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에 취한 채 차를 몰다가 행인을 치어 사망하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압구정 롤스로이스’ 운전자 신모(28)씨가 2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징역 20년을 선고한 1심보다 형량이 줄어든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2부(부장판사 김용중·김지선·소병진)는 26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험운전치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신씨의 항소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날 위험운전치사 혐의 등에 대해 1심과 같이 유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으로 인해 20대의 피해자가 고통 속에 사망했다”며 “피고인은 이전에도 여러 차례 약물을 투약하고 운전했고, 사고 당일 정상적인 보행조차 불가능할 정도로 약 기운에 취한 상태였으며, 운전 시작 몇 초 만에 사고를 낼 정도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피고인에게는 고의 부분에 준하는 엄한 처벌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은 사고 직후 피해자 구조에 힘쓰기보다 휴대폰만 찾으려 했고, 의사에게 허위 진술을 부탁하고 지인에게 증거인멸을 부탁하는 등 범행 후 정황도 매우 불량하다”며 “피고인은 유족과 합의했지만, 피해자는 처벌 희망에 관한 의사를 밝히지 못한 채 사망했고, 유족의 의사를 피해자의 의사와 동일시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신씨의 도주 혐의 및 사고 후 미조치 부분에 대해서는 일부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휴대폰을 찾기 위해 현장을 잠시 벗어났던 것으로 보인다”며 “현장에 돌아와 사고 운전자임을 인정했고, 피고인의 이탈로 인해 구호 조치가 지연되거나 사고 운전자 확정이 확정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지는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도주의 고의로 현장을 이탈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앞서 신씨는 지난해 8월 2일 오후 8시 10분쯤 서울 강남구 신사동 압구정역 인근 도로에서 롤스로이스 차량을 운전하다가 인도로 돌진해 20대 여성을 다치게 하고 구호 조치 없이 도주한 혐의를 받았다. 피해자 여성은 뇌사 상태에 빠졌다가 지난해 11월 사망했다. 신씨는 범행 당일 인근 성형외과에서 미다졸람, 디아제팜 등 각종 마약류를 투약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신씨는 지난해 9월 6일 구속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지난 1월 신씨에 대해 “구호 조치를 하지 않고 도주했고, 체포 과정에서도 피해자를 보고 웃는 등 비정상적인 행동을 했다”며 검찰 구형과 같이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신씨는 이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했다.
이후 신씨 측은 지난 5일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사고 직후 도주할 고의가 없었다며, 도주치사와 사고 후 미조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주장했다. 또 1심 선고 후 피해자 유족과 합의하고 처벌 불원서를 제출받았다고 밝혔다. 검찰은 1심과 같이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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