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강세로 2분기 호실적을 기록한 SK하이닉스가 HBM 생산량 확대에 따라 D램 수익성이 높아질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인공지능(AI) 수요 증가로 메모리 전체 생산능력이 확대되지만, 대부분 HBM 생산에 활용되기 때문에 일반 D램은 타이트한 공급 상황이 지속될 것이란 분석이다. 이에 따라 실적 개선세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30일 SK하이닉스는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내년 HBM 생산능력(케파)을 올해 대비 2배 이상 늘린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내년 HBM 케파 대부분이 고객과 협의가 완료됐다”며 “작년에 비해 올해 HBM 케파는 300%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에는 올해 대비 2배 이상 출하량 성장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급성장하는 HBM 수요를 위해 메모리 기업들이 가동률을 높이는 추세인 만큼 상대적으로 D램 출하량이 줄어 D램 수익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일반 D램 가격이 HBM을 넘어설 가능성을 언급했다.
SK하이닉스는 “내년에는 업계 투자 증가로 전체 케파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상당 부분이 HBM 생산 확대를 위해 활용되기 떄문에 일반 D램은 타이트한 공급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반 D램의 수요 회복이 가속화한다면 분기 단위로 가격이 결정되는 일반 D램의 수익성이 연간으로 가격을 정하는 HBM보다 높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HBM 수익 성장성과 안정성, 시장 내 당사의 위상, 고객과의 관계 등 여러 측면에서 고려해 단기적 이익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D램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을 모색하겠다”고 덧붙였다.
내년 HBM을 제외한 D램 성장률은 20% 중반대로 예상했다.
SK하이닉스는 “전력소모가 높은 AI 서버가 급증하면서 데이터센터 전반의 운영 비용 절감 그리고 전력 확보가 크게 중요해졌다”며 “기존 일반 서버를 전력 효율이 향상된 신규 서버 플랫폼으로 업그레이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5세대 HBM인 HBM3E에 대해선 3분기 들어 HBM3(4세대)를 넘고, 수요 주력제품(비트 크로스오버)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SK하이닉스는 “2분기부터 HBM3E 판매를 본격 확대했고, 3분기엔 HBM3대비 비트 크로스오버가 나타나고 올해 HBM 출하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며 “HBM3E 12단 제품의 경우 올해 5월 고객사에 샘플을 제공했고, 3분기 양산에 이어 4분기 고객사에게 공급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6세대 HBM4 수요에 대해선 “내년 하반기 12단부터 출하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또 “HBM4 16단은 2026년에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기술 개발을 준비 중”이라며 “(패키징 기술 중) 어드밴스드MR-MUF, 하이브리드 본딩 방식 모두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하이브리드 본딩 효과는 회사마다 다를 수 있다”며 “하이브리드 본딩 공법을 양산 체계에 적용하려면 기술을 더욱 고도화해야 하고 고객과 협업을 통해 시스템 레벨에서 철저한 품질 검증을 거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부연했다. 하이브리드 본딩은 칩과 칩 사이를 범프 없이 붙이는 방식으로, 패키징 높이를 줄일 수 있는 특징이 있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 기업들의 HBM 투자 증가에 따른 공급과잉 우려에 대해 “범용 D램과 달리 HBM은 투자 과잉이 곧 공급과잉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며 “HBM 생산량은 D램과 달리 다이사이즈 패널티가 있으며 프로세싱인메모리(PIM), 와이드IO(WIO) 등 새로운 타입의 메모리 수요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메모리 산업은 소품종 대량생산에서 다품종 소량생산 구조로 발전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고객사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신제품 주기의 단축은 HBM 수요 증가에 긍정적인 요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련해 엔비디아는 6월 초 신제품 ‘루빈’ 출시를 발표하면서 신제품 출시 주기를 기존 2년에서 1년으로 단출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SK하이닉스는 “GPU 출시 주기가 빨라지면 해당 HBM 기술 개발 단축이 필요해 D램 업체 입장에선 개발에 부담이 될 수 있다”면서도 “기술 경쟁력, 풍부한 양산 경험, 스킬 등 모든 역량을 섭렵한 리더에는 오히려 유리한 환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낸드플래시 사업의 경우 기업용 SSD는 수요 증가가 뚜렷하지만, PC나 모바일 등 일반응용처에선 아직까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감산해서 줄어든 낸드 생산량을 올해 들어 일부 응용 제품 중심으로 제한적으로 늘리고 있다. 3분기엔 기업용 SSD 중심으로 판매를 확대하지만 일부 응용제품의 수요 환경, 고객 재고를 고려해 낸드 출하 전체 비트그로스는 전분기 대비 한 자릿수 줄어드는 수준을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4분기엔 일부 수요 개선에 따라 전체 출하량이 성장세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올해 일반 서버 투자가 작년보다 늘고 있고, D램에 국한됐던 수요가 이어져 eSSD 수요가 연초 예상을 크게 상회했다”며 “올해 eSSD 매출은 전년보다 4배 성장, 낸드 전체 생산량의 절반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혜원 기자 sunon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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