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포장 벗기기부터 난관이다. 가루 날림 때문이다. 침대에서 먹으려면 호된 등짝 스매싱을 각오해야 한다. 떨리는 손으로 뚜껑을 열고 한 스푼 떠 올려 입으로 향한다. 너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혀 위로 쏟아져내리는 갈색 가루가 모래처럼 텁텁하다. 쓰다. 자칫 숨이라도 쉬면 목구멍으로 넘어간 가루가 기침을 유발한다. 코로 날숨을 뱉기라도 하면 가루는 콧구멍까지 침투한다. 침샘을 재촉해 서둘러 가루를 녹여 삼킨다. 이윽고 달달하다. 게다가 촉촉하다. 쓴맛의 공포도 잊은 채 다시 숟가락을 집어든다. 마치 어제의 폭풍은 잊고 다시 등불을 켜는 우리 인간들처럼. ‘나를 들뜨게 하’는 이 맛은 그야말로 ‘Tirame Sù’, ‘티라미수’다.
티라미수의 역사는 긴 편이 아니다. 만들어진 지 50년이 조금 넘었다. 개발자로 알려진 건 이탈리아의 파티시에 로베르토 린구아노토. 린구아노토는 1972년 그의 견습생 프란체스카 발로리가 팔고 남은 커피와 사보이아르디 쿠키를 재활용해 티라미수를 개발했다.
티라미수의 주재료는 마스카포네 치즈, 설탕, 달걀, 커피, 코코아 파우더. 빵과 치즈는 달콤하고 상단의 파우더는 쌉쌀해 복합적인 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이탈리아 현지 매체 원티드인로마가 한 설문조사에서 확인한 바에 따르면, 10명 중 8명의 이탈리아인이 티라미수를 ‘가장 좋아하는 디저트’로 뽑기도 했다.
한국에서 티라미수는 2000년대 초중반부터 퍼졌다. 현재는 스타벅스 등 커피숍과 각종 제과점을 비롯해 편의점에서도 티라미수를 사먹을 수 있다.
지난 28일, ‘티라미수의 아버지’는 81세 나이로 눈 감았다. 메트로 등에 따르면 로베르토 린구아노토는 긴 투병 끝에 이날 세상을 떠났다.
이에 국내 누리꾼들은 “우리 할머니 최애 디저트 만들어주셔서 감사해요” “티라미수를 만들어주신 덕에 힘들고 슬플 때 큰 위안을 받았어요” “영혼까지 촉촉해졌어요” “맛있는 유산 감사합니다” “세상을 달콤하게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등 뜻을 전했다.
루카 자이아 베네치아 주지사는 그의 부고에 “티라미수의 범국가적 인기는 숙련된 파티시에 린구아노토의 장인 정신, 베네치아만의 섬세함 덕분”이라며 헌사를 보냈다.
유해강 에디터 / haekang.yoo@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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