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파업 중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사측과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며 전전긍긍하는 모양새다. 파업 참여자가 꾸준히 줄어들고 있는데다가 8월이 되면 대표 교섭권 지위를 잃고 파업 동력이 크게 약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7월을 기한으로 사측과 집중교섭 카드를 꺼내들 수밖에 없는 전삼노의 속사정이다.
전삼노는 2023년 8월에 5개 노조 중 대표 교섭권을 확보해 사측과 임금협상과 단체교섭을 실시해왔다. 전삼노가 단독으로 대표 교섭권 지위를 보장받는 시점은 1년이 되는 8월 4일까지다.
손우목 전삼노 위원장은 23일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통해 “8월 5일 변경사항이 생길 가능성이 있고,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그 기간 안에 (교섭을) 끝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전삼노의 교섭권이 8월 5일 자동으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전삼노가 아닌 다른 노조가 이의를 제기하며 사측에 개별 교섭을 요구할 경우에 상황이 복잡해진다. 노조 간 교섭 창구 단일화 과정을 거쳐야하기 때문이다. 단일화 과정에서 파업권도 사라지게 된다.
전삼노 다음으로 큰 조직인 초기업노조는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노조를 포함해 삼성화재, 삼성디스플레이,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전기 등 5개 노조가 통합된 곳이다. 조합원 수는 1만9800명쯤이다.
초기업노조에는 전삼노에 반대해 출범한 DX노조(5노조)가 소속돼 있다. 최근 전삼노의 과거 조합원수 부풀리기 의혹 등 문제를 제기한 적 있다.
전삼노는 초기업노조 등 나머지 4개 노조에서 개별 교섭 요구를 법적으로 막는 방법은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낮고, 전삼노가 아닌 곳에서 교섭 요구를 한다면 ‘어용노조’일 것이라며 날을 세웠다.
이현국 전삼노 부위원장은 “8월 5일 기점으로 교섭 요구를 한다면 (전삼노가) 한달 반 동안 파업을 못하게 흐름을 끊으려는 의도의 어용노조일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교섭권 지위 여부와 별개로 전삼노의 파업 동력은 현저히 떨어진 상태다. 전삼노 가입자는 7월에만 7160명 늘어난 3만5223명(24일 오후 3시 기준)이다. 하지만 전삼노가 22일 경기 기흥캠퍼스에서 연 ‘총파업 승리 궐기대회’ 참여 규모는 1200명쯤으로, 총파업 당일인 8일 집회 참여 규모(노조 추산 4000~5000명, 경찰 추산 3000명)보다 크게 줄었다. 노조 가입자 대비 실제 파업 참여 비율은 떨어지고 있는 셈이다.
전삼노 내부에선 파업 장기화에 불안감을 나타내는 조합원이 늘고 있다. 그동안 노조가 파업 목적으로 내건 생산 차질도 미미한 수준에 그칠 것이란 우려다. 29일부터 31일까지 집중교섭 기간 타결 가능성에도 의구심을 드러낸다.
전삼노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는 “저희쪽 일부 복귀 인원이 있어 다음주부터는 기존 수준으로 설비 보전이 될 듯합니다”, “9차 교섭 동안 안건 하나 제대로 다룬적 없는 부분에 대한 실망감으로 복귀하는 직원이 많은 것 같다”, “8월 5일 교섭권 만료 시 다른 노조가 신청하면 찾아오는 데 시간이 걸리고 그동안 화력이 많이 감소할 것이다” 등 실망감을 표출한 의견도 다수다.
파업 장기화에 따른 임금 손실도 조합원에게 부담이다. 8일부터 총파업에 참여한 조합원들은 ‘무임금 무노동’ 원칙에 따라 대리급은 최대 360만원, 과장급은 최대 450만원(주휴수당 포함)의 임금 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된다.
전삼노는 파업 타결금을 통해 일부 임금 손실을 보전할 수 있다고 독려 중이다. 하지만 타결금 지급은 불투명하다.
전삼노는 “29일 사측이 제시안을 가져오지 않으면 더 이상 교섭하지 않고 대화를 단절하겠다”고 강조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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