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한 여성이 교통사고로 숨진 남자친구와 ‘영혼 결혼식’을 올리기로 했다.
최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위모씨는 지난 15일 남자친구 홍씨가 운전하는 차량에 탑승해 이동하던 중 4중 추돌사고를 당했다.
당시 차량에는 위씨와 홍씨 외에도 홍씨의 누나와 친구까지 총 4명이 탑승한 상황이었다. 위씨는 이 사고로 다리를 다쳤지만, 다친 몸을 이끌고 뒷자석에 타고 있던 동승자 친구를 끌어냈고 다른 차량에서도 승객 2명을 구해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운전석 쪽의 파손이 심해 남자친구인 홍씨와 그의 누나는 구할 수 없었다. 차량에 갇힌 홍씨 남매는 병원으로 급히 이송됐지만 결국 숨을 거뒀다.
홍씨의 어머니는 과거 남편과 사별하고 첫째 아들을 10년 전 교통사고로 잃었기 때문에, 남은 가족을 모두 잃고 실의에 빠졌다.
위씨는 홍씨와 결혼을 전제로 교제하고 있었기 때문에 홍씨 가족과 자주 왕래하는 사이였다. 홍씨를 구하지 못한 죄책감에 빠져 있던 위씨는 홍씨를 추모하고 그의 어머니를 자신이 돌보겠다며 홍씨와 영혼 결혼식을 올리기로 했다.
중화권에서 약 3000여년 전부터 이어져 온 풍습인 ‘영혼 결혼식’은 전통 혼례와 진행 방식은 동일하나 죽은 사람의 옷, 생전 사진 등을 식장에 지참해 진행한다. 결혼 등 바람을 이루지 못하고 죽으면 내세에서 평화를 찾을 수 없다는 믿음 때문에 아직까지 이 풍습이 남아있다.
소식을 접한 현지 네티즌들은 “위기 상황에서 다른 사람들을 구한 이 여성의 용기가 놀랍다”, “위씨의 남자친구 가족을 향한 책임감과 사랑이 감동적이다. 영혼 결혼은 영적 위안의 한 형태가 될 수 있다” 등 반응을 보였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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