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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합’ 외치지만 불안한 윤석열-한동훈의 ‘허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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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사무처당직자 월례조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뉴시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사무처당직자 월례조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7·23 전당대회에서 한동훈 대표가 여당의 새로운 당수로 선택된 이후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의 메시지는 ‘당정 화합’에 집중돼 있다. 총선 국면에서 불거진 이른바 ‘윤한 갈등’ 우려를 선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결국 이들의 갈등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서로의 지향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현재 상황이 ‘오월동주(吳越同舟·적대 관계에 있는 사람끼리 이해 때문에 뭉치는 경우)’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2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과 한 대표는 공동의 목표가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며 “당정 간에 긴밀하게 소통해서 향후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어 “대통령께서도 지난번 만찬 때와 마찬가지로 참모진들에게 당과 긴밀하게 소통하라고 다시 한번 지시하셨다”고 강조했다.

지난 23일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한 대표는 62.8%의 압도적 표심으로 여당 대표가 됐다. 친윤계 후보로 분류됐던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과 상당한 격차를 벌리며 ‘윤심’에 기대는 당의 모습과도 결별하게 됐다. 한 대표는 이러한 당원과 지지자들의 기대에 대해 “국민의힘의 변화를 선택했다”고 해석했다. 그는 “국민 마음에 반응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게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했다.

전당대회 국면에서 한 대표를 괴롭혔던 것은 지난 총선 국면에서 불거진 윤 대통령과의 ‘불화’였다. 경쟁 후보들은 이 문제를 집요하게 추궁했다. 이를 의식한 듯 당선 후 한 대표는 윤 대통령과의 관계 개선에 힘을 실었다. 전당대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을) 당연히 찾아가 봬야 할 것”이라며 “당정관계를 생산적으로 하기 위해 자주 소통하겠다”고도 했다. 한 대표는 전당대회 직후 윤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정 간 ‘화해 무드’는 지난 24일 윤 대통령이 한 후보를 비롯한 신임 지도부를 대통령실에 초청해 만찬을 가지면서 정점을 찍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앞으로 하나가 돼 우리 한 대표를 잘 도와줘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여권 내부에선 이를 ‘화해의 시그널’이라고 봤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YTN 라디오 ‘뉴스파이팅 배승희입니다’에서 “(대통령께서) 오해를 회복하고 가까워질 노력을 많이 하는 것으로 보였다”고 했고,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대통령이 한 발 뒤로 물러났다는 이야기”라고 평가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민의힘 신임 당 지도부 만찬에 앞서 한동훈 신임 당대표와 기념촬영을 위해 손을 잡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민의힘 신임 당 지도부 만찬에 앞서 한동훈 신임 당대표와 기념촬영을 위해 손을 잡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 ‘당정 갈등’은 시간 문제?

전당대회 직후 ‘허니문 기간’인 측면도 있겠지만, 당정이 일단 화합을 강조하고 나선 데는 말 그대로 ‘공동의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임기를 안정적으로 마무리하고 보수 진영이 정권을 재창출하는 시나리오가 그것이다. 한 대표가 전당대회 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의 목표는 같다. 이 정부를 성공시켜서 정권을 재창출하는 것”이라며 “목표가 같은 사람들 사이의 이견을 갈등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언급한 것은 이러한 인식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문제는 이를 위한 ‘접근법’이 윤 대통령과 얼마나 일치할지 여부다. 유력 차기 대권 주자로 거론되는 한 대표로서는 당장 민심의 움직임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숙명을 지니고 있다.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이끌며 민심의 무게를 몸소 경험했다는 점에서 당연한 일이지만, 이는 현안마다 윤 대통령은 물론 여권 내부와 충돌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그가 내세운 당의 ‘체질 개선’, ‘외연 확장’ 역시 보수층이 썩 반기는 의제는 아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뇌관은 한 대표가 전당대회 당시 띄운 ‘제3자 특검법’이다.

물론 정치권에서는 당분간 윤 대통령과 한 대표 간 협력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국정 동력 확보를 위해 여당의 지원이 필요한 윤 대통령과 당에 뿌리를 내려야 하는 한 대표의 이해관계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인기가 있는 한 대표라고 하더라도 ‘살아있는 권력’인 윤 대통령에게 맞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실제로 한 대표는 이날 ‘제3자 특검법’과 관련해 “입장에 변함없다”면서도 “당내 민주적 절차”를 언급하며 한발 물러섰다.

다만 언제까지 이들의 훈풍이 이어질 것인지는 미지수다. 민심이 강하게 반응하는 현안에 대해 한 대표가 외면할 경우 정치적 입지가 흔들릴 수밖에 없기 떄문이다. 이는 한 대표로서는 선택을 내려야 하는 순간이 됐음을 의미한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여권 내 야당의 길로 가지 않으면 (한 대표는) 대통령 선거에 나갈 수 없고, 본선 경쟁력이 없는 사람은 당원들도 대선 후보로 안 뽑는다”며 “갈수록 독자의 길을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사위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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