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신구 기자 당정이 위메프와 티몬의 정산 지연 사태 수습에 팔을 걷어붙였다. 소비자는 물론 정산 대금을 지급받지 못한 판매자들의 피해가 극심한 상황에서 자칫 ‘연쇄 부도’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막아야 한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긴급 경영안정자금을 투입해 급한 불을 끄기로 했고, 여당 역시 정부와 보조를 맞추며 피해 최소화에 힘을 싣겠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2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김범석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관계 부처 태스크포스(TF) 2차 회의를 열고 위메프·티몬 사태 관련 대응 방안 논의에 나섰다. 김 차관은 “정부는 선량한 소비자와 판매자가 입은 피해를 지켜볼 수 없기에 가용한 자원을 최대한 동원해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지원하겠다”며 “우선 소비자 피해 방지를 위한 신속한 환불 처리와 함께 피해구제 지원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위메프·티몬 정산 지연 사태는 위메프가 지난 8일 판매자들에게 ‘5월 판매금’ 정산을 지연하면서 불거졌다. 당초 위메프는 ‘전산 시스템 오류’라며 순차적 지급을 약속했고, 지난 22일 티몬도 ‘무기한 정산 지연’을 선언했다. 정부는 현재까지의 미정산 금액을 약 2,100억원 규모로 파악하고 있다. 다만 추후 정산기일이 다가오는 거래분을 감안하면 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안팎에선 이번 사태의 근본적 원인이 두 기업의 모기업인 큐텐의 무리한 확장에 따른 자금 유동성 위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60일에서 70일가량 걸리는 긴 정산 주기를 이용해 정산금을 다른 곳에 사용하는 ‘돌려막기’가 구조적 원인이라고 본 것이다. 구영배 큐텐 대표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그룹 차원에서 가용 가능한 모든 자원을 동원하고 제 개인 재산도 활용해 티몬과 위메프 양사의 유동성 확보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언급하며 사실상의 책임을 인정했다.
◇ ‘사태 해결’ 보폭 맞춘 당정
정부는 “금번 사태의 최종 책임은 약속한 판매대금을 지급하지 않은 위메프·티몬에게 있다”면서도 발 빠르게 대응에 나선 데는 이번 사태가 미칠 파장을 선제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대금 지급 지연은 영세 소상공인이나 중소기업에게 치명타인 만큼, 업체들의 ‘줄도산’ 우려까지 현실화 되고 있다. 대통령실도 이번 사태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렇다 보니 정부는 대금을 지급받지 못한 판매자들의 ‘경영 안정’에 팔을 걷었다. 우선 5,600억원 플러스 알파 규모의 긴급 경영안정자금 등 금융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중소기업진흥공단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약 2,000억원을, 신용보증기금과 기업은행 협약 프로그램을 신설해 3,000억원 등 재원을 마련하기로 했다. 아울러 피해기업을 대상으로 기존 대출·보증에 대해 최대 1년 만기 연장 및 상환 유예 지원을 요청하기로 했다.
이번 사태가 이커머스 산업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미리 살펴보기로 했다. 주요 이커머스 기업 대상 간담회를 개최해 업계의 애로사항을 파악하고 위기 상황 확산 방지에 집중하기로 했다. 아울러 결제시스템 안정성 확보를 위해 전자상거래법, 전자금융법 등 관련법령의 적정성을 검토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재도 개선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이번 사태 수습을 위해 정부가 총력 대응에 나선 가운데 국민의힘도 보조를 맞췄다. 집권 여당으로서 정부와의 협력을 통해 사태 해결에 힘을 쏟겠다는 것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전날(28일) 전당대회 이후 첫 페이스북 메시지로 “엄중한 책임을 묻고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방법을 당정이 협력하여 강구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한 대표는 국회 정무위원장인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에게 긴급 현안질의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정무위는 오는 30일 긴급 현안질의를 열고 사태 해결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를 위한 당정 협의도 조속한 시일 내에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무위와 정부 차원에서 여러 안건을 내고 있는데 결국은 정산 주기를 개선하는 문제, 이커머스에 있어서는 에스크로 도입 등 자금 보관 문제도 같이 검토돼야 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곽규택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회의 후 기자들을 만나 “정무위 현안 질의 다음 당정 논의 방향이 잡힐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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