한 판매자들은 사실상 돈을 받을 수 없게 된다.
김 의원은 이를 두고 “이 내용(입장문)이 진짜 진정성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며 “오히려 시간끌기를 하고 채무불이행 선언한 것 아니냐”고 했다. 또 “고위부 폰지사기의 의혹도 있다”고 날을 세웠다. 구 대표는 “절대 그렇지 않다”고만 답했다. 의혹에 대해서 구체적인 해명 없이 부정만으로 일관해 의혹에 대한 불씨만 더 커지는 모습을 보였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도 “의도된 사기 행위”라며 “이 사태를 놓고 본다면 구 대표는 굉장히 비열한 기업인”이라고 일침했다. 그는 “정부 측 추산 금액 2134억, 피해 셀러 추산 금액은 5000억, 6, 7월 미정산 금액까지 하면 1조원 가까이 된다고 하는데 구 대표는 전체 피해액을 500억 정도로 추산하는 굉장히 안일한 인식 가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며 “구 대표 이번 셀러들이 입은 피해 금액 정산하고 변제할 의지 있나”고 물었다.
이에 대한 구 대표는 현 상황에서 대책 마련에 대해 제시하지 못하고 자신을 ‘도와달라’고 호소하는 데 그쳤다. 그는 “제가 할 수 있는 현재 비즈니스가 중단된다면 저는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며 “이 부분들을 약간만 도와주시면 다시 정상화해 반드시 피해복구를 완전히 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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