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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전선 vs 대한전선, 기술유출 분쟁 ‘첨예한 대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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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전선이 새롭게 가동에 돌입한 해저케이블 공장을 둘러싸고 기술유출 논란이 불거지면서 첨예한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 / 대한전선
대한전선이 새롭게 가동에 돌입한 해저케이블 공장을 둘러싸고 기술유출 논란이 불거지면서 첨예한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 / 대한전선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기술유출을 둘러싼 LS전선과 대한전선의 첨예한 대립이 심화하고 있다. 지난달 초부터 본격 가동에 돌입한 대한전선의 새 해저케이블 공장과 관련해 기술유출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양측의 주장과 입장이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경찰 수사가 본격화한 가운데, 업계 판도와 맞물려 상당한 파문이 예상된다.

◇ 해저케이블 공장 가동 돌입한 대한전선, 경쟁사 LS전선 기술유출 논란

최근 불거진 LS전선과 대한전선의 기술유출을 둘러싼 대립은 대한전선이 지난 달 초 가동에 돌입한 새 해저케이블 공장을 중심에 두고 있다.

대한전선은 지난달 초 충남 당진시 아산국가단지 고대지구에 위치한 해저케이블 1공장의 1단계 건설을 마무리 짓고 본격적인 가동에 돌입했다. 이어 지난 24일엔 6,200톤급 해저케이블 포설선 ‘팔로스’의 취항식을 개최하며 관련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대한전선이 전 세계적으로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해상풍력 시장을 공략하며 미래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야심차게 건립한 해저케이블 공장은 이내 잡음에 휩싸였다. 공장 가동을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 수사 소식이 알려진 것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경기남부경찰청 산업기술안보수사대는 대한전선의 해저케이블 공장 건설 과정에서 기술유출 의혹을 수사 중이다. 공장 가동 전인 지난 5월 관련 의혹을 입수해 내사를 거친 뒤 지난달부터 수사에 착수해 압수수색까지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저케이블 공장을 비롯해 오랜 기간 LS전선의 공장 건축 설계를 담당해왔던 가운종합건축사사무소(이하 가운건축)가 대한전선의 이번 해저케이블 공장 건축 설계를 맡으면서 LS전선의 핵심기술을 유출했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특성상 공장 설계 또한 핵심기술로 여겨지는데 이를 유출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소식이 알려지자 LS전선은 강경한 입장을 내놓았다. “500㎸급 초고압직류송전 해저케이블의 경우 국가핵심기술로서 제조 기술 및 설비 관련 사항들이 다른 국가로 유출될 경우 국가안보와 국민 경제 발전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 약 20년간 해저케이블 공장과 R&D 등에 약 1조원을 투자해 오고 있는데 기술유출이 사실일 경우 회복이 어려운 손해를 입어 피해가 막대하다”면서 “향후 위법사항이 확인되면 관련 업체에 대한 민형사상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힌 것이다.

이에 대한전선 측도 입장을 내고 “LS전선의 해저케이블 기술을 유출한 혐의에 대해 피의자로 특정되거나 관련 통보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대한전선 해저케이블 공장에 대해 실시된 압수수색의 경우 피의자인 가운건축의 혐의 입증을 위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또한 가운건축이 해저케이블 설비 및 제조기술과 관련된 역할을 수행하지 않았다며 2009년부터 자체적인 연구를 통해 해저케이블 핵심 기술을 개발했다고 반박했다.

이후 경찰이 이달 들어 대한전선 본사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피의자로 전환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면서 양측의 대립은 더욱 첨예해졌다.

LS전선 측은 “대한전선의 기술 탈취는 명백한 범죄행위이며 사실로 밝혀질 경우 국내외에서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밝히는 한편 “이번 사건의 핵심은 대한전선이 LS전선의 해저 케이블 제조 설비 도면과 레이아웃 등을 탈취했는지 여부로, 대한전선이 납품한 적 있다고 하는 해저케이블은 1∼2km 수준인데 수십km의 수천t에 달하는 긴 케이블을 제조하고 운반하는 기술, 즉 설비 및 공장의 배치가 해저 사업의 핵심 경쟁력”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대한전선이 먼저 연락해 수차례 설계를 요청했고 계약금액이 LS전선의 두 배가 넘는다고 한다. 또 LS전선의 다른 협력사들에게도 동일한 설비 제작 및 레이아웃을 위해 접촉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의혹 제기를 더했다.

이에 대한전선 측도 강하게 맞섰다. LS전선이 제기한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밝히는 한편 “해저케이블 공장 레이아웃은 핵심 기술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또한 향후 혐의가 없다고 밝혀질 경우 민형사상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또한 “국내에서 독점적 지위를 가진 LS전선이 확인되지 않은 내용으로 당사의 시장 진입을 방해한다면 해저케이블 및 해상풍력 산업에 대한 국가 경쟁력이 약화될 뿐만 아니라 중국 등 해외업체로부터 우리 케이블 시장을 보호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처럼 첨예한 양사의 갈등은 업계 판도와 맞물려 한 치의 양보 없는 양상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갈등의 중심에 있는 ‘고전압 해저케이블(HVDC)’은 최근 전 세계적으로 해상풍력 시장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면서 전선업계의 중요한 미래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다만, 그동안은 LS전선을 포함해 전 세계 6개 기업만 핵심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다. 대한전선이 이러한 HVDC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적극 나선 가운데 기술유출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따라서 어떠한 결론이 내려지든 양사 및 업계 판도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시사위크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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