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강우 기자 높아지는 한국의 소득수준에 따라 국민의 주거 선호가 변화하면서 주거의 질적 향상에 대한 관심과 요구 또한 증가하고 있다. 이에 정부와 서울시는 과거 물량 중심 주택공급의 방식에서 다양한 계층별 수요에 맞는 주택공급을 위한 정책을 추진 중이다.
국토연구원(이하 국토연)의 월간국토에 따르면 시대 변화에 따른 주거 선호는 달라지고 있으며, 거주지를 선택함에 있어 20대와 30대는 ‘입지’, 40대 이후부터는 ‘편리성’을 중요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서울시의 인구는 감소하고 있으나 가구 구조의 변화로, 가구 수가 증가함에 따라 정부와 서울시는 이에 맟는 맞춤별 정책 수립 및 공급을 계획하고 있다.
◇ 거주지 선택의 중요 요소는 ‘편리성‘과 ‘입지’
국토연이 지난해 12월 실시한 국토·부동산 주요 이슈 일반 국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들이 거주지 선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편리성(67.6%)과 입지(60%)인 것으로 나타났다.
더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20·30대는 ‘입지’를, 40대 이상은 ‘편리성’을 가장 중요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연은 이를 두고 “30대 이하의 젊은 세대는 기성세대보다 대중교통 이용의 편리성과 직주근접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40대 이상은 자녀가 있거나 은퇴 이후의 삶을 준비해야 하는 세대라 주택의 면적과 내·외부의 편의시설 등을 거주지 선택의 중요한 요소로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주택의 편리성과 입지는 품질이 보장됐을 때 더욱 가치 있는 주거환경을 제공한다는 게 국토연의 설명이다.
국토연이 이길제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의 설문조사 분석 결과를 인용해 언급한 바에 따르면, 10년 후 미래의 주거 가치에 대해 △건강성(4.33점) △안전성(4.32점) △쾌적성(4.31점) △편리성·안전성(4.26점) 순이라고 응답했으며, 이 중 쾌적성과 편리성의 경우 각각 4.08점에서 4.31점, 4,13점에서 4.26점으로 증가해 현재 대비 미래의 주거 가치에 대한 변화가 가장 크게 나타났다.
이를 두고 “전반적으로 소득수준이 향상되면서 주택 내외부 환경이 쾌적하고 생활에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 넓은 주거 면적과 내부에 편의시설이 갖추어진 편리한 주택에 대한 가치가 점차 강조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국토연은 밝혔다.
◇ 인구 줄고, 가구 늘고, 주택 가격은 ‘폭등’
다만 한국의 주택 상황이 국민의 요구를 따라가기엔 아직 부족하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여러 수치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국토연이 국토교통부 통계누리를 인용해 밝힌 바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서울시 천인당 주택 수는 407.7호로 꾸준히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나, 주택보급률은 93.7%로 계속 하락하고 있다. 이는 실제 공급된 양은 늘고 있으나 늘어나는 가구 수 대비 공급량은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라는게 국토연 측의 설명이다.
이 같은 현상은 인구·가구 변화에 기인한다. 통계청이 29일 발표한 ‘2023년 인구주택총조사 등록센서스 방식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를 기점으로 서울시 인구는 940만명 선이 뚫려 938만명을 기록했다. 통계청의 ‘장래인구가구추계’에 따르면 오는 2033년을 기점으로 900만명 선도 뚫릴 것으로 통계청은 내다봤다.
반면 가구 수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서울시의 가구 수는 지난 2018년 398만 가구에서 지난해 429만 가구로 증가했다. 이는 1·2인 가구 분화에서 기인한 것으로 국토연은 분석했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전국의 1인 가구는 지난해를 기준으로 782만 가구를 기록해 지난 2015년부터 꾸준히 증가했기 때문이다.
서울시의 30대와 40대의 인구 감소 또한 그 배경으로 국토연은 꼽았다. 결혼하거나 자녀를 양육해야 할 가구가 서울을 떠나는 것은 양호한 주택시설이나 주거환경, 내 집 마련의 꿈 실현 등 대체로 주거 문제에 기인함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어 국토연은 서울시의 주택 시장 또한 부정적인 요소로 봤다. 서울시의 소득 대비 주택 가격 비율(PIR)은 지난 2018년 12.3에서 2022년 17.1로 증가했다. 이어 월평균 소득은 17.8% 상승할 때 주택매매가격은 31.2% 상승해 주거 부담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고 국토연 측은 전했다.
◇ 서울시, ‘수요자 맞춤형 주택공급 정책’ 추진
이 같은 문제점들을 타파하고자 정부와 서울시가 나서 ‘수요자 맞춤형 주택공급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국토연에 따르면 서울시는 꾸준히 공공주택을 공급해 왔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20대·30대의 주거 문제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관련 법안을 제정하고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을 추진했다. 이는 교통이 편리한 역세권에 민간과 공공 합동으로 19세에서 39세 사이의 청년·신혼부부에게 주택을 공급하는 사업이다. 지난해엔 “청년안심주택‘으로 사업명을 변경하고 미비점을 점검한 바 있다. 개선된 미비점으로는 △임대료를 주변 시세 대비 75%~85% 조정 △역세권 범위 조정을 통해 역과 인접한 지역 개발 유도 △주거 면적 확대 및 마감자재 품질 개선 등이 있다.
또한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신혼부부를 위한 정책도 나왔다. 서울시 주택정책 브랜드 ’장기전세주택(SHift)의 입주 대상을 ‘다자녀’에서 ‘신혼부부’로 확대한 ‘장기전세주택II(SHift2)’를 마련해 아이를 1명 낳을 시 거주 기간이 10년에서 20년까지 연장되고 2명을 낳으면 20년 후 10% 3명을 낳으면 시세보다 20% 저렴하게 매수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여러 혜택이 제공된다.
‘편리함’을 추구하는 고령층의 경우 ‘어르신 안심주택’을 통해 △역세권 △종합병원 인근 △간이의자·손잡이 설치 등 안전 설계를 바탕으로 한 거주 공간을 주변시세의 30%~85% 수준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점점 증가하고 있는 1인~2인 가구를 위한 정책도 마련됐다.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이 개정돼 기숙사로 임대주택 사업이 가능해졌으며, 최신 주거 트렌드에 맞춘 ‘주거공간’과 ‘공유공간’을 갖춘 형태로 추진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정종대 서울시 주택정책지원센터장은 국토연구원 월간국토를 통해 “주거에 대한 요구는 각자가 처한 상황과 연령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나며, 이는 과거와 같은 물량 중심의 대응으로는 대응할 수 없다”며 “수요자의 요구와 주택시장의 흐름을 면밀히 살피면서 정책의 효과를 높이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보완함으로써 안정적으로 자리매김하도록 유도해 나갈 것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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