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급 불능 상태가 된 티몬·위메프가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한 가운데 기업회생이 개시되더라도 입점 판매자에 대한 미지급금 등은 사실상 지급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오고 있다.
더욱이 티몬·위메프의 모회사 큐텐의 대표인 구영배 대표가 본인의 큐텐 지분을 매각하거나 담보로 활용하겠다는 발표와 기업회생 신청이 같은 날 이뤄졌다는 점에서 변제에 대한 의지도 없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3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티몬·위메프는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개시신청을 하고 회생게획안을 마련하기 위한 작업을 벌이고 있다.
법인회생은 회생 신청 이후 법원이 이를 심사하여 개시결정을 내리고 채권 및 기업가치 조사와 대표를 비롯한 관계자 심문을 거친 뒤 회생계획안을 제출받아 검토하게 된다. 이후 회생계획 인가 여부에 따라 임의적 파산선고가 내려지거나 회생계획에 따라 회생 절차가 진행된다.
일반적으로 법인회생은 회사가 가진 자산을 처분하여 채무를 갚게 된다. 하지만, 티몬·위메프는 이커머스 플랫폼 사업자로 부동산이나 기계장치 등 매각이 용이한 자산이 없는 데다 미지급금 규모에 비해 자산이 적은 상태다. 최근 공시된 두 회사의 재무제표에 따르면 티몬의 자산총계는 1473억원(2022년), 위메프의 자산총계는 920억원(2023년)으로 나타났다.
이런 경우 법인 회생은 인수합병(M&A)나 투자 유치 등으로 진행될 수 있지만, 회생 전문가들은 이 역시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커머스 플랫폼이라는 업의 특성상 소비자는 물론 판매자에게 신뢰를 잃으면 사업을 정상적으로 지속하기 어려워 티몬·위메프에 대한 신규 투자자나 원매자를 찾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판매자들의 정산금을 지급하지 못했던 문구 플랫폼 바보사랑은 영업을 종료했고, 수산물 플랫폼 오늘회 역시 정산금을 주지 못해 영업을 중단한 이후 사업 규모가 크게 축소됐다.
더욱이 현재 시장에 이커머스 업체인 11번가가 매물로 나와 있는 상황이지만, 11번가 역시 원매자 물색에 난항을 겪고 있는만큼 티몬·위메프가 매각을 시도한다고 하더라도 원매자를 찾기 어려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지난해 8655억원의 매출, 영업손실 1258억원을 기록한 11번가의 몸값은 약 5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티몬은 지난해 1205억원의 매출액과 152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위메프는 1386억원의 매출액과 102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티몬·위메프의 판매자들로부터 받는 수수료율은 대략 5% 수준으로 알려져있는데, 이것과 위메프의 1년 수수료 수익인 470억원을 통해 역산하면 위메프의 월 평균 거래액은 780억원으로 추산된다. 티몬 역시 2022년 1년 수수료 수익 850억원을 토대로 추산하면 월 평균 거래액은 1410억원으로 추정된다. 금융당국이 추산한 5월 미정산 금액이 1700억원으로, 6~7월 미정산 금액을 모두 더하면 약 5700억원 수준의 미지급금이 있는 셈이다.
큐텐 측은 지급 불능 사태 해결을 위해 해외 계열사를 통해 5000만달러(약 700억원)을 조달하겠다고 밝혔으나, 추정 미지급금 규모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전문가들은 큐텐이 애초부터 판매자 대금을 지급할 의지가 없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김욱 딜로이트안진 전무는 “회생신청은 정말 서둘러 준비하더라도 서류 준비 작업 등에 1주일 정도는 소요된다”면서 “구 대표가 전날(29일) 사재 출연을 운운하면서 판매 수수료 감면 등의 판매자 보상 프로그램을 해결 방안으로 언급했지만, 정상적인 운영을 통해 상황을 해결하고 대금을 정산하려했다면 회생신청이 이렇게 빠르게 이뤄질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구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정무위원회의 티몬·위메프 정산 및 환불 지연 사태 관련 긴급현안 질의에 출석해 직접 현안에 대한 의견을 밝힐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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