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을 비롯한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주도 협의체 관련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25일 라오스로 떠났다. 조 장관은 최근 밀착하고 있는 북한과 러시아의 행보를 경계하며 동남아 국가들과의 안보 협력 등에 중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이날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이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해 이날 저녁 회의가 열리는 라오스 비엔티안에 도착한다. 조 장관이 참여하는 주요 일정은 26일(현지시각)부터 시작한다. 26일 오전엔 ‘한-아세안 외교장관회의’를 부이 타잉 썬 베트남 외교장관과 공동으로 연다.
이 회의에는 한국과 아세안 10개국 및 옵저버로 활동하는 동티모르가 참석해 한-아세안의 대화관계 수립 35년 성과를 돌아본다. 우리 정부의 아세안 특화 지역정책인 ‘한-아세안 연대구상(KASI)’ 관계발전 방안도 논의된다.
오는 10월 한-아세안 정상회의를 계기로 발표될 ‘포괄적 전략동반자 관계(CSP)’ 수립도 준비한다. CSP는 아세안이 대화 상대국과 수립하는 최고 단계 파트너십으로 현재까지 호주·중국(2021년), 미국·인도(2022년), 일본(2023년)이 아세안과 관계를 설정했다.
같은 날 오후엔 살름싸이 콤마싯 라오스 외교장관과 함께 ‘한-메콩 외교장관회의’를 공동 개최한다. 이 회의는 2011년 출범 후 2021년 미얀마 군사 쿠데타로 2년간 중단된 때를 제외하면 매년 열렸다. 이번 회의는 3년 만에 열리는 것으로 비공개로 진행된다.
한국과 메콩 5개국(라오스·캄보디아·태국·베트남·미얀마)이 참석하며, 한-메콩 간 경제협력 촉진을 위한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미얀마 정세에 관한 의견을 교환한다.
조 장관은 27일 오전 아세안+3(한중일) 외교장관회의와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외교장관회의에 연이어 참석한다. 이 과정에서 일본과 중국의 외교수장과이 양자회담이 열릴 지도 관심사다.
이어 같은 날 오후엔 이번 행사에서 가장 핵심인 ‘ARF 외교장관회의’가 열린다. ARF는 북한이 참여하는 유일한 다자안보 협의체로 알려졌다. 북한 측에서는 리영철 주라오스 대사가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자리에서 조 장관은 리 대사와 조우할 가능성이 있지만 따로 유의미한 대화가 오가기엔 장소와 시간적인 물리적 한계로 밀접히 접촉하긴 어려워 보인다. ARF엔 아세안 국가 외교장관을 비롯해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 등이 자리한다. 일본엔선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이, 러시아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부 장관 등이 모두 참석할 예정이다.
참가국들은 한반도, 우크라이나, 남중국해, 미얀마, 중동 등 안보 이슈가 복잡히 얽힌 곳에서의 자국 입장을 충분히 설명하고 주변국들의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한 외교전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는 러·북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을 언급하며 한반도 정세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이유에 대해 강력 규탄하고 아세안 국가들의 하나된 대응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조 장관은 ARF 의장성명에 러·북 밀착을 비판하는 내용이 반영되도록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의장성명은 의장국이 회의 내용을 외부에 알리기 위해 요약·정리한 문건이다. 이 문서는 참가국에 대한 구속력을 갖지 않는다. 다만 각국의 입장이 담긴 국제 여론으로 평가되기 때문에 참여국이 마냥 무시할 수만은 없는 국제 문건으로 인식되고 있다.
북한은 사회주의 국가인 라오스에서 이번 회의가 열리는 만큼 자국의 안보이익을 위해 러시아와 협력하고 있다는 점을 주장하면서 고립국가 이미지를 벗어버리기 위한 외교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