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전세기로 알려진 보잉 787-8 드림라이너가 파리를 거쳐 제네바·팔레르모로 향했다. 프랑스 파리 올림픽 참가는 물론 매년 7월 말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에서 열리는 구글의 ‘비공개 세계경제포럼’인 구글 포럼에 참석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제네바행 비행기에는 당사자인 이 회장이 타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그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2024 파리 올림픽’ 참석을 위해 24일 전세기를 타고 프랑스로 출국했다. 이 회장을 포함한 삼성가와 경영진들이 탑승한 전세기는 보잉 787-8 드림라이너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드림라이너는 이 회장이 가장 애용하는 전세기로, 주로 장거리 이동시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행 동선에서 드림라이너는 24일(현지시각) 파리 도착 후 25일 오전 제네바로 떠났다. 이후 제네바에서 4일간 머문 비행기는 28일 다시 파리로 향한 뒤 약 2시간 30분만에 팔레르모로 출발했다. 이 회장의 출장 동선에 따라 전세기도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이재용 부회장의 전세기가 제네바로 향한 이유에 관심을 기울인다. 제네바에는 삼성전자의 유력 인수합병(M&A) 대상으로 물망에 오른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이하 ST마이크로) 본사가 위치해 있는 것이 그 배경이다.
이 회장의 전세기가 파리 일정 중 갑작스레 제네바로 이동한 배경을 두고 일각에선 M&A 밑그림 작업이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ST마이크로는 미국 테슬라와 독일 BMW 등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에 전력 반도체를 공급하는 업체다. 차량용 시스템 반도체에서 두각을 나타내 삼성전자의 M&A 후보 물망에 올랐다.
관련해 ST마이크로 측은 최근 진행한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M&A 관련 업데이트 사항에 대해 “올바른 목표를 향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그간 주주총회나 CES 등에서 M&A 가능성을 여러차례 언급해왔으며, 최근 AI 관련 기업 인수 계약을 2건 이상 체결하기도 했다. 이에 재계 안팎에선 삼성전자가 조만간 빅딜을 성사시킬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빅딜 후보로는 전장, 로봇, 통신 등 업체가 거론된다.
앞서 한종희 부회장은 올해 3월 진행된 정기 주주총회에서 “M&A 많은 부분이 진척됐다”며 “조만간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제네바행 비행기에는 이 회장이 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전세기가 나흘간 제네바를 다녀오는 사이 이재용 회장은 파리 일정을 소화했다. 한종희 부회장 등 고위급 경영진의 탑승 여부도 확인되지 않았다.
이 회장은 25일 파리 엘리제궁에서 열린 글로벌 기업인 오찬에 참석했다. 같은 날 오후엔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과 함께 파리올림픽 개막 전야 만찬에 참석했다. 27일엔 김재열 IOC 위원 등과 함께 파리 그랑팔레 관중석에서 펜싱 남자 사브르 개인전 결승전을 지켜보기도 했다.
이 회장의 전세기가 팔레르모 공항에 착륙하면서 이 회장이 이탈리아 시칠리아에서 열리는 ‘구글 캠프’에 참석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7월 말부터 3일간 열리는 구글 캠프 개최에 앞서 팔레르모 공항에 글로벌 빅샷들을 태운 전용기가 속속 도착하고 있는데, 한국의 다국적 기업이 사용하는 전세기도 도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매년 여름 시칠리아의 베르두라리조트에서 열리는 구글 캠프는 구글의 공동 창립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주최하는 모임으로, 전 세계 유력 인사들의 교류의 장으로 불린다. 캠프에 참여한 연사들은 기후 변화나 ESG 경영, AI 등 다양한 주제로 토론을 나누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숙객 명단이 철저히 비밀에 부쳐지는 만큼 행사 모습이 외부에 공개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를 비롯해 유명 방송인과 배우, 기업인 등이 참석한 것이 목격된 바 있다. 이 회장은 행사 초기부터 한국인 중 유일하게 초청받아 행사에 꾸준히 참석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이 파리올림픽 등에서 글로벌 비즈니스 강행군을 소화하고 있다”며 “기업인간 긴밀한 교류는 회사간 전략적 파트너십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혜원 기자 sunone@chosunbiz.com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