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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에 맞는 업무 주고, 충분히 훈련…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 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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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을 위한 일터를 만들면서 고려해야 할 점도 많습니다. 직원 개개인의 장애 특성이나 성향에 맞는 적절한 직무 배치와 관리 방법 등에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지요. 발달장애 청년들이 일하는 푸르메소셜팜(경기 여주)에서는 어떤 노력을 기울였으며, 그 노력이 발달장애 직원들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요?

지난 6월 이지선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한기명 한국장애인개발원 정책연구부 부연구위원과 함께 발표한 ‘발달장애인의 사회적 농업 분야 표준사업장에서의 취업 초기 경험에 대한 질적연구(한국장애인복지학, vol. 64, 2024)’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 푸르메소셜팜 직원의 근무 모습. ⓒ푸르메재단

“직무 세분화와 충분한 훈련·적응 시간 필요”

푸르메소셜팜은 보호작업장이 아닌 주식회사입니다. 지속가능한 운영을 위해서는 생산량을 늘리고 수익을 내는 것이 중요하지요. 하지만 발달장애 청년을 위한 일터이기에 수익성만 따질 순 없습니다. 설립 초기에는 손익보다는 직원들의 안전과 직무 훈련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직무를 세분화하고 직원의 장애 특성과 수준에 따라 직무를 부여했습니다. 직원 개별로 우세 손이 어느 쪽 손인지까지 고려했지요. 또 장애인 직원이 기본생활 및 직장생활 수칙을 배울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는 회사와 직원, 양쪽 모두에게 인내가 필요한 과정이었습니다.

“장애인 직원의 능력과 수준에 따라서 (각자 맡은 업무를 잘할 수 있게)저희가 지원하려고…. 오른손의 위치나 소근육에 경직이 있거나 할 경우 등을 고려해서 직무 훈련 영상을 찍었어요. 제가 주의사항부터 손동작 등까지 상세히 담은 영상을 직무지도원 선생님에게 보내면 선생님들이 먼저 업무에 필요한 동작을 익히고, 자신이 지도를 맡은 직원과 훈련한 뒤에 업무 현장에 들어오는 것이죠.”(참여자 C2, 관리자)

“높은 곳에서 해야 하는 곁순 자르기 등의 업무는 리프트를 잘 타는 직원을 배정하고요. 모종에 유인줄을 감는 업무는 (섬세한)작업을 잘하는 사람에게 맡기고…. 직무를 나누고 배정하며 훈련하는 과정에서 저희도 직원에 대해 이해하고 하나하나 배우고 있습니다.”(참여자 C1, 관리자)

직무를 세분화하고 체계적으로 훈련하는 과정 덕분에 푸르메소셜팜의 발달장애인 직원들은 근무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일이 어렵지 않다”고 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직장에 오기 전에 다른 일을 해봤던 참여자들도 “이전의 직무와 비교했을 때 힘들지 않은 일”이라고 대답했습니다. 무엇보다 “새로운 일을 배워도 어렵지 않았다”, “잘 모르는 일도 도와주면 잘할 수 있다”고 말하는 직원들이 많아, 이러한 회사의 노력이 직원들의 적극적인 근무 태도와 도전정신을 향상시킨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일하는 것을 조금 편안하게 느끼는 것 같아요. 직무 자체를 어려워하거나 두려워하거나 (일하는 것을) 주저하기보다는 편안하게 느끼는 경우가 더 많아요.”(참여자 C2, 관리자)

“확실히 여기서 배우는 직무가 어렵지는 않은 것 같아요. (배우면서) 어렵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었어요. 생각보다 빨리 배우고요.”(참여자 B2, 직무지도원)

“(연구자: 만약에 학교 후배들이 ‘여기 어때?’ 라고 물어보면 추천할 것 같으세요?) 처음에는 잘 못 하지만 더 일하면 잘하지 않을까, 선생님이 도와주면 잘하지 않을까.”(참여자 A5, 장애인 직원)

발달장애인 직원들은 생장에 따라 매일 달라지는 작물의 모습을 보며 노력과 관심을 더 쏟게 됐습니다. 작물의 상태가 좋으면 기분도 좋아졌고, 수확물의 색깔이 좋지 않거나 냄새가 나서 버려야 할 때는 속상해합니다. 업무 이해도가 높아지면서 유통단계를 거치며 토마토가 빠르게 변색될 것을 걱정하기도 했지요. 무엇보다 자신들이 직접 재배하여 내보내는 상품이라고 여기며 주인의식과 책임감을 갖게 됐습니다.

