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피해를 입는 장애아동이 피해자 지원체계에서 소외돼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제도적 공백으로 인한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장애인 보호체계와 아동 보호체계 모두에 장애아동의 권리를 명시하고 협력적 지원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장애아동인권네트워크, 세이브더칠드런 등은 29일 서울 영등포 국회의원회관에서 ‘협력적 학대피해 장애아동 지원체계 구축을 위한 국회토론회’를 열고 소수자성이 교차하고 중첩돼 지원을 받기 어려운 장애 아동의 현실을 살폈다.
아동학대의 심각성이 나날이 대두되고 있음에도 장애아동을 향한 학대는 매해 증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발간한 장애인학대 현황보고서를 보면, 장애아동 학대피해 건수는 2020년 133건, 2021년 166건, 2022년 249건이다.
이는 전체 아동학대 건수의 0.4%로 비교적 낮은 수치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2022년 세이브더칠드런과 인하대학교 산학협력단이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인구 비율 대비 장애아동의 학대 피해 건수는 최대 4.4배로 비장애아동에 비해 매우 높은 수치를 보였다.
박명숙 상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이처럼 장애아동의 학대 피해율이 높은 이유로 “아동보호 체계 및 장애인보호체계에서의 장애아동 배제로 인한 사각지대 발생”을 지적했다. 그는 “장애아동에 대한 학대 발견 시 장애아동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아이를 장애인 관련 기관으로 보내려고 한다. 그런데 장애인 관련 기관은 성인 장애인 중심의 업무를 맡느라 아이를 아동보호기관으로 보내려고 한다”며 “학대피해 장애 아동을 둘러싼 ‘핑퐁’ 다툼이 계속되면서 피해자를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전부터 이 같은 문제를 지적해왔으나 지난해 윤석열 정부가 발표한 아동정책 추진방안에서는 개선책이 마련되지 않았다고 했다. 박 교수는 “윤 정부의 추진방안에는 장애아동의 특성과 욕구를 고려한 내용이 빠져 있고, 아동보호 대응체계 전반에서 장애인지적 관점에서의 학대 예방과 사후관리를 고려한 방안이 없다”고 비판했다.
아동학대를 엄격히 다루는 미국의 경우 학대피해를 겪은 장애아동에 대한 ‘통합 지원’을 강조하고 있다. 주마다 일부 차이가 있지만, 학대 신고 시 신고 의무자 및 수사기관 등은 장애인 전문가와 함께 아동의 장애 유무 또는 장애 의심 여부를 기록해야 한다. 또한 정부 차원에서 장애아동학대와 관련해 정기적이고 장기적인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부모·아동·지역사회 모두에게 장애인 및 아동의 권리를 교육한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미국과 같이 장애아동을 위한 통합 지원에 나서려면 보호 주체 간 소통 강화와 관련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엄선희 공익법단체 두루 변호사는 “장애아동학대 예방과 대응을 위해서는 모든 아동 관련 부서의 협력이 필요하다”라며 “장애인보호기관과 아동보호전문기관, 지자체 사이에서 긴밀한 소통이 가능한 대응체계를 구성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강솔지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는 “아동복지법·장애인복지법·아동학대처벌법 등 학대피해 장애아동과 관련법을 포괄적으로 개정해 아동보호체계에 장애아동의 관점이 반영될 수 있어야 한다”고 설했다.
학대피해아동의 장애특성에 대응하기 위해 현저히 부족한 장애권익옹호기관의 예산을 확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 교수는 “전국에 설치된 장애권익옹호기관의 수가 매우 적을뿐더러 개별 기관의 종사자 수도 10명 이하로 사건 발생 시 협력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협력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장애권익옹호기관들에게 기본적인 여건과 사건 개입과 관련한 규정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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