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7월 기준금리를 12번 연속 동결하기로 결정한 배경에는 ‘주택 가격’에 대한 ‘피벗’(pivot·통화정책 전환) 위험이 커졌다는 판단이 짙게 깔린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물가 안정화와 미약한 내수 상황을 감안할 때 ‘기준금리 인하를 고려할 만한 환경이 조성됐다’는 일부 금통위원의 의견도 있었다.
한은이 30일 공개한 ‘7월 금통위 의사록’에는 이런 내용의 금통위원별 기준금리 결정에 관한 의견이 담겨 있었다. 앞서 지난 11일 한은 금통위는 지난해 2월부터 이어진 연 3.5% 기준금리 수준을 동결하겠다고 결정한 바 있다.
우선 금통위원들은 기준금리 결정에 있어서 우선 고려 요소인 ‘물가’가 안정화됐다고 대체로 평가했다. 한 위원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 중반 수준, 일반인의 기대 인플레이션이 3% 수준으로 하락했다”며 “물가가 전망 경로를 따라 둔화하면서 내년 하반기에 목표 수준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다만 아직 안심하기엔 이르다는 우려도 감지됐다. 한 위원은 “지정학적 리스크, 기상 여건 등에 따른 불확실성이 잠재하고 있고, 여전히 높은 기대인플레이션율 등으로 물가가 목표 수준으로 안착할지 여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했고, 또 다른 위원은 “공공요금 조정 가능성이 대두되며 물가의 환율에 대한 민감도도 과거에 비해 높아졌을 가능성이 있어, 향후 물가의 상방 리스크에 대해 계속해서 주의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이번 기준금리 동결에는 무엇보다도 주택 가격 상승에 따른 불안감 확대가 주요하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 금통위원은 “물가 측면에서의 피벗 위험은 상당폭 낮아진 것으로 평가하나, 주택 가격 상승 폭 확대로 인한 금융 안정 측면에서의 피벗 위험은 증가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고, 주택 매매 거래량 증가에 따라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규모도 큰 폭으로 느는 현상을 우려한 것이다. 이 위원은 “과거 경험상 주택 가격과 가계부채 규모와의 상관관계가 상당히 높은 편이어서 주택 가격 상승 추세가 지속될 경우 가계부채가 다시 큰 폭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우려했다.
일부 위원은 이런 주택 가격 상승이 겨우 안정화한 물가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기도 했다. 한 위원은 “주택 가격 상승은 가계부채 증가뿐 아니라 주거비 상승으로 이어져 가계 소비의 제약과 함께 물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특히 가계가 보유한 유동성이 늘어난 가운데, 최근 주택 매매 거래가 실수요자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주택 매매 가격이 대출 금리에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은행권뿐 아니라 비은행권의 기업 대출 연체율 상승도 금리를 쉽게 건들 수 없는 요인으로 꼽혔다. 한 위원은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기업 대출 연체율이 계속 높아지고 있는데, 건설·부동산업의 업황과 재무 리스크,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구조조정 과정에서의 비은행권 리스크 확대 가능성 등을 계속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위원은 “하반기 공사채 순 발행 물량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부동산 PF 구조조정 과정에서 금융시장 불안 요인이 현실화하지 않도록 금융 시장 안정에 만전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다만 일부 위원은 기준금리 인하를 고려할 환경이 조성됐다는 의견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 위원은 “통화 정책의 1차 목표인 물가가 안정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며 오랜 기간 유지된 고금리 정책의 성과라고 생각한다”며 “이런 물가 상승률 하락 추세가 지속된다면 미약한 내수 경기를 감안할 때 기준금리 인하를 고려할 만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단 해당 위원은 이를 위해서는 ▲외환시장의 안정 ▲구조조정·부동산 가격 안정 등 두 가지가 전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책 당국과의 공조가 중요해진 시점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한 위원은 “현재 각국은 자국의 경제 사정을 반영해 통화정책 차별화를 시행하고 있는 만큼, 우리의 통화 정책 방향에 대해서도 향후 정책 기조 전환에 따라 실물·금융 부문에 미치는 편익과 비용, 정책 효과의 부문별 상충 정도 등을 다시 한번 재점검해야 한다”며 “그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거시 건전성 정책과의 조합 모색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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