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은 지난해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손흥민과 이강인 선수 간에 벌어진 하극상 논란 속에 4강에서 탈락한 대표팀에 대해 “창의성과 원팀 정신(협동심)의 오묘한 관계를 새삼 깨달았다”고 자신의 에세이를 통해 밝혔다.
‘축구의 시대-정몽규 축구 30년’을 펴낸 브레인스토어 출판사는 26일 “정몽규 회장이 올해 초 열린 카타르 아시안컵 준결승전을 통해 얻은 교훈을 서술한 대목은 현재 국가대표팀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책에 담긴 내용 일부를 소개했다.
정 회장은 1월 10일 카타르 현지에 도착해 선수들과 지원 스태프를 포함한 선수단 앞에서 “50명이 넘는 혈기왕성한 젊은 남자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어 감정의 기복도 있고 예민한 일도 발생할 것이다. 짜증도 나고 마음에 안 드는 일도 있겠지만 서로 존중하고 격려하면서 응원해야만 좋은 결과가 따라올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또 정 회장은 “옆의 선수가 나의 모자라는 것, 나의 실수를 막아줄 수 있다는 신뢰가 필요하다. 모든 사람이 하나가 되고 각자의 기분이나 느낌을 그대로 표출하지 않고 절제되고 성숙한 태도를 보여야만 원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아시안컵 대표팀은 준결승에서 만난 요르단에 0-2로 완패하며 탈락했다. 정 회장은 대표팀이 요르단전에서 무기력한 경기를 펼쳐 의아한 마음으로 숙소로 돌아와서야 경기 전날 손흥민(토트넘)과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의 몸싸움이 있었던 일을 알게 됐다고 한다.
정 회장은 “이 사태를 팬과 국민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고민이 됐고, 목격자가 70여명에 달해 보안을 철저히 해도 언론에 알려지는 게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을 것 같다고 판단했다”라고 돌아봤다.
아시안컵 이후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경질됐다. 정 회장은 클린스만 감독에 대해 “선수들이 각자 스스로 프로페셔널 해야 한다고 확고한 소신이 있었다”라며 “감독은 대등한 관계 속에서 선수들을 존중하면서 이들이 경기장에서 가장 좋은 퍼포먼스를 펼치도록 도와주는 것이 임무이자 업무라고 판단하는 스타일이었다. 그래서 평소 생활이나 숙소에서의 활동, 식사 시간 등은 최대한 자유롭게 해주려고 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 회장은 충분한 자율성을 보장받은 대표팀 선수들이 ‘원팀 정신’에 필요한 협동심에는 미흡했다고 봤다. 앞으로 선수들에게도 원팀을 강조하겠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는 저학년 전국 대회나 연령대 대표팀부터 서로 존중하면서 원팀이 되는 것을 더욱 강조하려고 한다”며 “원팀 의식이 더 높아지지 않는다면 지금 수준에서 더 좋은 성과를 내는 것은 힘들겠다고 판단했다. 다만 원팀을 강조하기 위해 개인의 창의성이 위축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또한 “팬들은 아시안컵에서 벌어진 대표팀 내 갈등에 대해 ‘창의성이 넘치는 자유로운 분위기의 젊은 선수’가 선배들의 기분을 거슬리게 하고 위계질서를 무너뜨린 사건이라고 판단해 하극상이라고 비판한다”며 “대부분 비난이 이강인에게 쏠렸다”고 봤다.
다만 그는 “이런 해석을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는다. 대표팀에는 여전히 위계질서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듯하다. 감독과는 자율적 관계를 선호하지만, 선후배 간의 전통적 위계질서가 유지되고 있는 것도 모순으로 보이는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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