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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인권법’ 입법 움직임…“안정적으로 보장” VS “교권 추락 가속화”

투데이신문 조회수  

서울 영등포구 소재 모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일부 지방의회에서 학생인권조례 폐지 목소리가 나오자 국회에서는 학생 인권을 안정적으로 보장하는 내용의 학생인권법 입법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이에 교원단체들은 취지와 다르게 교사의 생활지도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25일 교육계에 따르면 국회에서는 지난 14일 더불어민주당 김문수, 문정복 의원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학생인권특별법 입법 토론회가 진행됐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학생인권법 제정을 제22대 총선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이날 국회 교육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문 의원은 국회 차원에서 학생인권법에 대한 다양한 논의와 입법절차가 이뤄졌지만 별다른 진전 없는 상황에서 최근 일부 지역에서 학생인권조례 마저 폐지돼 안타깝다며 조례의 한계를 극복하고 학생 인권을 안정적으로 보장할 수 있도록 이를 법률화하는 법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날 ‘학생인권법 입법의 필요성’에 대해 발표한 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오동석 교수는 “현재 일부 지방의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학생인권조례 폐지가 기본권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는 헌법 규범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특히 학생인권조례 폐지의 이유로 교권침해를 들고 있는 주장에 대해 교권은 학생의 인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바에 근거해 행사할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교권이 존중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학생인권 때문이 아니라 정부와 국회 등 국가가 의무와 책임을 다하지 않아서 발생한 문제”라며 “개인의 잠재적인 능력을 개발하는 교육 본래의 목적을 볼 때 학생인권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회입법조사처 김범주 입법조사관도 “학생인권의 신장이 교권 침해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으며, 학생인권이 보장될수록 교권 존중도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학생인권법이 학생인권조례 보다 범위 등이 축소된 법안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 이윤경 회장은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학생인권법이 학생인권조례보다 범위 및 내용이 훨씬 축소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교사들이 반대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교권 5법으로 교원의 지위와 교육활동을 보장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지만, 학생인권을 보호할 수 있는 법률적 근거가 미비하다”고 지적했다.

서울 학생인권조례를 지키고자 하는 학생 보호자 일동 회원들이 지난 5월 3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앞에서 폐지 반대 기자회견을 진행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서울 학생인권조례를 지키고자 하는 학생 보호자 일동 회원들이 지난 5월 3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앞에서 폐지 반대 기자회견을 진행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그러나 교원단체의 입장은 국회와 다른 상태다. 이들은 학생인권은 충분히 보장되고 있어 학생인권법 입법이 필요하지 않고, 되려 법안이 교사의 교육권을 침해한다며 팽팽히 맞섰다.

교사노동조합연맹은 토론회 직후 논평을 내고 “학생인권법은 학생인권조례 폐지에 대한 대응방안으로 시작돼 입법의 당위성이 부족하다”며 “현재 학교 교육의 무력화·사법화, 학생 간 학습권 침해는 이미 위험 수준”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학생의 ‘시민성 교육’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위해 학생인권센터를 세우는 일보다 혐오와 차별을 멈추는 교육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교총)도 “학생의 인권은 이미 헌법과 교육기본법, 초·중등교육법, 청소년보호법 등 여러 법률에서 보장하고 있고, 학교 구성원의 합의로 만들어진 학칙으로도 보호하고 있다”며 “정말 현재 학생의 인권이 보장되지 않아서 권리 과잉의 학생인권조례 폐해를 그대로 답습하는 학생인권법이 필요하다는 것인지 납득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교권보호특별법을 제정해도 모자랄 판에 제2의 아동복지법을 만드는 꼴”이라며 “교실 붕괴, 교권 추락을 가속화하고 교사 인권조차 외면하는 학생인권법 제정 추진을 즉각 중단,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총은 주장에 대한 근거로 관련 실태조사를 언급하기도 했다. 교총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초·중·고 학생 8796명 대상으로 ‘아동·청소년 인권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 초등생 95.5%, 중학생 93.5%, 고교생 93.1%가 ‘학교에서 인권을 존중받고 있다’고 응답했다. 반면 교총이 지난해 스승의날을 맞아 실시한 교원 6751명 대상 설문조사에서는 ‘교권을 보호받고 있다’는 응답이 9.2%에 그쳤다.

이와 더불어 교총은 학생인권법에 대한 반대 입장을 담은 의견서를 국회 교육위원회 전원과 교육부에 전달하기도 했다. 

현재 교육당국은 학생인권법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이주호 장관은 전날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학생인권법에 대해 “학생인권은 교사의 교권 및 학부모의 권한과 동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별개로 다뤄서는 안 된다는 큰 방향성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가 차원에서 중앙정부는 상호(교사·학생·학부모) 간 인권의 조화와 균형을 강조하고 있다”며 “그런 부분에서 교육 현장에서 의견 수렴이 되고 조화로운 권한과 인권이 충족되는 걸 권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투데이신문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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