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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피로 맺어진 혈맹으로 인식되는 북한과 중국의 관계가 최근 이상징후를 보이고 있다. 혈맹이라는 단정이 무색하게 중국의 대북 압박이나 패싱이 노골적으로 이어지면서 북한 역시 강력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혈맹이 아니라 그저 서로 극도로 견제해야 할 단순한 인접국으로 변해가고 있다고 봐도 좋지 않나 싶다. 더구나 앞으로도 이런 양측 관계의 회복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재 서방 세계나 외신들은 한반도의 지정학적 구도가 한미일과 북중러가 대치하는 국면으로 정착됐다고 판단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베이징 외교 소식통들이 최근 분석한 중국의 입장을 살펴보면 현실은 많이 다르다고 해야 한다. 자국이 북한 및 러시아와 함께 묶이는 것을 상당히 부담스러워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다시 말해 국제사회에서는 비정상적 국가, 더 심하게 말하면 ‘악의 축’으로 인식되는 양국과 가능한 한 거리를 두고 싶어한다는 얘기가 된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입장은 구체적인 행동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도 보인다. 러시아보다는 그래도 만만한 북한에 대한 압박과 패싱을 통해 북중러 구도가 도무지 말도 안 되는 국제사회의 착각일 뿐 아니라 자국이 정상 국가라는 사실을 대내외적으로 속속 천명하고 있는 것이다. 진짜 그렇다는 사실을 말해줄 증거들 역시 상당히 많다.
우선 시진핑(習近平) 총서기 겸 국가주석이 지난 5월 중순 방중했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내친 김의 다이렉트 방북을 적극 만류한 사실을 꼽을 수 있다. 북중러 구도가 고착됐다는 시각에 대한 중국의 심기가 불편하다는 사실을 분명히 말해준다고 단언해도 좋다.
10만여명에 이르는 자국 내 북한 노동자들의 전원 귀국을 북측에 강력히 요구한 사실 역시 거론할 수 있다. 혈맹에 대한 태도와는 상당히 거리가 멀다고 해야 한다. 최근 전격 실시된 것으로 알려진 중국 주재 일부 북한 외교관들의 가택에 대한 압수수색과 경제 원조 대폭 축소 현실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북중 관계의 이상징후가 분명한 현실이라는 사실을 잘 말해준다.
27일 밤 전승절(정전협정 체결일) 71주년을 맞아 북한이 개최한 열병식에 평양 주재 외교 사절로는 왕야쥔(王亞軍) 중국 대사만이 불참한 사실은 아예 결정적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이 한국전쟁의 주요 참전국이라는 사실을 상기할 경우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북중러 구도 정착이 불편한 중국의 의도적인 북한 패싱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북한도 바보가 아닌 만큼 중국의 태도 변화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중우호조약’ 체결 63주년인 지난 11일 평양의 중국 대사관에서 열린 기념 연회에 최고인민회의 부위원장이 참석하는 기존 관례를 깨고 김승찬 김일성종합대학 총장을 대신 보낸 사실을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라는 식으로 대응하겠다는 북한의 의지가 무엇보다 잘 읽힌다.
이외에 최근 관영 방송인 조선중앙TV의 대외 송출 수단을 중국 위성에서 러시아 위성으로 전환한 사실, 쌀을 비롯한 생필품의 수입선을 러시아로 바꾼 결정까지 더할 경우 북한의 중국에 대한 불편한 심기는 너무나도 확연해진다. 앞으로는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날 가능성도 높다. 올해 수교 75주년을 맞는 북중의 관계가 이제 기로에 직면하고 있다고 해도 크게 틀리지는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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