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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국회 거대 야당의 폭주에도 집권 여당은 여전히 무기력증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헌정사에 전례 없는 ‘기관장 직무대행 탄핵’ 카드까지 꺼내 들며 정권을 겨냥한 탄핵 구호를 연일 외치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말고는 마땅한 대책이 없는 상태다. 거야 독주에 여당이 속수무책으로 끌려다니는 동안 민생 입법이 소외받으면서 국민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26일 국회에서 이틀째 필리버스터를 진행했다. 전날 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방송 4법’에 반대하는 차원에서 여당이 시작한 필리버스터는 4박 5일 이상 이뤄질 예정이다. 이마저도 과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필리버스터 시작 24시간이 지난 이날 오후 강제 종료할 경우 방송 4법 중 하나인 방통위법 개정안에 대한 표결이 이뤄지게 된다. 방통위법 개정안은 방통위의 의결 정족수를 4인 이상으로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방통위법을 강행 처리하면 공영방송 이사진을 늘리고 학회와 직능단체 등에 이사 추천권을 주는 나머지 ‘방송 3법’에 대해서도 필리버스터를 통해 법안 통과를 최대한 지연시키겠다는 구상이다.
국민의힘은 여소야대 정국에 맞서 필리버스터를 통해 법안의 부당함을 알리는 대국민 여론전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여당 간사인 최형두 의원은 이날 필리버스터 실효성에 대해 “국민들에게 공영방송에 관한 문제를 알리는 계기”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당 안팎에서는 반복되는 필리버스터의 실효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여당 소속의 한 과방위 의원은 “야당의 쟁점 법안 강행 때마다 여당이 필리버스터 대안만 내세운다”며 자조적 반응을 보였다.
여당이 무기력하게 야당에 끌려다니는 사이 정부가 추진해온 각종 민생 법안들은 표류하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회가 시급한 민생 현안과 경제정책을 외면한 채 특검과 탄핵안 남발 등 정쟁에만 몰두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러면서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는 법안이 94건 정도인데 제대로 논의조차 안 되고 있다”며 “국회가 더 이상 미래로 가는 대한민국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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