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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밀실’ 조직개편 논란…여권 이사도 “자신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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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영등포구 KBS 사옥. 사진=KBS
▲ 서울 영등포구 KBS 사옥. 사진=KBS

KBS가 구성원 반발이 거센 조직개편을 추진하면서 공개 회의가 원칙인 이사회에서도 관련 직제규정 개정안 보고를 비공개에 부쳤다. ‘언론에 보도되면 와전될 수 있다’는 사측 주장에 일부 여권 이사가 “조직개편에 자신이 없나”라며 따져 묻기도 했다.

지난 24일 KBS는 앞선 이사회에서 절차적·형식적 결함을 지적 받은 직제규정 개정안을 한주 만에 보완해 이사회 긴급안건으로 올렸다. KBS는 현재 1실 6본부 3센터 46국인 조직을 1실 4본부 6센터 36국으로 개편한다는 계획이다. 이 경우 시사교양국이 폐지되고 시사프로그램은 보도본부로 이관되면서 시사를 뺀 ‘교양다큐센터’가 생기며, 기술조직이 대폭 통폐합된다. KBS 내부의 3개 노동조합과 직능 협회들은 충분한 의견수렴 없이 부적절한 밀실 조직개편이 추진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그런데 여권 추천으로 분류되는 서기석 이사장과 KBS 경영진은 이사회에 대한 보고도 비공개하자고 주장했다. 서 이사장은 “공개하게 되면 이사님들이 자기 소신껏 발언하는 게 조심스럽다. 이런 발언하면 구성원 누가 섭섭할 텐데, 심지어는 어떤 구성원들이 좋아하겠지, 이런 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비공개로 하는 것이 맞다”고 했다.

야권 이사들은 서 이사장 발언이 부적절하다고 반박했다. 조숙현 이사는 “이사들은 각 분야 대표성을 가지고 대통령으로부터 임명된 국민의 대표자 자격으로 한국방송공사(KBS)를 감독하기 위한 위치에 있다. 그렇기에 이사회는 공개가 원칙이고, 비공개가 예외적으로 적용된다”라며 “이사들은 소신에 따라 발언하고 그 발언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저희 역시도 감독을 받아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비공개해서 밀실에서 논의를 하는 것은 이 규정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고 이사들 책임성과도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찬태 이사도 “개개인 이사들 양심을 존중해주신다면 그런 말씀은 공개석상에서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류일형 이사는 “이미 (노조 대상) 설명회도 가졌고 미디어지 등 통해 대략의 내용이 공개가 된 상황에 굳이 이사회에서 비공개로 한다는 건 참 우스운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재권 이사의 경우 “국회에서 정보위원회를 비공개로 해도 정보위 간사가 언론 상대로 주요 내용을 브리핑한다”면서 “KBS에 방해가 아니라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대전제 아래 국민 알권리를 충족시켜야 한다. 공개로 뭘 요구하면 마치 왜 회사에 해를 끼치는 행위를 하냐는 취지로 공개와 비공개를 인식하는 건 대단히 잘못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2024년 7월1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신관 앞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KBS노동조합, 같이노조, KBS 기술인협회와 PD협회 등 200여명이 조직개편안 철회를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언론노조 KBS본부
▲2024년 7월1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신관 앞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KBS노동조합, 같이노조, KBS 기술인협회와 PD협회 등 200여명이 조직개편안 철회를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언론노조 KBS본부

이날 이춘호 전략기획실장은 비공개 보고를 재차 요구하며 “설명 자료 보면 단순히 조직개편 내용만 있는 게 아니라 재정상황이나 예산 상황, 인력 구조 등이 상세히 있다”면서 “과거 이사회에서 논의를 할 때 그 내용이 조합이나 협회나 외부 언론에 보도되어서 본의와 다르게 와전된 경우가 종종 있었다. 오늘 같이 민감한 상황에서 뜻하지 않게 또다른 오해와 불신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들은 여권 이동욱 이사도 자신이 KBS를 “지난 30년 동안 사료를 먹고 살아온 동물원 코끼리”에 비유한 발언이 보도된 사례를 들어 비공개를 주장했다. 이 이사는 “(해당 발언이) 다음날 미디어 전문지를 통해서 대문짝 만하게, 틀린 말도 아닌데 그렇게 됐을 때 이사의 언론의 자유는 어떻게 보장받을 수 있나”라면서 “공개했을 경우 불필요한 오해와 여러 구설이 나올 수 있고 그것이 KBS 집행부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데 동의하고 이건 비공개로 해야 한다”고 했다.

공개 여부를 둘러싼 논쟁이 장기화한 가운데 여권에서도 사측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석래 이사는 “조직개편에 자신이 없나. 왜 비공개해야 하나”라며 “(경영 관련) 수치는 얘기하지 않으면 되지 않느냐”고 이 실장을 질책했다. 이 이사는 “그러니까 밀실 조직개편이라는 이야기를 듣는 것”이라면서 “KBS는 공조직”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서기석 이사장은 “조직개편안 설명자료는 공개하고, PPT(사측 설명자료)는 비공개하고, 질의응답도 비공개하는 식으로 진행하겠다”며 사실상의 비공개 결정을 했다.

결국 이춘호 실장은 직제규정 개정안 자료의 몇 쪽에 어떤 내용이 들어있다는 수준의 설명을 한 뒤 “조직 개편을 해야만 하는 이유와 배경, 어떤 이유로 이렇게 조직 개편을 한다는 내용을 PPT로 상세히 설명드리겠다”며 비공개 보고에 나섰다. 박민 사장은 직제규정 개정을 통한 조직개편 목표로 △미래 콘텐츠 제작 및 마케팅 친화적 조직 구축 △시사제작 기능 통합해 공정성·신뢰성 제고 △디지털 전담 부서 신설로 도달률·수익성 강화 △유사·중복 부서 통폐합 통한 조직 효율성 제고 등을 밝혔다.

직제규정 개정안에 대한 이사회 표결은 이뤄지지 않았고, 사측이 조직개편 시행 시점으로 밝힌 8월23일 이전에 해당 안이 의결될지 불투명하다. 비공개 질의 시간에는 사측 안에 대해 내부 구성원과의 의사소통이 많이 부족하고, 구체적 지향점이나 비전이 제시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고 전해진다.

미디어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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