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이 재임 중 저지른 범죄에 대해 면책특권을 제한하는 개헌을 추진한다. 미 연방 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시절 행위에 대해 면책특권을 일부 인정하면서 그의 ‘사법 리스크’를 상당 부분 해소시킨 결정에 대한 정면대응 성격을 띠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백악관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미 연방 대법원에 대한 개혁안을 발표한다. 그는 사전 보도자료를 통해 “어떤 대통령도 법 위에 군림할 수 없으며 재임 중 저지른 범죄에 대해선 기소가 면제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는 헌법 개정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텍사스 오스틴시 린든 존슨 대통령 도서관에서 관련 연설을 할 예정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러면서 “개헌안엔 대통령을 역임했다는 이유로 연방 형사기소, 재판, 유죄판결 또는 선고에 대한 면책권을 부여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명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법원이 지난 1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1·6 연방 의사당 난입 선동 등의 혐의에 대해 면책특권을 일부 인정하자 민주당 진영에선 반발이 커지고 있는데 따른 것이라는 관측이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1년 1월6일 의회난입 선동혐의로 워싱턴DC 연방법원에 기소된 사건에 대해 보수 대법관 여섯명은 “대통령 재임기간의 공적행위에 대해 면책특권을 보장해야 한다”며 하급심이 처음부터 사건을 세세히 따지도록 결정했다. 사실상 대선 전 재판진행 가능성이 사라져 민주당 진영에선 “트럼프에게 사실상 면죄부를 준 것”이이라고 거센 반발이 나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와함께 대법관 임기를 18년으로 제한하고 대통령이 2년마다 새 대법관을 임명하도록 하는 개정안도 포함됐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백악관은 “입헌 민주주의 국가 가운데 미국은 유일하게 대법관에게 종신직을 부여하는 국가”라며 “의회는 75년 전에 대통령에 대해서도 임기제한을 승인했기 때문에 이는 대법원에도 똑같이 적용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헌법 제정 당시 사법부의 독립 차원에서 대법관 종신제를 채택했다. 현재 모두 9명의 연방 대법관 중 6명이 보수 성향이다. 대법관들은 탄핵되지 않는 한 평생 대법관직을 유지할 수 있는데, 트럼프 1기 때 보수 성향의 대법관 3명이 새로 임명됐다. 보수 우위인 대법원은 49년 간 유지했던 보편적 낙태권을 폐지하는 판결을 했다. 고등교육 내 소수집단 우대 정책에 대해 위헌 판결을 하고 총기 규제 강화에 반대하는 등 번번이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에 반하는 판결을 내려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대법관이 받은 선물을 공개하고 이해상충이 있는 사건의 경우엔 판결에 참여하지 않고 기피하도록 의무화하는 윤리규정을 도입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도 추진한다. 보수 성향의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관과 새뮤얼 얼리토 주니어 대법관이 그동안 후원자들로부터 고액의 선물 등을 받은 사실이 공개되면서 비난 여론과 사퇴 압력을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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