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 로켓배송’을 시행 중인 쿠팡에서 노동자들의 사망이 이어지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쿠팡 물류센터 새벽노동 현장점검에 나섰지만, 사측이 이를 막았다. 의원들은 현장점검 재진행과 당 차원의 대책위 구성 등 후속대응을 약속하는 것과 함께 고용노동부에 특별근로감독을 촉구했다.
30일 새벽 3시 안호영 국회 환경노동위원장과 권향엽·김주영·민병덕·박정현·박해철·박홍배·엄태영·이용우 의원 등 민주당 노동존중실천단 의원들은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와 함께 쿠팡 경기 남양주2캠프 현장점검에 나섰다. 이곳은 지난 5월 28일 사망한 ‘로켓배송’ 기사 고 정슬기 씨의 근무처였다. 사망 전 정 씨는 저녁 8시 반부터 다음날 오전 7시까지 주 6일 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의원들의 쿠팡 남양주2캠프 현장점검은 이뤄지지 못했다.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 측이 입장을 막았기 때문이었다.
민주당 환노위 소속 의원들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장점검에 나선 이유에 대해 “쿠팡의 차별화를 만들고 있는 ‘로켓배송’은 새벽 3시를 정점으로 하는 심야노동을 동력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심야 시간대 분류작업은 그 강도가 매우 높고, 이어지는 배송작업까지 장시간노동으로 이어지면서 노동자의 과로와 사망을 유발하고 있다”며 “이런 현장의 실태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국민 앞에 설명하는 것은, 국민을 대표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국회의원의 당연한 책무”라고 설명했다.
이어 “노동존중실천단은 그저 단순히 방문한 것이 아니다”라며 “노동환경을 면밀히 살펴보고, 계속되는 산재 원인을 구체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고용노동부 산업안전근로감독관 등 전문가 일행과 동행했다. 온습도 측정이 가능한 전문측정기기도 지참했다”고 밝혔다.
의원들은 쿠팡이 자신들의 진입을 제지한 데 대해서는 “처음에는 ‘들어올 수 있다’고 했으나, 갑자기 현장에서 ‘내부 현장이 굉장히 혼잡하여 다수 인원이 한꺼번에 들어가면 안전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극소수의 인원만 들어올 것을 강요하며 계속 시간을 끌었다”며 “문제 핵심을 은폐하려는 수작”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의원단은 ‘모두 들어가도 20명 남짓에 불과한 인원이며, 작업 환경을 방해하고자 온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으나, 쿠팡CLS 대표는 직접 현장에 나타나지도 않고 전화로 지시하며 결국 방문을 거부했다”고 덧붙였다.
의원들은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들이 방문해도 ‘문틀막’하며 문전박대하는데, 현장노동자, 산재 유가족, 쿠팡대책위 노동자들은 대체 어떤 식으로 대할지 심히 우려된다”며 “일말의 책임도, 반성도 보이지 않는다. 정녕 노동자 목숨을 사람 목숨으로도 생각하지 않는 것인가”라고 쿠팡을 질타했다.
그러면서 △ 새벽시간대 현장점검 재진행 △ 고용노동부에 심야노동 핵심시간대 특별근로감독 촉구 △ 쿠팡 노동자를 지킬 수 있는 법제도적 개선을 위한 당 차원 대책위 구성 등 후속대응을 약속하고 “노동자가 다시는 쿠팡캠프에서 죽음으로 내몰리는 일이 없도록, 하루빨리 산재를 방관하는 정부와 쿠팡의 무책임한 태도를 바꿔낼 수 있도록 바삐 움직이겠다”고 밝혔다.
한편 ‘심야 로켓배송’과 연관된 것으로 의심되는 쿠팡 노동자 산재 사망사고는 정 씨 외에도 더 있다. 지난 18일 제주 지역에서는 ‘심야 로켓배송’ 실시 일주일만에 쿠팡 노동자 2명이 쓰러져 병원으로 실려갔고, 그 중 1명이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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