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원로인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7.23 전당대회에서 한동훈 대표가 거둔 압승에 대해 “63%라고 하는 민심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국민의힘과 대통령실은 명확하게 인식을 해야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25일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난번 선거(총선 후) 석 달이 지나는 상황까지 대통령실도 국민의힘도 무엇 때문에 그렇게 대패했는지에 대한 인식이 아직도 안 되고 있다. 그것을 국민들이 이번 당 대표 경선을 통해 일깨워준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무엇 때문에 대패했는지’에 대해 “냉정하게 분석하면 답은 하나”라며 “대통령도 그 동안에 내가 무엇을 잘못해서 그와 같은 결과를 초래했느냐를 스스로 반성해서 변화하실 수밖에 없다”고 윤석열 대통령 책임론을 폈다.
그는 “지금 국민의힘은 지난 2016년, 2020년, 이번 2024년에 왜 수도권 선거에서 이렇게 참패를 당했나, 이것에 대한 평가를 냉정하게 할 줄 알아야 한다. 그것을 못 하고서는 당이 새롭게 나가기가 굉장히 힘들 것”이라며 “예를 들어서 16대 선거 때 당대표가 당대표의 기능을 제대로 못 하고 원내대표를 대통령실에서 사전 조정해 가는 그런 식의 당 운영을 하다 보니까 집권당으로서 선거에 질 수밖에 없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16대 선거’가 2016년 20대 총선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이는 박근혜 정부 시절 여당 새누리당에서 비박계인 김무성 대표와 친박계 원유철 원내대표,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갈등을 빚었던 일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즉 대통령 친위세력이 원내대표 등 당직을 기반으로 대표를 흔드는 일에 대해 과거 정치사를 들어 강력 경고한 셈이다.
김 전 위원장의 이같은 말은 특히 김재원 최고위원이 ‘채상병 특검법 등 국회 일에서는 원내대표가 우선권이 있고 한 대표가 이래라저래라 할 일이 아니다’라는 취지의 주장을 편 데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 뒤에 나왔다. 김 전 위원장은 이 질문에 대한 직접적 답변에서는 “웃기는 얘기”라며 “당은 대표 체제 하에 운영되는 것이고, 원내대표도 국민의힘 원내대표이지 따로 떨어진 원내대표가 아니다. 상식 밖의 얘기”라고 일축했다.
신임 대표로 당선된 한 대표에게는 ‘소신’을 주문했다. 김 전 위원장은 “한 대표가 이번에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이 됐으니까 자기 소신에 맞게 자기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며 “지금 정책위의장이 언제 임명됐느냐 그건 별로 개의할 필요가 없다”고 조언했다. 당직 개편의 키인 정책위의장 교체도 필요하면 밀어부치라는 취지의 조언인 셈이다.
그는 “당을 자기 책임 하에서 끌고 가야 되는데, 다른 사람이 옆에서 이렇다 저렇다 한다고 해서 거기에 동요되거나 하면 절대로 당을 끌고 갈 수가 없다”고 했다.
채상병 특검법 문제 자체에 대해서는 “일부 당 쪽에서 무슨 ‘채 상병 특검법=탄핵’이라는 공식을 갖고 있는데 그 공식 자체가 잘못됐다”며 “왜 여당 스스로가 탄핵을 자꾸 거론하나”라고 지적했다.
그는 “내가 보기에는 합리적인 방법으로 일을 처리하는 것이 가장 현명하지 않겠나 본다”며 “지금 채상병 특검법의 내용 자체에 문제가 있어서 무슨 헌법에 맞지 않느니 이런 얘기를 하는 것 아니냐. 그것을 야당과 타협해서 조율할 수 있으면 그런 법을 만들 수도 있는 것”이라고 한 대표가 주장해온 ‘제3자 추천 특검’에 힘을 싣는 취지로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한편 홍준표 대구시장이 한 대표에 대해 비판적 태도를 고수하고 있는 것과 관련, 차기 대권을 두고 한동훈-홍준표 라이벌 관계가 형성될 것이라고 보느냐고 라디오 진행자가 묻자 “내가 보기에는 라이벌 관계가 될 수가 없을 것”이라며 “이번 대표 선거를 보니 당원들도 일반 국민도 이제는 정치의 세대교체가 절대로 필요하다는 걸 확인해 준 것”이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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