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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夜시장]⑤ “글로벌 투자사, 韓 환시에 관심… 英·美·日 고객, 국부펀드도 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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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자율변동환율제 채택 이후 20년 넘게 변화가 없던 외환시장이 탈바꿈한다.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 운영되던 국내 외환시장 영업시간이 1일부터 다음 날 오전 2시로 연장됐다. 정부는 중장기적으로 24시간 개장도 검토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원화 거래가 편해졌고, 해외 소재 금융기관도 국내 외환시장에 참여할 수 있게 했다. 외환시장의 변화와 시장 참가자들의 대응 전략을 살펴봤다. [편집자주]

“올해 5월에 씨티은행 런던·싱가포르 지점이 해외외국환업무취급기관(RFI)로 등록된 것을 홍보하러 일주일간 싱가포르와 홍콩으로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글로벌 투자사 30여곳을 만났는데 한국 외환시장에 대한 관심이 대단했습니다. 미국·영국·일본 기반 투자자는 물론 국부펀드에서도 다양한 문의가 들어왔습니다.”

이상훈 한국씨티은행 자금외환파생운용부 부문장

씨티은행은 정부가 RFI 등록을 개시한 후 외환당국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던 은행 중 하나다. 시중은행이면서 동시에 미국에 본사를 둔 외국계 은행인 만큼 글로벌 네트워크가 탄탄하다는 이유에서다. 당국은 씨티은행이 RFI로 등록하면 금융시장의 ‘큰손’들을 역내 시장으로 끌고 올 수 있을 것으로 봤고, 김병환 당시 기획재정부 1차관이 직접 씨티은행을 찾아 가입을 독려하기도 했다.

당국의 바람대로 씨티은행은 RFI로 등록된 런던·싱가포르 지점을 활용해 글로벌 투자자들을 유치하고 있다. RFI 등록 업무를 지원했던 이상훈 자금외환파생운용부 부문장은 지난 23일 조선비즈에 “현재 커스터디(custody·국내 수탁) 손님이든 플로우(flow·외환거래) 손님이든 글로벌 투자자들의 문의는 많다”면서 “외환과 관련된 역외 고객들의 요청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했다.

◇ “WGBI 편입되면 外人 자금 500~600억弗 유입될 것”

이상훈 부문장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2009년부터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서울지점과 뉴욕 본부에서 외환 트레이더로 일한 이력을 갖고 있다. 2019년 씨티은행으로 옮긴 후 올해 3월부터 자금외환파생운용부 부문장(외환 및 이자율 트레이딩 헤드)을 맡고 있다.

그는 7월 외환시장 운영시간 연장을 앞두고 “트레이딩에 신경을 쓰지 못할 정도로 일이 굉장히 많았다”고 말했다. 이 부문장은 “작년 초 정부가 외환시장 구조개선 계획을 발표한 뒤 한 달에 두 번 꼴로 외환시장운영 협의회 회의에 참여하면서 방향성에 대해 많은 제안을 했다”면서 “논의 과정이 쉽지는 않았지만 덕분에 제도가 더 관용적으로 바뀌었고, 법 해석도 보다 전향적으로 이뤄졌다”고 언급했다.

이상훈 시티은행 자금외환파생운영부 부문장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씨티은행 본점에서 인터뷰를 갖고 있다. /박상훈 기자
이상훈 시티은행 자금외환파생운영부 부문장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씨티은행 본점에서 인터뷰를 갖고 있다. /박상훈 기자

이 부문장은 외환시장 개방의 성패는 글로벌 투자자들을 얼마나 고객으로 끌어오느냐에 달려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수출업자 등 기업고객 입장에서는 변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좋은 환율로 외환 거래를 하겠다고 밤까지 기다릴 가능성이 작기 때문”이라면서 “글로벌 투자자들이 편리한 시간대에 환전할 수 있게 된다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그런 점에서 이 부문장은 RFI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은 것을 긍정적으로 봤다. 이 부문장은 “씨티은행에서 제3자 외환거래(용어설명)를 할 수 있는지, 씨티은행과 거래하고 싶은데 서류작업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다양한 문의가 오고 있다”면서 “계좌개설과 서류작업이 끝나면 본격적인 거래가 이뤄질 것 같다”고 했다.

그는 특히 빠르면 올해 9월로 점쳐지는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가능성에 주목하는 투자자들이 많다고 했다. 이 부문장은 “한국이 WGBI에 포함되면 (국채 투자자의) 전체 포트폴리오 중 2.7%를 우리나라 국채가 차지할 것”이라면서 “1년 반에 걸쳐 500억~600억달러 규모 투자자금이 국내로 유입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일본 투자자들한테도 관련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면서 “WGBI에 편입되면 투자자금 중 상당액이 일본에서 올 것 같다”고 했다.

