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2019~2023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조달청에서 발주한 아파트, 병원, 경찰서 등의 건설사업관리(감리) 입찰에서 담합한 혐의를 받는 업체들과 임직원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또 사업 수주를 대가로 금품을 주고 받은 혐의가 있는 심사위원들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뇌물)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30일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김용식)는 2019년 10월부터 2023년 2월까지 LH와 조달청이 발주한 감리 입찰에서 5740억원 규모에 달하는 물량에 대해 나눠먹기 방식으로 담합한 혐의로 감리업체 17개와 임직원 19명을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입찰 담합 혐의로 기소된 업체 중에는 작년 4월 지하 주차장 붕괴사고가 난 인천 검단 자이 아파트 감리를 담당한 회사도 포함돼 있다.
검찰은 또 2020년 1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감리 입찰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면서 업체들에게 좋은 점수를 달라는 청탁을 받고 금품 총 6억5000만원을 수수한 혐의가 있는 교수, 공무원 등 18명과 이들에게 금품을 건넨 혐의가 있는 감리업체 임직원 20명을 특가법 위반으로 기소했다. 이중 7명은 구속됐다. 아울러 검찰은 이들이 수수한 뇌물액 전액에 대해선 추징보전을 했다.
검찰은 지난 2022년 12월 담합에 관여한 일부 업체가 대검찰청에 형벌감면신청(리니언시)을 접수하면서 이 사건을 인지했다. 형벌감면신청은 카르텔에 관한 사실을 검찰에 자발적으로 신고한 관련자에게 검찰이 기소 면제나 형량 50% 감경 혜택을 주는 것이다. 검찰은 작년 4월 LH가 발주한 인천 검단 자이 아파트의 지하 주차장이 붕괴되는 사고를 계기로 이 사건을 본격 수사하기 시작했다.
검찰 수사에 따르면 입찰 담합은 국토교통부가 2019년 공공입찰에 ‘종합심사낙찰제’를 도입하면서 시작됐다. 이 제도는 입찰 심사 때 가격보다 기술력 위주로 평가하는 것이다. 기존 최저가 낙찰과 관련해 품질 저하 문제가 지적되자 종합심사낙찰제가 새로 도입됐다. 그러면서 최종점수에서 심사위원의 정성평가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졌다.
그런데 제도 도입 후 주요 감리업체들은 사업별로 낙찰업체를 지정해 자기들끼리 돌아가면서 물량을 수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업체가 수주할 수 있도록 심사위원 대상으로 로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토부가 심사 투명성 강화를 위해 심사위원 명단을 공개하자, 업체들은 심사위원과의 학연·지연·근무 인연 등을 고려해 내부 직원에 로비를 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심사위원의 경조사를 챙기거나 상품권을 제공하고 술·골프를 접대한 것으로 드러났다.
업체들은 심사위원이 선정되면, 텔레그램이나 공중전화로 연락해 사전에 금품을 지급하거나 사후에 지급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사위원들이 받은 금액은 최대 8000만원에서 최소 300만원으로 조사됐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한 심사위원 집에서 쓰레기봉투에 현금 1억4000만원이 다발째 쏟아져 나오기도 했다.
일부 심사위원들은 적극적으로 입찰 장사에 나선 혐의를 받는다. 일부 심사위원은 감리업체끼리 경쟁을 붙여 더 높은 금액을 제시하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다른 위원은 경쟁업체에 꼴찌 점수를 주고 웃돈을 받거나, 여러 업체로부터 동시에 돈을 받은 혐의도 있다.
김용식 부장검사는 “공공 발주 감리입찰 용역대금은 국민 세금을 재원으로 한다”며 “감리업체는 이 돈으로 비자금을 조성해 뇌물을 주고 수주한 용역으로 다시 비자금을 만들어 국가재정에 큰 손실을 발생시켰다”고 했다. 이어 “이 사건 수사팀이 직접 공소를 유지해 피고인들에 대해 죄에 상응하는 형의 선고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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