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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정 첫 대통령 여사 조사’ vs 총장 보고 지연 [서초동 야단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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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정 첫 대통령 여사 조사' vs 총장 보고 지연 [서초동 야단법석]
이원석(위 사진) 검찰총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뉴스1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수수 의혹에 검찰 1인자와 2인자가 7월 마지막 내내 충돌했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검찰청 내 소환’이라는 원칙과 보고 절차를 어겼다며 김 여사 수사팀을 다그쳤고,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과 수사팀은 “애초에 불가능한 조사를 성사시켰다”고 반발했다. 양측의 논쟁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용산에서 디올백이 검찰로 왔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의 디올백 수수 의혹에 대한 수사가 종착지에 왔다. 전날 대통령실은 최재영 목사가 김 여사에게 준 300만 원 상당의 디올백을 보관하고 있다가 검찰에 임의제출 방식으로 냈다. 최 목사가 김 여사에게 청탁을 대가로 줬다는 디올백이다. 검찰은 이 가방이 최 목사가 줬다는 제품과 일치하는지 알아볼 방침이다.

가방이 검찰청으로 오면서 사실상 수사는 마무리 됐다. 최 목사와 백은종 서울의소리 대표, 김 여사를 보좌하는 유 모 행정관 등 사건 관계인에 대한 조사도 마쳤다.

지난 20일에는 ‘디올백 사건’의 중심인 김 여사 조사도 끝냈다. 검찰 1, 2인자가 충돌한 지점이다. 김 여사는 서울 종로구에 있는 정부 보안청사에서 조사를 받았다. 당초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최재훈 부장검사)가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한 조사만 있을 예정이었다고 한다. 그러다 이날 오후 7시 40분께 디올백 수사팀인 형사1부(김승호 부장검사)가 김 여사의 조사를 시작했다고 이 지검장에게 보고 했다. 이 지검장은 즉시 도이치모터스 사건 지휘가 배제된 이 총장에게 디올백 조사는 즉시 보고해야 한다. 하지만 이 총장이 조사 사실을 이 지검장에게 들은 것은 오후 11시 16분께였다. 3시간 30분이 지난 뒤였다.

다음날 21일은 일요일이었지만 대검은 발칵 뒤집어졌다. 이 총장뿐 아니라 대검 주요 간부들도 토요일 ‘깜짝 조사’로 적잖이 당황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만큼 김 여사 조사 보안은 철저하게 통제됐다. 이 때문에 조사가 결정된 것도 당일이나 불과 하루 전일 것으로 검찰 내부에서는 보고 있다. 검찰 내에서는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가 당대표에 오르기 전에 김 여사 조사를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대통령실의 뜻에 빠르게 조사가 마무리 됐다는 의견도 나온다.

22일 월요일 출근길에 이 총장은 기자들과 만나 “법 앞에 예외도, 특혜도, 성역도 없다는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며 김 여사 수사팀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어 “서울중앙지검장으로부터 (김 여사) 조사와 관련해 직접 보고를 받은 뒤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총장은 평소 김 여사도 일반 국민과 마찬가지로 검찰청 내 소환을 강조했다. 이게 지켜지지 않았던 것이다. 이 총장은 이날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이 쓰여진 가방고리를 가방에 보란듯이 달고왔다. 인의예지신은 유교 윤리 핵심 개념으로 ‘어질고, 의롭고, 예의있고, 지혜로우며, 믿음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 가방고리는 평소에도 달려 있지만 평소에는 아무것도 쓰여져있지 않는 뒷면이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인의예지신은 수사팀에게 하는 말처럼 읽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수사팀에 대한 감찰을 할 수도 있다는 취지로도 읽히기도 한다.

이 총장의 작심 비판으로 디올백 수사팀인 형사1부 검사들은 발칵 뒤집어졌다. 이 총장이 직접 형사1부로 파견을 보낸 김경목 부부장검사(사법연수원 38기)는 이날 오후 사표를 냈다. 대검 감찰부가 진상 조사 착수를 했다는 이유였다. 그는 “열심히 조사를 했더니 진상조사라니 회의를 느낀다”는 취지의 사직서였다.

당초 수사팀의 보고는 제대로 이뤄졌고 총장에게 보고가 제때 이뤄지지 않은 것은 이 지검장 때문이라는 주장들이 나왔다. 이에 이 총장은 “수사팀은 잘못이 없다”며 “김경목 부부장검사의 사표를 반려하라”는 취지의 발언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법조계 안팎에서 수사 보고를 제때 하지 않는다고 감찰 대상이라고 여기진 않는다. 이 지검장의 보고 지연은 잘못이지만 그렇다고 수사팀에 대한 감찰을 하거나 감찰 전 단계 조치를 취한다면 그야말로 김 여사에 대한 수사는 ‘올스톱’이 될 수밖에 없다. 여기서 이 총장의 딜레마가 생길 수밖에 없다. 이 총장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북송금 의혹이나 김 여사 관련 사건 등을 오는 9월 임기 내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를 밝혀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후임자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는 이유도 있다. 이재명 대표는 대북송금 의혹으로 기소됐지만 김 여사 사건은 어떤 처분도 없기 때문에 이 총장 역시 결국 수사팀에게 힘을 실어줄 수밖에 없다.

결국 ‘적절한 시점’에 디올백 원본이 검찰에 도착했고 윤석열 대통령 취임부터 세상을 시끄럽게 해 온 ‘디올백 사건’이 마무리 돼 가고 있다.

'헌정 첫 대통령 여사 조사' vs 총장 보고 지연 [서초동 야단법석]

서울경제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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