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아이들이 몽클레어 패딩을 교복처럼 입는다. 부모 역시 아이들이 초라해 보이길 원치 않는다.”
24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한국 부모들이 어린 자녀에게 사치품을 사주는 소비 성향에 주목했다.
FT는 “서울에서 백화점이 문을 열었을 때 새로운 품목을 가장 먼저 사기 위해 사람들이 줄을 서거나 밤을 새우는 것을 보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라고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경기도 동탄에 사는 김모씨는 최근 4살 딸을 위해 티파니에서 78만원대 은목걸이를 구입했다. 18개월 된 딸을 위해선 38만원대 골든구스 구두를 샀다. 몽클레어 패딩과 셔츠, 버버리 드레스와 바지, 펜디 가운과 신발 등 다른 명품들도 다수 구매했다.
김씨는 “아이들이 결혼식, 생일 파티, 음악 콘서트에 갈 때 초라해 보이지 않길 바란다”며 “아이들이 그런 옷이나 신발로 마음 편히 다닐 수 있다면 가격은 상관없다”고 강조했다.
FT는 “세계에서 출산율이 가장 낮은 한국은 점점 더 부유해지면서 자녀의 사치품에 많은 돈을 쓰는 부모가 늘어나고 있다”며 전문가 견해를 인용해 “낮은 출산율 및 소가족화, 과시욕, 소득 증대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유로모니터의 뷰티·패션 컨설턴트인 리사 홍은 “한국의 출산율은 계속 떨어지고 있지만, 유아 럭셔리 시장은 계속 성장하고 있다”며 “한국인들이 과시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이 하는 일을 할 수 없으면 참지 못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많은 가족이 자녀를 한 명만 두기 때문에 최고급 품목을 선택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는 첫 럭셔리 제품 소비 연령을 낮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로모니터 측은 “1인당 지출 측면에서 한국은 고급 아동복 시장에서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3대 시장 중 하나”라며 “지난 5년 동안 연평균 5% 이상 성장했는데 중국과 터키 다음으로 높은 수치”라고 설명했다.
디올 코리아 전 대표였던 이종규 현 에트로코리아 대표는 “한국 사회는 경쟁이 치열하고 사람들은 눈에 띄고 싶어 한다”며 “럭셔리 제품은 이를 위한 좋은 도구가 됐다. 몽클레어 겨울 재킷은 10대 청소년의 교복이 됐다”고 전했다.
실제 현대와 신세계 백화점의 아동용 명품 매출은 지난해 각각 27%, 15% 증가했다. 롯데백화점은 프리미엄 아동용 품목 매출이 25%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모건스탠리의 2022년 분석에 따르면 글로벌 명품 브랜드인 프라다와 몽클레어, 보테가 베네타, 버버리 등 전 세계 매출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0%에 이른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 6월 “한국의 인플레이션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높게 나오는 구조적인 요인 중의 하나로 한국인들의 명품 선호가 물가 억제를 어렵게 만드는 측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FT는 “어린이들이 사치품에 익숙해지는 건 긍정적인 현상으로만 볼 수 없다”며 “비싼 선물을 받으며 자란 젊은 한국인들은 높은 주택 가격에 좌절하고 사치품 유행에 동참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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