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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 보도의 딜레마…‘현타’ 오는 기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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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CTV. 사진=pixabay
▲ CCTV. 사진=pixabay

“스쿨존 사고 보도를 하면서 CCTV를 계속 봐야 했다. 어린아이가 사고 당하는 장면을 보고난 후 순간 숨이 잘 안 쉬어진다는 느낌이 들었다. 악몽을 꾸기도 하고 횡단보도를 보면 계속 해당 장면이 생각나서 결국 정신과에 다녀왔다.” (A 방송기자)

올해로 10년차인 A기자는 기자 생활 대부분을 사회부에서 보냈다. 끔찍한 사건사고 현장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해왔지만 “최근 CCTV를 활용한 보도가 더 많아져서인지 고충이 심해졌다”고 한다. A기자는 “살인사건 터지면 동선 그대로 CCTV를 구하러 다닌다. 슈퍼, 세탁소, 다이소 등 동선에 있는 가게들에 들어가 계속 CCTV를 구한다”며 “가해자가 몇 시에 집을 나왔는지 특정이 안 된 경우 한 40기가 (분량 영상을) 받아서 10시간씩 본 적도, 편의점 30~40군데 돌아다니면서 CCTV만 구한 날도 있다”고 했다.

A기자 외에도 사회부를 거친 여러 기자들이 최근 2~3년간 CCTV 활용 보도가 늘면서 겪는 고충을 전했다. 또 다른 방송사의 사건팀 B기자(5년차)는 “하루 2~3시간은 CCTV를 따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하루에 10군데 정도 간다”며 “막내 기자들이 주로 하지만 큰 사건이 터지면 팀의 기자들이 모두 투입돼 ‘일단 CCTV부터 구해보자’ 한다”고 말했다.

일간지 사회부의 C기자(9년차)는 “몇년 전에는 방송 기자들이 보통 CCTV를 찾아다녔는데 이제는 일간지 기자도 함께 찾으러 다닌다. 홈페이지, 유튜브, 기사에도 영상을 넣어야 한다”며 “최근 더 심해진 느낌”이라고 했다.

CCTV보도 확연히 늘어난 상황에서 일상적 트라우마·감정노동

짧은 시간 안에 CCTV를 확보하는 데 치중하면서 겪는 체력적, 감정적 노동 문제를 호소하는 목소리가 있다. B기자는 “기자는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확한 장소도 모르기에 일단 주변 가게에 다 들어가 탐색한다”면서 “다섯 군데 들어간다 치면 보여주는 곳은 한둘이고 가게들은 바쁘니 매우 나쁘게 거절당하는 일도 다반사”라는 것이다.

사건사고 등의 CCTV 영상을 반복적으로 접하며 트라우마를 겪기도 한다. A기자는 “매일 하는 일이니까 스스로도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최근 들어 아이들 관련한 사고나 칼부림 등 흉흉한 장면들을 많이 보다 보니 정신적으로 피폐해지는 것이 느껴졌다”고 했다. 

관련해 A기자는 “끔찍한 장면을 보고 난 후 기자가 힘들 수 있고 꼭 큰 사고가 아니라 일상적인 업무로도 트라우마를 겪을 수도 있다는 인식이 확대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대형 참사와 같은 계기가 없으면 일상적 취재 과정에서의 어려움을 호소하기 어려운 현실도 개선이 필요한 과제로 꼽힌다. 

▲ ‘음주 뺑소니’ 혐의를 받는 트로트 가수 김호중씨가 5월21일 오후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조사를 마친 뒤 귀가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음주 뺑소니’ 혐의를 받는 트로트 가수 김호중씨가 5월21일 오후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조사를 마친 뒤 귀가하고 있다. ⓒ 연합뉴스

“CCTV만 따다가 부랴부랴 사건 파악하면 현타가 온다”

물론 기자들이 CCTV 보도의 필요성 자체를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에도 음주운전 뺑소니 사건을 벌인 가수 김호중이 음주 사실을 부인하던 상황, 9명이 사망한 시청 앞 교통사고 차량 보도 등에서 CCTV가 결정적 증거로 활용됐다.

지역과 서울 방송사에서 사회부를 경험한 D기자는 “경찰의 초기 대응을 지적하는 기사는 대부분 CCTV를 통해 나온다. 직접 보거나 사건을 겪지 않는 이상 수사기관이나 목격자 말만 듣고 써야 하는데, CCTV는 그래도 이른바 ‘실체적 진실’에 가깝다는 느낌이 든다”면서 “경찰 말만 듣고 교통사고 현장 가보면 사건이 잘 안 그려질 때가 많다. CCTV를 보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확히 쓰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CCTV 입수에 우선순위를 두는 주객전도는 보도의 질적인 면에서도 우려스럽다는 지적이 나온다. D기자는 “기사 화면을 고민하는 것이 당연하고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다가도, 제대로 된 취재나 인터뷰도 못하고 CCTV만 따다가 부랴부랴 (내용 파악을 위해) 기사를 읽으러 회사 들어갈 때면 ‘이게 맞나’ 현타가 온다”며 “메인 뉴스 얼마 안 남은 시간대에 큰 사건이 터지면 사무실에서 기사 대신 써주고, 현장에서는 CCTV만 따고 돌아오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했다.

▲2020 영상보도 가이드라인 개정판 표지. 한국영상기자협회 제공
▲2020 영상보도 가이드라인 개정판 표지. 한국영상기자협회 제공

A기자는 주변 사례를 들어 “돈을 주고 CCTV를 사는 기자도 있고, 단독 욕심에 CCTV를 얻어낸 후 삭제하는 기자도 있다. 다른 기자들은 가져가지 못하게 삭제를 하는 것”이라며 “현장에서 이런 일을 보면서 기자들은 ‘나도 저렇게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 것”이라고 말했다.

2020년 한국영상기자협회가 펴낸 ‘영상보도 가이드라인’을 살펴보면 △방송사는 스스로 취재하고 확인한 자료에 근거를 둬야 하며, 사실 확인을 위한 제반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저작권, 초상권, 인격권 등을 침해하지 않기 위한 조치에 충실해야 한다 △사실 여부와 정확성, 공정성에 대한 판단이 선행돼야 한다 △해당 영상이 시청자로 하여금 충격과 혐오감을 자아내서는 안 된다 등 기본적인 내용을 담고 있지만 현장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일들을 가이드라인이 모두 포괄할 수는 없다. 요즘처럼 과열된 CCTV 취재 현장에선 더욱 그렇다.

언론법에 정통한 한 변호사는 “CCTV 영상은 사건 현장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고도 하지만, 그 폭력성이나 선전성 면에서 양날의 검이라는 지적이 오래 전부터 제기됐다”며 “법적으로는 어느 기관이든 기자에게 CCTV를 제공해야 한다는 근거는 없어 그만큼 구하는 작업이 어려울 것이다. CCTV 영상 공개가 시청자 알권리를 위한 것이 아니라 폭력성이나 선정성으로 독자 흥미나 주목을 끌기 위한 장치에 그친다면 여러 문제가 덧붙여지기에 방송사의 여러 조치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미디어오늘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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