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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고위 공직자의 자녀 채용 비리 의혹에 이어 이숙연 대법관 후보자의 장녀가 부모 재산으로 비상장 주식에 투자해 막대한 시세 차익을 거두면서 이른바 ‘아빠 찬스’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 후보자는 보유한 약 37억원 상당의 비상장 주식을 기부하겠다고 밝혔으나 국민들의 비판은 쉽게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정치권을 비롯한 고위공직자 자녀의 이 같은 논란은 사실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이미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의 입시 비리 의혹 사건으로 인해 편법, 특혜, 위선에 대한 국민적 배신감은 충분히 쌓여있는 상태다.
이 후보자의 기부에도 그의 처신을 두고 여전히 ‘도덕성이 결여됐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은 그가 대법관 후보자여서도 있겠지만 한국사회에서 이런 ‘찬스’가 쉽게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아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기회를 얻기 위해 막대한 시간과 돈을 쓰고 그에 따른 노력과 열정을 들이지만 똑같은 시간을 투자해도 이를 이루지 못한 채 포기하는 이들도 많다. 그런데 그 기회가 공평하지 않았다는 판단이 서니 여론의 뭇매와 지탄을 받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일지도 모른다.
그간 ‘아빠 찬스’로 공분을 샀던 이들은 대게 사퇴하거나 사과하거나 긴 변명을 일삼으며 국민들을 기만해 왔다. 그럼에도 반복되는 ‘아빠 찬스’에 이젠 분명한 처벌이 필요해 보인다. 특혜와 기회를 만끽한 이들에게 법이 어떤 결과로 심판했는지를 국민들이 눈 여겨 보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최근 네 차례의 압수수색을 거치며 중앙선관위 자녀들의 특혜 채용 의혹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사무총장과 사무차장을 비롯한 58명의 부정 합격 의혹 등 채용 비리 353건이 적발됐다. 검찰은 올해 3월 사무차장을 딸 부정 채용 청탁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으며 나머지 혐의자에 대한 수사도 진행 중이다.
청탁이 오고간 해당 사건에서 이들의 자녀는 분명한 ‘아빠 찬스’를 누렸다. 같은 시간, 같은 공고를 봤을 다른 누군가는 기회를 빼앗겼고, 심지어 채용공고 조차 올라오지 않아 기회를 접할 순간 조차 없었다는 점에서 처벌이 강하게 내려져야 한다. 특정 자녀만을 대상으로 한 특혜 면접시험과 비워진 평가 채점란, 이에 가담한 전·현직 관련자들. 신속한 수사와 명확한 처벌이 내려진다면 국민들도 더 이상 공분이 아닌 처분에 공감할 것이다.
‘황제 주식’ 논란이 일자 이 후보자는 대법관 청문회 자리에서 평정심을 거론하며 이같이 말했다고 한다. “자녀들에 대한 말씀을 하셔서 평정심을 잃은 것 같다. 정말 죄송하다.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투자한 것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모르고 샀다. 제가 가진 재산보다 제가 내렸던 판결을 봐주십사 말씀드린다.”
부모의 마음은 똑같다. 국민들이 ‘아빠 찬스’를 바라보는 시각도 똑같다. 공평한 기회가 내려지길 원하는 것. 내 자녀가 부당하게 기회를 빼앗기지 않을 권리를 얻는 것. 더 이상 국민의 평정심을 잃게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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