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변호인이 김 여사가 지난 20일 제3의 장소에서 이뤄진 검찰 조사 당시 명품백 사건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했다고 밝혔다. 변호인에 따르면 김 여사는 검사 앞에서 “심려를 끼쳐드려 국민들에게 죄송하다”, “여러가지 정무적 판단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사죄를 하고 싶어도 쉽게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에 조선일보와 한겨레가 일제히 김 여사를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27일 자 사설 <검사 앞에서 했다는 사과, 국민 앞에서 하길>에서 “사과를 하고 싶다면 검사가 아니라 국민 앞에서 하는 것이 옳다. 변호사를 통해 알려진 이런 ‘비공개 사과’에 진정성이 있다고 생각할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김 여사의 명품백 사건은 친북 인물과 친야 유튜브가 기획한 ‘함정 몰카 공작’이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김 여사가 가방을 받은 것 자체는 부적절했던 만큼 직접 사과했어야 한다. 김 여사가 빨리 사과했으면 이렇게 커질 일이 아니었다. 그 일을 이렇게 키우더니 지금에 와서도 사과를 국민 앞이 아니라 검사 앞에서 했다고 한다”며 답답함을 드러냈다.
조선일보는 “김 여사는 검찰청사가 아닌 대통령 경호처 부속 청사에서 조사받았다. 전직 대통령, 전직 대통령 부인들도 다 검찰청사에서 조사받았다”며 “김 여사가 제3의 장소에서 조사받은 것을 두고 헌정사에 남을 결단인 것처럼 말하면 납득할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신문은 “더구나 김 여사의 소환 조사는 주가조작 관여 의혹은 고발된 지 거의 4년 만에, 명품백 사건은 7개월 만에 이뤄진 것이다. 일반인이라면 이렇게 조사가 늦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여사 조사를 둘러싸고도 논란이 적지 않은데 변호인의 전언 형식으로 사과를 하는 방식은 사태 파악이 부족한 것이라는 의미다.
한겨레 또한 같은 날 사설 <검찰에 ‘대국민 사과’ 국회엔 불출석 김 여사, 국민 앞에 직접 사과하라>에서 “숨어서 사과하는 ‘시늉’만 대신 전할 게 아니라, 국민 앞에 직접 고개를 숙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겨레는 “명품백 수수 의혹 등 숱한 논란에 모르쇠로 일관하다가, 느닷없이 검찰 조사에 앞서 ‘국민에게 사과했다’는 것”이라며 “자신의 사과가 총선 결과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에 사과를 꺼렸다는 데 총선이 끝난 지도 한참 지났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김 여사를 향해 “특검을 포함해 어떤 형식의 수사든 성실히 임하겠다고 약속하고, 국민 앞에 직접 진솔하게 해명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겨레는 “현직 대통령 배우자가 각종 범죄 혐의로 검찰 수사 대상이 된 것 자체가 도저히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엄정한 수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하는 것은 물론 김 여사의 대국민 사과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 뒤 “하지만 김 여사는 ‘출장 조사’ 나온 검찰 앞에서 ‘사과’를 언급했고, 이마저도 변호인의 전언을 통해 국민에게 알렸다. 조서에 기재되지 않았다고 하니, 그 발언을 들은 이는 수사 검사들과 변호인뿐”이라며 “실재 여부도 불확실한 발언을 대리로 전하며 ‘진심’ 운운하고 있다”고 거듭 비판했다. 각각 보수와 진보를 대표하는 신문사에서 한목소리로 김건희 여사의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하는 대목은 상징적이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26일 논평에서 “뇌물 수수 의혹의 피의자가 듣도 보도 못한 ‘출장 황제 조사’를 받더니, 이제는 국민이 없는 자리에서 대국민 사과를 했다고 우기고 있다. 더욱이 ‘건국 이래 이런 수사 협조는 없다’니, 건국 이래 이보다 뻔뻔한 정권은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의 행태는 사법질서를 능멸하는 수사 농단이자, 주권자인 국민에 대한 하극상”이라며 “국민의 요구는 특검 수용을 전제로 한 김건희 여사의 석고대죄”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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