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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트 되기’ 교육, 교육불평등 악화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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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불평등’이라고 말할 때 우리는 무엇을 가장 먼저 떠올릴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아마도 상당히 많은 사람들은 ‘경제력에 따른 학업 성적의 격차’를 떠올릴 것이다. 그리고 그 격차는 주로 입시성과로 나타난다. 당장 언론기사만 검색해 봐도 강남 3구의 서울대 합격자가 지방의 몇 배라거나, 의대 합격자의 가족 배경이 어떻다거나, 특목고·자사고의 학부모 소득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등을 우리 사회 교육불평등의 지표로 제시하는 논의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교육을 ‘강화’해서 계층이동 사다리를 복원해야 한다거나 개천 용을 복원해야 한다는 주장도 교육불평등에 관한 이와 같은 인식과 무관하지 않다. 사회적으로 선호 받는 직업이나 지위의 획득은 교육을 통해 ‘공정하게’ 결정되어야 하는데 학업 성적이 가족배경에 따라 좌우되는 ‘불공정’이 교육불평등의 핵심 문제라는 것이다.

교육불평등을 이렇게 이해하게 되면, 그 해결책은 공교육만을 통해 누구나 의대나 명문대 등 선호 받는 대학에 진학할 수 있도록 학교교육과 입시제도를 긴밀하게 연결하고 사교육을 억제하는 것에 있다. 단순화해서 ‘가난한 집에서 명문대 보내기 프로젝트’라고 이름 붙일 수 있는 이와 같은 접근은 이미 ‘시험 능력주의’가 공고하게 내면화되어 있는 우리 사회에서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쉽게 받아들여진다. 교육이 ‘계층이동의 희망 사다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은 지난 문재인 정부와 현 윤석열 정부가 공유하고 있는 몇 안 되는 정책목표 중 하나다. 부잣집 아이들만 명문대에 진학해 고소득 직업을 획득하는 세상보다는 누구나 그런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세상이 더 좋아 보이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학원 건물에 의대 입시 홍보문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그런데 달리 생각해보면 교육불평등이 ‘명문대 진학의 문제’로 등치되는 것이 정상적인 일인지 의문이다. 2024년 기준으로 통칭 ‘SKY’로 불리는 명문대 입학정원은 1만 명을 조금 넘는 수준으로 같은 해 수능 응시자의 2.5% 정도에 불과하다. 의대 정원은 3000명을 조금 넘어 0.7% 정도이며, 2000명 증원이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1%를 조금 넘는 정도일 뿐이다. 소위 ‘인(in) 서울대’를 모두 합쳐도 전국 대학정원의 10%를 조금 넘는 정도라고 한다. 그러니까 명문대의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한다면 전체 학생의 3~4%, 확대해서 보더라도 전체 학생의 10%만이 여기에 포함된다. 나머지 90% 이상의 학생은 ‘명문대를 누가 가는가?’의 논의에서는 소외될 수밖에 없다. 불평등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기존 시스템에서 소외되는 이들의 상황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텐데, 이런 관점의 교육불평등은 오히려 기존 시스템에 가장 잘 적응하는 10%에게 초점을 맞춘다.

사실 명문대 혹은 그 명문대가 보장해줄 것으로 기대하는 ‘고소득 일자리’가 이토록 우리의 관심을 차지하는 이유 중 하나는 그것이 희소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쉽게 얻을 수 없기에 많은 사람들이 희망하고, 많은 사람이 희망하기에 경쟁이 치열하며, 경쟁이 치열하기에 누가 그것을 차지하는지를 두고 공정성의 문제가 부각된다. 지금의 구조 안에서 우리가 무엇을 하더라도 현재의 명문대를 ‘모두를 위한 명문대’로 만들 수는 없다. ‘모두를 위한’이 될 수 없다는 점이 명문대의 핵심 구성요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명문대 진학에 초점을 맞춘 교육불평등 논의 역시 90%의 학생을 소외시키는 논의가 될 수밖에 없다.

물론 가장 부유한 10%가 명문대에 진학하는 것보다는 다양한 소득계층에서 명문대에 진학하는 것이 더 정의로운 일이다. 그러나 교육불평등의 반대말이 ‘모두를 위한 평등한 교육’이라고 보면 명문대로 상징되는 엘리트 계급 충원에 집중된 교육불평등 담론은 그 자체로 불평등하다. 그리고 이 불평등한 교육불평등 담론은 명문대에 진학하지 못하는 90% 학생들이 어떤 교육적 경험을 하고 있는지에서 우리의 눈을 돌리게 한다.

