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박설민 기자 국내 연구진이 환경호르몬이 나오는 화학물질 ‘비스페놀’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친환경 촉매를 개발했다. 하천, 대기, 해양 등 플라스틱 환경호르몬에 노출된 자연 환경을 정화하는데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는 김종민 물질구조제어연구센터 선임연구원, 한상수 계산과학연구센터 책임연구원, 김상훈 극한소재연구센터 책임연구원팀이 친환경 건식 기반 ‘아크 플라즈마 증착 공정’을 활용, 비스페놀 분해에 효과적인 고성능 코발트 단원자 촉매를 만들었다고 30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주병권 고려대학교 전기전자공학부 교수팀과 공동 진행했다.
비스페놀은 열에 강하고 기계·화학적 물성이 뛰어난 물질이다. 영수증, 물병, 생수통, 비닐 등 플라스틱 소재의 주요 원료로 널리 사용된다. 이때 비스페놀류 중 ‘비스페놀A(BPA)’는 우리가 흔히 ‘환경호르몬’이라고 부르는 내분비교란물질이다. 생식, 발달, 지능 뿐 아니라 다양한 대사성 질환에도 악영향을 준다.
현재 비스페놀 제거에 사용되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전기-펜톤 공정(electro-Fenton)’이다. 이는 ‘수산화라디칼’을 발생시킨 후 수처리를 진행하는 방법이다. 수산화라디칼은 산소 원자에 쌍을 이루지 않은 원자가 전자를 가지고 있어 반응성이 큰 물질이다. 비스페놀 등 오염물질 제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연구팀은 전기-펜톤 공정 과정에서 수산화라디칼 발생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친환경 촉매를 고안하고자 했다. 이에 ‘아크 플라즈마 공정’을 촉매 제작에 사용했다. 아크 플라즈마 공정은 진공 상태에서 반복적인 펄스 전압으로 금속 또는 세라믹을 증발시켜 이를 물체 표면에 얇은 막으로 입히는 방식이다. 펄스 횟수를 조절해 원하는 두께나 특성을 가진 증착층을 만들 수 있다.
연구진은 새로 개발한 촉매로 폐수속 환경호르몬 제거 테스트를 진행했다. 그 결과 수용액 내 타겟팅된 20ppm 농도의 신종 환경호르몬 BPF를 5분 이내에 완전히 분해했다. 반복 실험 및 폐수처리 테스트도 진행해 촉매의 안정성과 비스페놀류 제거도 검증했다. 실제 대도시 주변 하수 처리장 또는 특정 산업폐수 처리 시설 등에서 신종 오염물질 제거에 적용 가능한 수준이다.
김종민 KIST 선임연구원은 “이번 성과는 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는 건식 공정 방식으로 고성능 단원자 촉매를 제작했다”며 “이를 수 처리 분야까지 응용한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김상훈 KIST 책임연구원은 “아크플라즈마 증착법으로 금속 나노입자를 만드는 연구는 널리 알려져 있다”며 “하지만 단원자 증착까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연구는 이번 연구가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 ‘카본 에너지(Carbon Energy)’ 7월 5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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