“○○ 씨는 출근하자마자 작물의 상태부터 봐요. (중략) 어제 자신이 작업했던 라인의 작물이 오늘 잘 자라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하는 직원들도 있어요.”(참여자 C1, 관리자)

취업 초기 손익과 생산성을 높이는 것에 초점을 두지 않고 장애 수준별로 다양하게 나뉜 직무를 익히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장애인 근로자들이 집중해서 일한 결과로 근로자들의 숙련도가 높아지고 그에 따라 생산성도 높아지는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기초 학습 능력을 요구하는 수치 계측 등의 직무도 잘 해내고 있으며, 입사 후 6개월이 지나자 하루 생산량이 3~4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이러한 성장을 바라보며, 더 복잡한 공정이 들어가는 일도 잘할 것이라는 기대를 품게 됐습니다.

“(일하는 속도가)점점 빨라지는 게 눈에 보이고, 처음에는 200~300개밖에 못 했는데, (지금은)1000개 정도 하게 됐어요. 그 모습에 직원 스스로도 성취감을 느끼고요.”(참여자 B1, 직무지도원)

“시간이 갈수록 잘 적응해 나가고 기술적인 부분을 잘해 나갈 때, 일하는 시간만큼은 열심히 하는 게 대견하고 ‘이보다 더 복잡한 업무도 잘할 수 있겠구나’ 라는 기대가 있어요.”(참여자 B2)

▲ 푸르메소셜팜 직원의 근무 모습(리프트 작업). ⓒ푸르메재단

“동료와 주고받는 대화가 곧 학습… 표현력 등 크게 늘어”

기본적인 생활 태도와 직장인으로서 갖추어야 할 태도도 좋아졌습니다. 처음에는 직무지도원들이 출근할 때 깨끗이 씻고 오는 것이나 머리를 빗고 오는 것, 옷과 신발 착용 같은 부분부터 직장 내에서 말하는 법과 몸의 자세 등까지 세세히 가르쳤습니다. 그러자 시간이 흐르면서 자기 돌봄이나 위생, 직장인으로서의 용모나 태도를 직원 스스로 잘 갖추게 되었습니다.

“생활습관이나 직장에서의 예의를 가르쳐 주기 위해서 용모나 의상, 생활 태도 등을 전반적으로 확인하고 일러주었어요. 지금은 출근하면 자기 가방을 잘 챙겨서 사물함에 안에 넣어 놓는 등 기본수칙을 잘 지키게 되었어요.”(참여자 B3, 직무지도원)

“지금까지는 가정이나 장애인복지관 등에서 보호받는 입장이었지만, 이제는 사회인이고 직장인이니까 잘 지켜야 하는 내용이 있다고 인식시키며 이끌었어요. 같이 일하는 동료도 함께 배우고 서로 잘 지키도록 각인시켜주니 ‘나도 동참해야겠구나’라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어요. 잘 따라오는 편입니다.”(참여자 B2, 직무지도원)

또 다른 변화로 성격이 밝아지고 자기 생각이나 감정을 표현하는 말을 많이 하기 시작했습니다. 자발적으로 일상을 이야기하거나, 동료와 직무지도원에게 고맙고 수고했다는 인사를 건네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함께 시간을 많이 보내면서 서로 친숙해져 일어난 변화이기도 하고, 동료 간에 주고받는 대화로 언어 학습이 이루어져 나타난 변화이기도 합니다.

“자기표현을 하고요. (중략) 자기의 일상을 말하고 싶어하고요. 정말 고생했다고 서로 위로해주고… 선생님 고생하셨다고 인사도 해요. 처음에는 이런 말을 안 했어요.”(참여자 B3, 직무지도원)

“직원들이 서로 얘기하면 표현이 별로 없는 친구들도 대화에 끼어들어요. 다른 사람이 했던 질문을 똑같이 따라하면서 배우고 점점 다른 표현이 늘어요. 그런 것들이 조금씩 변화하고 있구나 느낍니다.”(참여자 C1, 관리자)

푸르메소셜팜은 설립 초기 생산성을 높여 이익을 우선시하기보다는 발달장애인이 직장에 잘 적응하고 일을 잘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직무를 세분화하고, 그에 맞는 직무교육과 훈련 과정을 마련했지요. 또 각 직원의 숙련도와 장애의 정도를 고려하여 직무를 배정했습니다. 이는 직원들이 일을 어렵게 느끼지 않고, 자신도 일을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는 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발달장애인 근로자들은 집에서 보살핌을 받거나 마트나 카페 등에서 일하면서도 느끼지 못했던 직장인으로서의 자세를 갖추어가며, 집중해서 열심히 일하고, 무엇보다 자신이 맡은 직무에 책임감을 가지고 일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더 많은 발달장애인이 일다운 일을 하며 긍정적인 변화를 경험하고, 미래를 계획하는 삶, 보통의 삶의 살아갈 수 있도록 전국 곳곳에 발달장애인을 위한 좋은 일터가 생겨나길 바랍니다.

▲ 푸르메소셜팜 직원의 근무 모습. ⓒ푸르메재단

*위 글은 비영리공익재단이자 장애인 지원 전문단체인 ‘푸르메재단’의 글입니다.(☞ 바로 가기 : http://purm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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