이어 그는 “아주 나중에 MSCI 선진국 지수까지 편입되면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돈이 많아지고 외환시장이 더욱더 커질 것”이라면서 “이는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낮춰 환율 안정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MSCI 지수는 미국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가 만들어 발표하는 글로벌 주가지수다. MSCI 지수에 편입되면 해당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자금(지수에 편입된 종목에 기계적으로 투자하는 펀드)이 국내로 유입된다.

◇ “RFI 늘어나야… 씨티 등 글로벌 은행이 마중물 될 것”

다만 그는 투자자들을 더 유치하기 위해서는 RFI로 등록된 은행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했다. 이 부문장은 “현재 31개 금융기관이 RFI로 등록돼있지만 한 은행에서 여러 지점을 등록한 경우가 많다”면서 “중복 등록 사례를 빼면 19개다. 잠재적 RFI들은 훨씬 많은데 아직 다 들어오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적어도 30개 은행, 총 50개 지점은 들어와야 한다고 본다”고 했다.

이 부문장은 씨티은행이나 JP모건 등 다국적 기업들의 참여가 시장의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봤다. 그는 “씨티은행은 외환거래에서 글로벌 1~2위를 다투는 은행”이라면서 “씨티은행과 같은 글로벌 은행들이 역내 시장에 참가한다는 것은 잠재 고객군인 역외 기관투자자들의 시장접근성 또한 활발해진다는 의미다. 그렇게 되면 시장 참여를 주저하던 은행들도 참여를 서두를 것”이라고 했다.

이상훈 시티은행 자금외환파생운영부 부문장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씨티은행 본점에서 인터뷰를 갖고 있다. /박상훈 기자
이상훈 시티은행 자금외환파생운영부 부문장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씨티은행 본점에서 인터뷰를 갖고 있다. /박상훈 기자

그는 또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을 역내 시장으로 편입시키는 것을 과제로 꼽았다. NDF 시장이 역내 시장에 흡수돼야 우리나라 시장에서 외환을 거래하려는 수요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NDF란 만기에 계약원금을 교환하지 않고 약정환율과 만기 시 현물환율인 ‘지정환율’ 간 차이에 따라 계산된 차액만 정산하는 선물환 거래를 말한다. 주로 장외거래 수단으로 사용된다.

이 부문장은 “NDF 대신 일반 선물환을 거래하려는 수요가 늘 가능성이 크다”면서 “NDF로 자산을 헤지(hedge·위험자산의 가격변동을 제거하는 것)하는 것 보다는 선물환을 쓰는 것이 시장 유동성 측면이나, 경제적으로 더 낫기 때문”이라고 했다. 통상 해외 기관투자자들은 달러 현물환을 매도(원화 매수)한 뒤 한국 자산을 매수하고, 달러 선물환을 매수하는 식으로 환율 변동 위험을 줄인다. 이 과정에 일반 선물환과 NDF를 모두 사용할 수 있는데, 일반 선물환의 환헤지 비용이 적게 드는 장점이 있다.

이어 “최소 5년에서 길면 7년 안에 NDF 시장이 역내 시장으로 흡수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여전히 역내·역외 참가자들을 구분하는 세부적인 규제들이 있어 시간이 걸리겠지만, 정부도 24시간 외환시장 연장과 규제의 추가 완화를 고려하고 있기에 결국에는 중장기적으로 NDF가 설 자리가 점점 사라질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 부문장은 이대로라면 원화의 세계화도 머지않았다고 전망했다. 이 부문장은 “외환시장은 공정가치(fair value·시세)가 따로 없고 중장기적인 수급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시장”이라면서 “그런데 한국물은 시장이 성숙되고 거래량이 많아도 규제가 많아 선진시장으로 분류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하지만 한국의 경제 규모, 국가 신용도, 대외건전성, 탈(脫) 규제적인 측면에서 생각해볼 때 방향성은 확실히 선진 통화로 가는 길목에 있다고 판단된다”면서 “시장이 완전히 자유화되면 원화의 위상이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 제3자 외환거래란

투자전용계좌를 사용하지 않고도 환전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 해외 투자자가 국내 주식을 매수하려면 국내 은행에 투자전용계좌를 개설해 원화를 예치해야 하는데, 기존에는 국내 은행에 넣을 원화를 매수할 때도 동일한 은행을 사용해야 했다. 한 은행에서 증권대금 결제와 환전을 한꺼번에 제공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3자 외환거래가 허용되면 외국인 투자자는 수수료가 더 저렴한 국내 은행이나 평소 자주 거래하던 RFI에서 환전할 수 있다. 예컨대 국내은행 A에 투자전용계좌를 보유한 채로 수수료가 저렴한 RFI 은행 B에서 환전해 A은행에 원화를 넣는 것이 가능해진다.

조선비즈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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