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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 혁명국가 프랑스가 파리올림픽 개막식에선 ‘안면’을 바꿨다!

최보식의언론 조회수  

[최보식의언론=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

엠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파리올림픽 개막식이 끝난 직후 SNS에 한 문장을 올렸다. 

“People will talk about this 100 years from now. (사람들은 100년이 흐른 뒤에도 이것에 대하여 이야기할 것이다)”

예술과 혁명의 나라답게 프랑스는 올림픽 개막식을 ‘혁명’했다. 스타디움을 벗어나 파리 전체를 무대로 만들었다. 스포츠 행사에 머물기를 거부하고, 지상최대의 쇼, 드라마, 콘서트, 설치미술, 문학, 정치적 메시지 등을 포괄하는 차원 높은 종합예술 공연으로 바꿨다.

센강을 주무대로 삼아 행진, 노래, 연설, 율동 등 잡다한 이벤트를 프랑스 삼색기(三色旗)가 상징하는 자유, 평등, 박애(博愛)의 정신으로 한 흐름에 묶어 세계 사람들에게 강렬한 이미지로 던졌다.

SBS뉴스 캡처
SBS뉴스 캡처

1988년 서울올림픽 개막식이 ‘벽을 넘어서’란 메시지에 충실, 그 다음해 동구 공산권이 무너지는 주술(呪術)과 비슷한 역할을 한 이후 가장 강력한 메시지와 이미지를 만들어낸 올림픽 개막식이었다. 

프랑스가 아니면, 파리에서가 아니면 만들 수 없는 4시간의 최대, 최고의 공연이었다. 세계에 좌우(左右) 이념 대결의 정치를 수출하여 20세기에 러시아 중국 한반도 인도차이나 등을 킬링 필드로 만든 원조 혁명국가 프랑스가 개막식에선 안면을 바꿨다. 군가(軍歌) 같은 ‘라마르세이에즈’ 합창 속에서 마리 앙트와네트 처형과 바스티유 감옥 습격 장면을 당당하게 드러내면서 한편으론 존 레논의 ‘이매진’과 셀린 디온의 ‘사랑의 찬가’를 통하여 다양성과 관용, 그리고 삶의 즐거움을 설파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의외성(意外性)과 신선함과 긴장감의 연속이었다. 프랑스는 새로운 시설을 짓기보다는 파리 전체를 스타디움으로 생각하고 역사적 건축물들을 경기장으로 변형시켰다. 콩고드 광장과 앵발리드(군사박물관) 마당도 임시 경기장이 되고 센강은 개막식의 트랙 역할을 했다.

보트로 성화 봉송에 나선 라파엘 나달, 칼 루이스, 나디아 코마네치, 세레나 윌리엄즈는 스페인, 미국, 루마니아, 테니스, 육상, 체조, 남자와 여자로 다르지만 나중에 장애인들과 합세, 성화를 점화하여 열기구를 띄우는 데는 하나가 되었다.

에펠탑에 유령처럼 홀연히 나타난 셀린 디온이 달처럼 날아오르는 성화(聖火)를 향해서 부른 ‘사랑의 찬가’는, 1949년 비행기 사고로 죽은 애인(미들급 세계챔피언 마르셀 세르당)을 추모하여 에디드 피아프가 작사한 곡이다. 가사의 마지막 대목은 ‘이제 아무 문제가 없는 하늘 위에서, 내 사랑, 내가 사랑한다는 걸 믿나요? 신은 사랑하는 모든 사람을 이어줍니다’이다. 

그랑 팔레, 루브르 궁전, 노르트담 성당, 지하도, 개선문, 에펠탑, 알렉산더 3세 다리 등을 무대의 배경으로 삼은 공연을 더욱 빛낸 것은 비와 어둠이었다. 개막식 총감독은 며칠 전 뉴욕타임스 회견에서 “비가 오려면 폭우가 내려 번개와 천둥을 쳐주었으면 한다. 좋은 효과음이 될 것이다”고 했었다. 개막식을 늦은 오후와 저녁 무렵으로 잡은 것은, 파리의 야경(夜景)을 ‘빛의 도시’라 불리는 파리의 숨은 매력으로 역이용한 셈이다. 

어제 개막식은 피날레가 최대의 특종이었다. 수년간 불치병(근육경색)으로 일체의 공연을 중단한 프랑스계 캐나다 가수 셀린 디옹이 하얀 옷을 입고 에펠탑에 나타나 피아노 반주로 ‘사랑의 찬가’를 부르는 모습은, 마크롱의 말처럼 100년이 지나도 잊을 수 없는 장면이 되었다. ‘불란서’라고 하면 우스개로 매일 ‘경찰서가 불타는 나라’인데 어제는 인류의 가슴을 불타오르게 했다.

그런데 새삼 1988년 서울올림픽이 위대해보이는 것은 왜일까? 올림픽이 성공하기 가장 어려운 나라에서 ‘손에 손잡고 벽을 넘어서’ 한국과 세계를 바꾼 역전 드라마 서울올림픽의 네 영웅 전두환, 노태우, 박세직, 사마란치에게 미안한 마음이 생기는 것은 왜일까?

#파리올림픽, #2024올림픽, #셀린디옹, #프랑스, #88서울올림픽,

최보식의언론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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