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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티메프 사태 불러온 ‘제 멋대로 정산 주기’… 무법지대 이커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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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이커머스(전자상거래) 플랫폼 큐텐의 계열사인 ‘티메프(티몬·위메프)’발 대금 정산 지연 사태에 따른 피해가 커지고 있다. 이커머스 업체의 제멋대로 식 판매 대금 정산 주기가 문제의 주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들 업체에 대한 판매 대금 정산 주기나 관리에 대한 규제가 미비해 벌어진 일이라는 것이다.

특히 티메프는 판매 후 두 달이 넘어야 판매자에 정산금 지급을 해왔다. 이 기간에 자금을 다른 사업에 투자하는 등 유용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커머스 업계의 정산 관리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이 같은 사태는 언제든 되풀이될 수 있다.

26일 오후 서울 강남구 티몬 신사옥 앞에서 '판매 대금 미정산 사태'로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이 운집해 있다. /뉴스1
26일 오후 서울 강남구 티몬 신사옥 앞에서 ‘판매 대금 미정산 사태’로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이 운집해 있다. /뉴스1

2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대규모 유통업자는 ‘대규모유통법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대규모유통업법)에 따라 월 판매 마감일로부터 직매입 60일, 위수탁 40일 이내에 대금을 지급하게 돼 있다. 법에서 정의하는 대규모유통업자는 직전 사업연도의 소매업종 매출액이 1000억원 이상이거나, 자신이 임대한 매장 면적의 합계가 3000제곱미터 이상인 사업자다.

다만 소비자단체 등에서는 법이 정한 이 기간이 너무 길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40~60일이란 기간 동안 판매 대금을 정산하지 않으면 그 기간에도 기업이 부당한 이자 수익을 벌 수 있는 탓이다. 반면 판매자(셀러)는 긴 정산 기간으로 인해 자금난이 발생, 은행으로부터 플랫폼 업체 대금을 선대출 받는 기형적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대기업유통사가 아닌 티몬이나 위메프 같은 중소 업체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규모 기준 등에 따라 법 적용을 아예 받지 않아서다. 이들 업체에 대한 정산·대금 보관·사용 등에 관한 규제가 없는 것이다. 사실상 무법지대였던 셈이다.

이 때문에 이커머스 플랫폼마다 정산 주기와 방식이 제멋대로였다. 특히 위메프와 티몬은 이커머스 중에서도 정산 주기가 긴 편에 속한다. 티몬은 거래가 발생한 달 마지막 날을 기준으로 40일 뒤에 거래 대금의 100%를 지급하는 식이었다. 위메프는 거래 발생 월의 마지막 날을 기준으로 두 달 뒤 7일에 거래대금의 100%를 정산해 줬다. 즉 매출 발생 후 정산까지 70여 일이 소요된다.

쿠팡도 긴 정산 주기로 판매자들의 원성을 받는 일이 잦았다. 쿠팡의 정산 방식은 주정산과 월정산으로 나뉜다. 주정산은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매출을 기준으로 15영업일이 지난 후 70%를 정산하고 두 달 후 나머지 30%를 준다. 정산 완료까지 40~50일이 걸리는 셈이다. 월정산은 상품이 판매된 달의 마지막 날을 기준으로 15영업일 후 판매 대금의 100%를 정산해 준다. 정산 완료까지 60여 일이 걸린다.

쿠팡은 정산 주기가 길다는 지적에 지난해 빠른 정산 서비스를 도입했다. 구매확정일 기준으로 다음 날 오전 10시에 판매 대금의 90%를 정산해 주는 서비스다. 대신 현금 정산은 불가능하고 체크카드로 지급된다.

반면 네이버와 지마켓, 옥션, 11번가 등은 거래확정일 기준으로 1~2일 안에 판매 대금이 정산된다. 정산 주기가 긴 기업은 그 원인에 대해선 사업상 비밀이라는 핑계를 댄다. 공시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밝힐 의무가 없다는 입장이다. 온라인몰과 입점 업체 간의 자유로운 계약의 결과라는 취지다. 또 일률적인 빠른 정산 강제는 소비자 권리를 제한할 수 있다는 논리도 편다. 정산을 빨리한 뒤 소비자가 환불을 요청할 때 즉각 대응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판매 후 정산까지 두 달이 넘는 시간이 주어지니 기업 입장에선 이 기간 동안 자금을 멋대로 융통할 수 있다. 은행에만 맡겨도 이자 수익을 벌 수 있고, 다른 사업에 써버릴 수도 있는 셈이다. 이커머스 업체들이 판매 대금을 이 기간 동안 어떻게 관리하는지는 공개되지 않는다.

업계에서는 큐텐그룹이 티몬과 위메프 판매 대금을 글로벌 이커머스 플랫폼 위시를 인수하는 인수자금으로 썼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큐텐은 지난 2월 1억7300만달러(약 2300억원)에 위시를 인수했다. 이때 티몬과 위메프의 자금을 끌어다 썼다는 의혹이다.

이커머스의 정산 방식을 손보지 않는다면 티메프 사태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티몬과 위메프는 정산 지연 사태가 발생하고 다수의 파트너사가 판매를 중단하자 그제서야 제3의 금융 기관에서 대금을 보관하는 에스크로 방식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정산을 위해 유입된 자금은 정산에만 사용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금융당국도 이번 사태에 따라 이커머스 플랫폼에 유입된 정산 자금을 분리해 따로 관리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산 자금이 다른 용도로 사용되면서 협력사, 판매사, 소비자의 피해로 전이되는 것을 막는다는 취지다.

조선비즈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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