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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인하 기대감 커진 EU·美… 韓 10월 인하 무게 실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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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과 미국의 경제와 물가 상승세가 둔화하면서 9월에 나란히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커졌다. 유럽중앙은행(ECB)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관계자들도 잇따라 완화적인 발언을 내놓으면서 이런 시각에 힘을 싣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로 낮아진 한국의 인하 시점도 다가오고 있다. 가계부채와 환율은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지만, 물가가 안정세를 보이면서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전환 기대감이 커진 상태다. 시장에서는 미국이 금리를 내린 직후에 열리는 10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주목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18일(현지 시각) 정책이사회를 열고 정책금리 3종을 모두 그대로 유지했다. 이에 따라 데포금리(은행이 ECB에 자금을 예치할 때 하룻밤 단위로 받는 돈)와 레피금리(중앙은행으로부터 1주간 돈을 빌릴 때 내는 이자), 한계대출금리(하룻밤 돈을 빌릴 때 내는 이자)가 각각 3.75%, 4.25%, 4.5%로 유지됐다.

◇ ECB, 정책금리 3종 동결… 9월 인하 가능성 ‘활짝’

ECB는 유로존 물가 상승률(전년 대비)이 10.6%까지 치솟자 2022년 7월부터 작년 9월까지 10차례 연속 정책금리 3종을 모두 4.5%포인트(p)씩 인상했다. 이후 5차례 내리 동결하다가 물가 상승률이 2.5%로 내리자 지난달 초 처음으로 인하했다.

이번 달에는 인플레이션이 더 둔화할 것이라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 등으로 동결을 결정했다. ECB는 성명에서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2022년 10.6%로 정점을 찍은 후 6월 2.5%로 둔화됐지만, 인플레이션이 내년 말까지 목표치 2%로 떨어질 것이라는 증거가 더 필요하다”고 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지난 18일(현지 시각) 독일 프랑크푸르트암마인에서 열린 ECB 이사회 회의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지난 18일(현지 시각) 독일 프랑크푸르트암마인에서 열린 ECB 이사회 회의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다만 9월 추가 인하 가능성은 열어뒀다. 크리스틴 라가라드 ECB 총재는 산업생산과 투자활동 부진으로 2분기 성장이 둔화됐을 것으로 전망하면서 추가 금리 인하 기대감을 높였다. 그는 “우리가 9월에 무엇을 할지에 대한 질문은 열려 있다”고 했다.

올해 들어 두 번이나 금리를 인하한 캐나다 중앙은행도 9월 인하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티프 맥클림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는 지난 24일(현지 시각) 기준금리를 4.75%에서 4.5%로 낮추면서 “우리의 통화정책 숙고 과정에서 경제 하방 위험이 더욱 중요도를 갖게 됐다”면서 “추가 인하를 기대하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9월 금리를 인하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지난 15일(현지 시각) 워싱턴DC에서 열린 이코노믹 클럽 대담에서 “인플레이션 목표치인 2%까지 가는 데에 더 큰 확신을 얻었다”고 언급한 것이 기대감을 키운 시발점이 됐다.

실제로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3% 오르면서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여기에 소비자물가의 선행지표인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세가 둔화하고, 소비자심리지수까지 하락하면서 9월 인하 기대감이 높아진 상황이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 그룹 페드워치(Fedwatch)에 따르면 26일 미국 연방금리(FF) 선물시장 참가자들은 연준의 9월 인하 가능성을 100%로 보고 있다. 일주일 전(98.1%), 한 달 전(62.3%)과 비교하면 인하 확률이 크게 올랐다.

◇ 8월 인하 가능성 낮아진 韓… 10월 금통위 주목

ECB와 연준의 9월 인하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국은행의 인하 시점에도 관심이 쏠린다. 올해 남아있는 금통위는 오는 8월 22일과 10월 11일, 11월 28일 세 차례다. 연내 금리를 내린다면 첫 인하 시점은 이 세 날짜 중 하루다.

현재로선 8월 인하 가능성은 낮아진 상황이다. 지난 11일 금통위에서 금통위원 만장일치로 금리를 동결하면서 당분간 긴축기조를 유지할 의사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7월 금통위에서 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소수의견인 1~2명 나온 뒤 8월에 금리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을 높게 봤다. 그러나 소수의견이 나오지 않으면서 8월 인하는 힘이 빠지게 됐다.

그래픽=손민균
그래픽=손민균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7월 금통위의 전반적인 톤은 시장 예상보다 분명 매파적이었다”면서 “금리 인하 여지는 열어두되 시장의 기대가 과도하게 형성되는 것을 막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8월 인하 가능성은 소멸되었고 연내 2회 인하도 어려워졌다”고 덧붙였다.

시장은 10월 금통위에 주목하고 있다. 박석길 JP모건 이코노미스트는 “한은은 ‘지연된 금리 인하’보다 ‘조기 금리 인하’의 위험이 더 크다고 보는 것 같다”면서 “7·8월 인플레이션 진정세가 확인되면 4분기에 기준금리를 인하해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부분적으로 완화할 것으로 보인다. 11월보다는 10월에 인하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변수는 치솟는 가계부채와 환율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가계대출은 지난달에만 5조3000억원가량 늘면서 지난 2021년 7월(6조2000억원 증가) 이후 2년 11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원·달러 환율도 1380원을 넘나들면서 물가 상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두 수치가 가파르게 증가하면 금융안정과 물가안정을 정책 목표로 하는 한은이 선뜻 금리를 내리기 어려워진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6월 통방문을 보더라도 5월과 비교해 외환시장과 수도권 주택가격 등이 금융시장 안정에 미칠 영향을 점검해야한다는 문구가 새롭게 들어갔다”면서 “1400원 수준을 위협하는 원·달러 환율 흐름과 들썩이는 수도권 부동산 가격에 대한 한은의 고민이 깊어졌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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