“일단은 그 제가 인문계열의 고등학교를 진학을 해서 그렇게 졸업을 했는데, 이게 뭐 사실 진학, 그 대학교 진학을 위해 거의 뭐 발판 삼는 그런 정도의 개념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이제 비진학 청년들에 있어서는 그 굉장히 무관심합니다. 뭐, 거의 배척되는 건가 싶기도 하고요.”

지난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을 진학하지 않은 20대 초반 청년들의 고등학교에서의 경험을 탐색한 연구에 참여한 한 청년은, 나에게 대학에 가지 않는 청년은 고등학교에서 사실상 배척되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는 대학에, 그것도 가급적 선호 받는 ‘좋은’ 대학에 가는 것에 교육의 초점을 맞추기에 그 경로에서 벗어난 학생에게 의미 있는 경험을 마련해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교육’불평등’’지도 상위 몇 퍼센트의 엘리트가 어떻게 구성되는지로 받아들이고 있을 때, 그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 청소년들은 마땅히 누려야 할 교육의 권리를 박탈당한다. 교육불평등 담론이 불평등을 확대하는 꼴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다시 한 번 ‘교육의 목적은 무엇인가?’라는 고리타분해 보이는 질문을 할 필요가 있다. 지금 우리의 교육불평등 담론은 교육의 목적을 ‘엘리트 되기’라고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우리나라 ‘교육기본법’은 우리나라 교육의 목표를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도야하고 자주적 생활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함으로써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는 것이라고 선언하고 있다. 이 목표가 그저 무의미한 말의 잔치가 아니기 위해서는 교육불평등 담론에서조차 소외된 90%가 지금 학교교육을 통해 ‘자주적 생활능력’과 ‘민주시민의 자질’을 갖추고 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가난한 집 아이들이 서울대에 진학하지 못하는 상황보다 대학에 가기를 선택하지 않았거나 명문대에 진학하지 않는 학생들이 중고등학교에서 의미 있는 교육적 경험을 하지 못하는 상황을 좀 더 시급히 개선해야 할 교육불평등 문제로 받아들여야 한다.

‘교육불평등’이라는 이름 아래 ‘누가 엘리트가 되는가?’에 관심을 집중하는 것은 진짜 교육불평등을 악화시킬 뿐 아니라 다른 사회불평등에 눈을 감게 할 우려도 있다. ‘교육을 통한 계층이동 사다리 회복’이라는 문제의식은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불평등 자체를 해소하기보다는 불평등을 유지한 채 누가 그 불평등 구조의 수혜자가 되고, 누가 피해자가 될 것인가를 결정하는 규칙에 힘을 쓰도록 한다. 그러나 개인의 타고난 능력과 배경, 환경의 차이를 완전히 삭제할 수 없는 현실에서 교육을 통해 소득, 지위, 부의 불평등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은 요원한 일이다. 물론 공교육의 존재는 학교 밖에서 형성된 사회적 불평등이 더욱 악화되지 않도록 일정부분 완화하는 효과를 가질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사회적 불평등 해소 자체가 교육의 목표라고 볼 수는 없으며, 그 실질적 효과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오히려 사회적 불평등 문제를 교육의 문제로 무리하게 환원하려는 시도 속에서 사회 불평등은 능력주의적 정당성을 획득하고, 교육은 왜곡되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크다.

물론 사교육이 증가하고, 부유한 가정의 자녀들이 더 많은 기회를 얻고, 불평등이 세대 간 재생산되는 현상이 해결이 필요한 사회문제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누가 서울대에 가는가?’ 혹은 ‘누가 의대에 가는가?’를 질문하고 여기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이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이제 질문을 바꿔야 한다. 교육불평등의 영역에서는 ‘모든 학생들이 학교에서 가치 있는 교육적 경험을 하고 있는가?’를 먼저 질문해야 한다. 사회적 불평등에 관해서는 ‘지나친 격차와 불평등을 축소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질문하는 것이 먼저다. 이렇게 질문의 방향을 전환할 때 교육불평등은 교육불평등대로 사회불평등은 사회불평등대로 그 해결의 방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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